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전당은 공사중- 박성완 '공사장 그림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12-02-10 19:05 조회9,05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 박성완, <구 도청 9>, 2012, 캔버스에 유화, 728x182cm 아시아문화전당은 공사중 - 박성완 ‘공사장 그림일기’전 광주의 심장부에서 몇 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 공사이면서도 그 보호벽 안의 일들은 마치 거대 개막을 준비하는 무대 뒤처럼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 현장의 모습을 오랜 기간 관찰하고 기록하며 여러 시점의 화폭으로 담아낸 그림일기 전시회가 열렸다. 20대 후반의 신예작가 박성완이 ‘공사장 그림일기’라는 제목으로 2월 1일부터 9일까지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할레광주)의 초대로 가졌던 첫 개인전이다. 컨테이너 구조물인 아시아문화마루부터가 언뜻 보아 공사장 현장사무소 같아 전시작품의 현장감을 높일 수 있었다. 작품 전체 소재가 ‘구 도청’(아시아문화전당) 연작들인데, 광주 근ㆍ현대사의 현장이자 도심의 한 복판에 자리하고 있던 구 전남도청 일대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어가고 있는 시각이미지의 기록들이다. 높은 보호벽으로 둘러진 공사장 바깥의 여러 시점에서 아주 느리게 진행되어가는 전당건립 공사현장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시선을 화폭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 2010년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이다. 특히, 캔버스나 베니어합판으로 만든 화판들은 대부분 옆으로 길게 변형된 형태들이어서 공사장 옆을 지나는 보행자가 간혹 트여진 작은 보호벽 창으로 들여다본 담장 안쪽의 모습이거나, 주변 건물에서 넓게 펼쳐진 공사장을 바라다보는 관찰자의 시야 속에 포착된 풍경으로 설정되어 있다. 옛 도청 뒤쪽의 구 도심권 넓은 공간에 오랜 세월 펼쳐져 왔던 삶의 흔적들이 지하 깊이 뿌리까지 걷어내어진 뒤 그 텅 빈 공허 속에 새로운 건축구조물들이 뼈대를 잡으며 몸집을 키워나가는 중이고, 휑한 공간에는 키 큰 타워크레인들이 마른 겨울나무들처럼 긴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들이다. 이 가운데 여러 점은 거칠고 두터운 화면질감이나 빠른 붓질의 드로잉 연작들이면서 그림 속 형체가 불분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나 전당 건립공사 자체가 내부적으로는 결코 간단치 않은 복잡다단한 과정과 갈등과 조정이 계속되어 왔지만 정작 주체가 되어야 할 시민사회에게는 마치 안개 속의 섬처럼 닫혀 있는 진행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문화마루 1층 홀의 벽에 기대어 놓은 폭 7.3m짜리 <구 도청 9>는 화판 8개를 잇대어 묘사한 대작이다. 마치 원형경기장처럼 둥글게 보호벽이 둘러쳐진 공간에는 붉은 휀스로 가려진 옛 도청 본관과 별관, 푸른빛을 지탱하고 있는 노거수 부분만이 아스라이 섬처럼 남아있고 그 주변은 상당한 깊이로 파내려간 상태에서 높직한 타워크레인들이 경기장 조명탑처럼 둘러 서있다. 또한 <구도청 1>은 도청 건물 뒤 넓은 부지가 아직 그대로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한쪽부터 각지게 절개되어 파내려져 가고 있는 상태를 뿌연 낮안개 속 풍경처럼 묘사하였으며, <구도청 8>은 작렬하는 태양아래서도 그 붉은 휀스의 도청건물 주변으로 깊은 어둠을 드리우며 구덩이처럼 터파기가 진행되고 있는 공사장을 거칠고 두텁게 펼쳐내었다. 그런가 하면 <구도청 5>처럼 지하로 파내려간 그늘진 공간에 전당 건축물 뼈대들이 제법 층을 이루며 축조되고 있는 상태를 스케치식의 거친 필선 위주로 잡아내거나, 검정 필선만으로 현장 스케치 드로잉을 연작으로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들 박성완의 ‘구 도청’ 연작은 문화중심도시의 실질적 주체이면서 관찰자 입장이 되어있는 시민들의 시선으로 전당 건립과정을 관망하며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공사장의 하루 같은 일기형식으로 공사 진행과정을 시시때때로 그려낼 만큼 공사 자체가 속도감 있게 변화하는 것도 아니어서 아주 더디게 형체를 이루어가는 긴 시간의 축적을 흐릿한 화면으로 담아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욕망에 의한 것이든, 공동체나 개인의 여망에 의한 것이든, 물리적 건조물을 이룩해 나가는 ‘공사장’은 박성완이 작업 소재로 다루고 싶었던 테마였다. 특히 여러 정치ㆍ사회ㆍ문화적 의미와 관계들이 중층적으로 얽혀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소재였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중간발표 같은 이번 전시회 이후로도 2014년 전당이 완공되기까지 남은 진행과정들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관찰하며 이 기록 연작을 완성시켜나갈 생각이라 한다. ▲ <구 도청 1>, 2010, 캔버스에 아크릴, 325x142cm ▲ <구 도청 8>, 2012. 캔버스에 유화. 182x91cm ▲ <구 도청 5>, 2011, 패널에 유화, 182x91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