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기'-서영기 개인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6-06-18 12:59 조회5,34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앞으로 나아가기’-서영기 개인전 로터스갤러리 제4회 신인작가기획전서영기-‘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The way to go Forward’ 2016. 6. 16 - 7. 8 무각사문화관 로터스갤러리 어느 정도 유명인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대중에 소개될 때 이미지가 수반된다. 이미 작고한 문학가들의 저서에는 출판사에서 선별한, 아마도 판매에 간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진이 실릴테고 살아서 활동 중인 작가의 경우에는 작가 본인의 고심 끝에 선택된 사진이 대표 이미지로서 보여지게 된다. 후자의 경우 이렇게 선택된 이미지는 탄생부터 하나의 전제를 내포한다. 그것은 ‘이 이미지가 주는 느낌으로 인식되고 싶다’ 는 욕망이자 ‘이 이미지가 주는 느낌으로 나를 인식해라’ 라는 매우 감추어진 명령이다. 즉 이미지는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또한 동시에 ‘보여지는’ 기능을 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기 보다는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가공된 이미지를 주입한다. 멀리 유명인사나 작가들의 예를 들지 않아도 흔한 SNS의 대표 이미지들을 보면 개개인의 욕망을 감지할 수 있다.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보여지고 싶은지. 감추고 싶은 내면은 그렇게 공식적으로 발현된다. 우리의 시대에는 너무 흔해서 위선으로 보여지지 않는 이 욕망을 서영기는 샅샅이 직시하고 수용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한다. 2015년 대만의 ‘Rivers Project'를 위해 자연물에서 작업의 소재를 찾던 작가는 ‘아이러니’ 하게 양분된 내면을 가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극복하고자 했던 전작들의 개념에 이어서, 가오슝의 강의 모습에서 더욱 강렬한 본인의 이슈를 발견한다. 150호 캔버스 3개로 구성된 <The way to go Forward-Love River>은 대만 가오슝 도심을 흐르는 강의 모습을 이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을 유영하는 화려한 별의 무리와 같은 이 화면은 사실은 쓰레기가 부유하는 더러운 강의 모습을 담고있다. 반짝이는 강에 가까워 질수록 풍기는 악취는 쓰레기가 걷혀도 감춰지지 않는 강의 본질이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아이러니’ 즉 자신의 양면성을 직시하고자 한다. 정제되어 보여지는 스스로의 모습 그 이면에 존재하는 탐욕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드러내려는 아이러니의 이중구조를 통해 발견-수용-드러냄의 과정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을 구축한다. 연이은 후속작에서는 스스로에게서 발견한 치부들을 드러내는 더욱 적극적인 시도를 볼 수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기표 중 하나인 콘돔은 2010년에 작업했던 콘돔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작가가 ‘아이러니’의 모습을 내부에서 찾고자 하는 초기의 시도들이었다. 당시 콘돔은 화면의 중앙에 정직하게 등장하며, 마치 수사현장에서 찾은 증거물과 같이 심층에 숨겨진 욕망을 겹겹이 가린 의식들을 제치고 발견되었음을 공표했다. 이제 화면에 나타나는 욕망의 기표들은 더욱 구체적이며 대담하다. 또한 ‘물’이라는 이차적 필터에 의해 작가의 내면적인 시각과 더불어 외부에서 자신의 욕망을 인식하는 시선 또한 화면에 잡아둔다. 물에 잠겨 보일 듯 말듯 한 수면 속 작가의 은밀한 취향을 상징하는 기표들은 혹은, 쉬쉬하며 아닌 척 감춰두곤 하는 불특정 다수의 욕망일 수 도 있겠다. 수면 위에서 떠다니는 아름다운 요소들은 애써보지만 욕망의 증거물들을 채 가리지 못 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작가는 시간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내면을 인식하고 드러내기 위해 당시의 심경을 가장 잘 투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중요한 소재로 삼아왔다. 그 중 ‘물’에 대한 탐구가 특히 심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2013년도의 물 연작에서부터 화면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에는 주로 폐허의 풍경을 화면의 공간적인 배경이자 ‘아이러니’의 대칭적 구조의 한 축으로 사용했던 것에서, 작가는 더욱 직접적으로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는 ‘물’이라는 소재를 발견한다. 물이 가지는 특질 즉, 단일존재이지만 동시에 무한하게 변형되며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점, 중첩되어도 투명하게 오브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으며 반대로 빛의 굴절에 따라 대상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작가는 전작들을 통해 물이 내재적으로 역설적일 수 있는 특성을 연구 및 실험했다. 이렇게 획득한 자연적 아이러니는 이번 작품들에서 욕망을 상징하는 기표들과 함께 작용하며 양면적 구조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리하여 물에 대한 심층적 연구는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의 양상들을 반영하며, 수용이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하며 가시적인 형상으로 구현해 타자에게 제시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모두 포함하며 동시에 완성하는 것이다. 서영기 작가에게 앞으로 한 걸음을 나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작가는 자신이 아닌 것은 한 톨만큼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겸허히 내보이고자 한다. 이것이 모든 것이 쉬워진 지금의 시대에 그가 고집스럽게 수행하는 하나의 자아성찰이며, 작업과정과 작품을 통해 이뤄가고 있는 한 걸음들이다. 언젠가 건네 받은 작가의 명함은 최소한의 정보와 최소한의 시각이미지만을 보여주었다. 어떠한 이미지의 가공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한 상대에게 맨 얼굴을 보여주는 용감하고 친절한 시도일 것이다. 우리가 작품을 통해 그가 섬세하게 골라내고 보여주는 그의 맨 얼굴을 마주했을 때, 과감히 한 걸음을 떼어 그것과 마주해주기를 그는 작품을 통해 소원하고 있는 것이다. - 임리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예술극장 프로듀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