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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산수' 작가 하루.K의 작업실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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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118.♡.3.101) 작성일18-03-03 15:30 조회2,6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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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산수’ 작가 하루.K의 작업실 탐방

     



    세찬 겨울비바람이 몰아치던 2월 마지막 날 오후, 광주비엔날레가 주관하는 ‘작가 스튜디오 탐방’ 2월 프로그램이 하루.K(김형진) 작업실에서 있었다.

    봉선동 무등파크3차 아파트상가 2층의 자그마한 공간을 아지트로 삼고 있는 그의 작업실에는 20여일 후에 있게 될 초대개인전 준비작들이 완성되거나 진행 중인 상태로 포개어지거나 벽면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청년작가 상당수가 같은 처지이지만 어려운 재정적인 여건 때문에 이만한 공간이라도 갖기도 쉽지 않고, 공간이 넉넉지 않다보니 전시회가 끝나면 액자를 빼서 몇 점씩 두루마리식으로 말아 최대한 부피를 줄여 보관하고 있다 했다.

    이날 스튜디오 탐방에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과 갤러리 대표, KBS와 KBC 취재진과 방송카메라, 비엔날레 김선정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시부와 직원들이 비좁은 공간 밖 복도에까지 둘러서서 작가가 프레젠테이션 영상으로 준비한 작품사진들과 함께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기본적으로 그의 작업은 기존 동양화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화제나 화면포치, 각종 준법과 필묵 사용법, 화법, 화론, 화격, 고귀함 등등 이전부터 전통적 가치로 여겨져 온 전형들에 대해 왜 그렇게 규범화되어야 하는지, 달리 확대되거나 다르게 표현될 수는 없는 것인지에 대한 자문을 가졌다. 광주예고를 졸업한 뒤 홍익대 동양화과에 진학을 했지만 애초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크레파스나 수채화 같은 서양화구와 서양화법을 기초로 익혔고, 지금의 시대나 현대인에게도 과거 동양회화의 세계가 그대로 유효한 것인지를 자문자답했다.

    졸업 후 자기작업으로 서울화단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판단과 형편도 여의지 않아 광주로 내려와 작업과 알바를 병행하면서 전업할 수 없는 작가생활을 버텼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작업 외에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기본 생활비를 만들기 위해 작업과 알바를 계속했고, 통장에 잔고가 얼마 남지 않으면 자다 벌떡 일어나 새벽작업으로 불안감을 달래기도 했다.

    그의 대학시절과 초기단계에는 대비적인 화면구성이 많았다. 인물이나 풍경소재를 담으면서 일반적인 빛이 있는 화면과 불이 꺼진 화면을 양쪽으로 나누어 대비시켰다. 형상을 매개물로 다루는 시각예술이지만 빛이 없는 상태에서 그림의 화면과 담겨진 형상들은 무엇인가, 형상 자체와 그 너머를 생각하는 작업들이었던 것 같다.

    그의 작업 가운데는 산수풍경을 스케치해 와서 이를 입체로 만든 뒤 이 입체형상을 다시 그림으로 묘사하는 되풀이되는 재현의 작업들이 있다. 그리고 산수풍경이지만 그 속에 음식이 화폭 속 경물처럼 등장하고 현대 삶의 일상과 기계 장비와 소모품들이 곁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과거 전통산수화 채색화들이 지켜오던 화제나 구도나 화법을 탈피한, 현대인에게 친근한 그들 삶이 담긴 산수를 그려내는 것이다.

    “전통적인 동양회화에서 산은 신적인 대상이었지만 현대인에게는 한낱 유희의 대상 또는 사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등산을 하고, 산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장소의 흔적으로 돌과 나무를 수집해 와서 그 장소를 재편집해 입체화한 뒤 이를 다시 평면회화로 그려내었다. 과거 신과 같았던 산은 이제 단지 정물과도 같은 대상이고, 수집된 오브제를 통한 입체작업은 본래의 형태를 무시한 주관적 표현의 대상일 뿐이다. 이는 마치 SNS에서 이미지를 공유하고 소비하고 채집하는 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음식산수(맛있는 산수)’ ‘채집된 산수’는 그가 이 시대 문화와 미감에 맞게 현대산수를 풀어내는 일련의 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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