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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으로 빚어낸 오월의 현장- 천현노 조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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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5-09 14:15 조회9,3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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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스물다섯 돌을 맞는 광주의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들이 곧 막을 올릴 준비들을 하고 있는 오월의 첫 주에 오월의 현장을 다큐형식의 테라코타로 빚어낸 천현노의 개인전이 열렸다.

    '5월의 희망'이라 이름 붙인 이번 두 번째 조각개인전은 지난 5월 3일(화)부터 9일(월)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무등예술관 1,2층에 펼쳐졌는데, 고대 토우나 흙놀이 처럼 손바닥만한 크기들로 황토를 주물럭거려 구워낸 인물형상들을 1층 바닥에 가득 펼쳐 놓았다. 이미 다큐멘터리 영상과 사진으로 많이 알려진 80년 당시 10일간의 오월광주 현장장면들이 마치 세월의 간격만큼 멀찍이 거리를 두고 전체를 내려다보듯 수많은 얘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계엄군의 섬뜩한 진압장면과 시민군의 처절한 항거, 도청분수대 위의 외침, 투사회보실, 주먹밥을 나눠주는 어머니들, 굴비처럼 엮인 시민군들, 짚차·버스·탱크·장갑차, 망연자실 주검의 수레를 끄는 이, 태극기 덮인 관들 앞에서 오열하는 사람들... 세월 속 망각처럼 휑한 눈과 입들로 표정을 짓고, 그 암흑의 공간 속을 자발심과 순박한 의기로 뭉쳐 버텼던 거친 숨결과 역사의 몸짓들이 스케치처럼 엮어지고 있다.

    전시장 벽면에는 주검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이 유령처럼 떠있고, 그 바탕에는 넓직한 천으로 성조기가 깔려있다. '지금은 대학생들조차도 80년 오월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어 놀랐다'는 작가는 흙과 테라코타 기법이 주는 친근한 전달방법으로 오월을 다시 재현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작년부터 이 전시를 준비해 왔던 그는 이번 오월제의 문화행사 속에 전시를 연결시켜내기에는 본인이 숫기도 없고 상황도 옛 시절과 달라 딱히 제안을 넣어보지도 못했다는 그는 오월의 공식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자신의 조형방식대로 오월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다 한다.

    한편, 2층에는 '꿈' 연작의 나무와 석고 또는 테라코타 소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시대와 사회에 맞서는 작가일지라도 정작 자기 앞 현실에 대해 작가로서 작업을 통해 제 앞가림을 타개해야 하는 현실적 대목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만큼 아래층 테라코타에 비해 작품은 훨씬 다듬어지고 단순화시킨 형상들인데, 현대조각가 중 마리노 마리니와 브랑쿠지의 작품세계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의 또 다른 조형세계를 살펴 볼 수 있다.

    조각가 천현노는 196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2004년 '자연과 호흡한 세상 이야기'(자미갤러리)에 이어 이번 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그동안 [민중, 삶, 투쟁](92, 광주 인재갤러리) [민중미술15년전](94, 국립현대미술관) [동학100주년기념전](94, 광주민속박물관) [환경과 생명전](94, 전국순회) [전남조각회전](02- 광주) [조각그룹 일탈전](04, 자미갤러리) [전국제3조각회전](04, 광주 메트로갤러리) [민족미술전](04, 518기념문화관) 등의 전시에 출품하였다.
    전남조각회, 제3조각회, 조각그룹 일탈회, 전국아트무브회, 민예총 회원이며, 동신대에 출강 중이다.

    016-886-2244 chunhl0102@yahoo.co.kr

    [200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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