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벽-뉴욕 퀸즈.광주시립미술관 교류전 > 전시비평/리뷰

본문 바로가기

전시비평/리뷰

Home > 남도미술소식 > 전시비평/리뷰
    전시비평/리뷰

    움직이는 벽-뉴욕 퀸즈.광주시립미술관 교류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5-06-17 14:22 조회12,038회 댓글0건

    본문

    이 지역 미술현장에서는 보기드문 전시회가 마련됐다. 미술관의 전시벽면을 화판 삼아 자유로운 드로잉작업이 펼쳐진 것이다. '759 Rurnning Feet : 움직이는 벽'이라 이름붙인 광주시립미술관과 뉴욕 퀸즈미술관의 교류전으로 9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하여 6월 17일(금)부터 10월 9일까지 무려 4개월 가까운 긴 기간동안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퀸즈와 교류협약을 맺었던 2003년에 광주작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건너가 그쪽에서 전시한데 이어 이번에는 광주로 그쪽 작가들 6명이 건너와 광주 3명의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꾸민 것이다. 지난 10여일 동안 각자 나누어진 미술관 벽면에 현장작업을 진행해서 6월 15일 프레오픈 행사를 갖고 오늘 정식 개관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미국쪽 작가들은 퀸즈에서 같은 제목의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가운데 Bing Lee, Patrica Zarate, Joan Linder, Chitra Ganesh, Ellen Harvey 등 다섯작가를 선별하고, 거기에 뉴욕에 체류 중이던 광주 출신 김태성을 추가하여 6명이며, 광주에서는 김희석, 박소빈, 주홍 등 3명이다.

    벽이라는 매체는 사실 일상 속에서 단절, 분리, 경계의 의미로 다가오지만 미술의 역사에서는 오도자와 이사훈의 궁궐 벽화그림 이야기를 비롯해 로마시대 벽화나 모자이크, 르네상스 때의 성당벽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과 현실주의 민중미술, 공공미술 등 예로부터 지금까지 매력적인 화면으로 애용되어 왔다.

    청년작가들의 현실이 그렇듯 대개 좁은 작업실에서 한정된 화폭에 그림을 담아내는 게 보통인데, 한 작가당 20여m 이상씩의 높고 긴 벽에 특정 주제에 얽매임 없이 맘껏 채워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작가들에게도 아주 특별한 전시였을 것이고, 게다가 전시장 현장에서 여러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바로 제작하는 과정이 여러 모로 색다른 경험이 됐을 것이다.

    참여작가들의 성향을 비슷하게 선별한 것인지, 작업과정 중에 우연찮게 분위기가 비슷해진 것인지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단색조에 선을 주로 사용하는 이미지 드로잉들이 많다. 그 중에는 이전부터 밀집 반복되는 선을 통해 얼굴 등을 묘사해 오단 김희석과, 신비와 엑스터시에 빠진 용과의 사랑을 연필로 묘사해 온 박소빈, 남아시아와 그리이스 신화들에서 착안해서 작업한다는 치트라, 마치 언덕 지형을 따라 구불거리듯 긴 철조망 울타리와 드문드문 망루들과 도입부와 끝부분에 남녀의 선정적 모습을 검은 선으로 그려놓은 조안 린더를 비롯해 벽면 중간부분을 따라 길고 굵은 검은 띠를 그리고 그 꺾어진 끝에 거울을 붙여놓은 엘렌 하비의 드로잉까지 선에 의한 벽면구성들이 대부분이다. 더불어 명상과 작업을 반복하며 아이들의 동심의 세계와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놓은 주홍의 <지구 여행자들>도 사실 선들에 의한 자유로운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선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한국의 연꽃무늬 전통문양과 서구의 공간개념을 함께 병치시켜 놓았다는 파뜨리샤, 일상 스케치들이 담긴 365개의 집을 달력 형태로 배치해 그린 김태성의 <집>, 흙색 바탕에 다양한 대중적 아이콘 모양의 픽토다이어리를 먹색으로 그려놓은 리빙의 <산과 물>도 이미지들을 담아내는 하나의 부호들처럼 그려져 있다.

    벌써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한 때 뉴욕의 상징처럼 폭발적으로 행해지던 그 흔한 낙서벽화들, 거칠고 대범한 추상표현주의 형식의 거대한 드로잉 화면, 개념미술이든 해체형식이든 자유롭게 개성을 터트려내는 벽면작업들 대신 잔잔하고 절제되며 현실과 신비감이 뒤섞인 이번 전시는 아마 동양 또는 한국의 문화전통과 정서를 그렇게 판단하고 기획자나 작가나 그렇게 작업을 진행한 듯 싶기도 하다.

    한편 개막에 앞서 광주 퍼포먼스 작가들(김광철, 임순종, 신도원, 안정)의 '신체드로잉의 정신'이 미술관 로비에서 20여분간 펼쳐졌으며, 전시기간 동안 7월 9일과 16일에도 퍼포먼스를 벌릴 예정이고, 매일 오후 2시와 4시에 작품설명회를 갖는다 한다.

    [2005.06.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Copyright 2024 광주미술문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본 사이트의 이미지들은 게시자와 협의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