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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현장에 미술심기-SAA 미용실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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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작성일04-02-17 14:09 조회9,1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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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젬마의 하루'

    그룹 [SAA](Site and Artists)의 첫 현장미술 전시가 광주 도심인 황금동 빅젠미용실에서 2월 1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평면과 설치 등 자기작업에 충실해 오던 미술인들이 작업실도 전시장도 아닌, 그리고 캔바스나 오브제가 아닌 사람을 상대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황금동 거리의 미용실을 찾은 것이다. 입구에 내놓은 전시안내 사인물조차 없다면 그냥 평범한 길가 작은 미용실일 뿐이지만 작가들의 도심 일상 속 미술심기 프로젝트의 시발점이라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어느덧 중견세대가 된 조근호를 대표로 강원, 김소운, 박용석, 신철호, 안유자, 정한울 등 일곱 명의 작가와 이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인 김현자 신민진 젬마 등 세 명이 이 미용실 프로젝트의 주인공들이다.

    미용실이라는 공간과, 미용실의 하루, 드나드는 사람 속에서 만들어지는 현장 문화를 지켜보고 얘기꺼리를 모으고 미술을 접목할만한 구상들을 다듬고 토론들을 진행하면서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고객과 미용사가 머리 만지면서 나누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한편의 시처럼 미용실 바닥에 코팅되고, 입구 카운터와 미용기구 박스와 소파에는 하얀 융단들이 씌워졌으며, 립스틱이고 젤이고 파운데이션이고 화장품들에는 형광빛으로 덧칠해진 미니어춰 인형들이 묻히거나 잠겨지고, 거울 위 장식대들에는 화려한 패턴의 네일아트 조형물이 얹혀져 있다. 그리고 천장 조명등에는 하얗게 오려진 인물 실루엣들이 줄지어 매달리는가 하면, 옷장 옆에는 컴퓨터 칩보드가 알 수 없는 반복음을 내고 있다. 그리고 개막 퍼포먼스로 손님들에게 네일아트를 시연해 준다. 물론 전시기간 중 미용사들이 손님의 머리를 만지는 행위나 대화, 이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이 전시의 내용물들이 된다.

    사각의 화폭 속에 닫힌 미술, 작업실에 묻힌 작가의 틀을 깨기 위한 작업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달라진 시대문화와 예술의 가치변화, 쌍방간의 직접소통과 감각적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작가 스스로 그리고 미술 자체의 설자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연성이 점점 커져 왔다.

    물론 화가들의 전통적인 현장탐방 스케치부터 `80년대 현실참여 미술- `90년대 이후의 공공미술- 비엔날레에서 선보여진 초등학생이나 관람객의 참여공간 만들기와 진행형 전시- 최근의 환경 생태 참여미술에 이르기까지 세상으로 향한 미술인들의 길트기는 여러 방식으로 시도되어 왔다. 하지만 대개는 작가의 시각과 입장과 예술적 형식으로 각색되고 필요부분만 차용되어 미술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일반인들의 거리감을 좁히는데 여전한 한계를 가져왔고, 제시되는 미술이었지 함께 만들고 나누고 즐기는 문화적 교감에는 늘 허기가 져 왔었다.

    귀한 것,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모아 싼다'는 의미로 '싸'이기도 한 'SAA(Site and Artists)' 모임은 2003년 3월부터 태동되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청년세대에서 중견으로 미술계 내에 위치들이 바뀌어 가는 작가 개인적 자기성찰과 함께 90년 중반의 세 차례 [광주미술제] 이후 작가들의 연대와 공동의 협업, 세상을 향한 길트기 작업들이 사라져 버린 침체된 지역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출구를 모색하는 취지로 모임을 시작해 8월부터 '현장에 뛰어 들자'는 방향설정을 하고 1주에 2차례씩 만남을 가지며 이번 첫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한다.

    그렇게 해서 판을 벌린 이번 SAA의 '젬마의 하루' 미용실 프로젝트는 개별작가 이름들이 아닌 공동의 작품이고, 미술인만이 아닌 그 현장의 주체들과 함께 진행되며, 만드는 이들만이 아닌 그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 또는 고객들에 의해 새로운 의미의 문화공간으로 채워져 간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다만 작가와 헤어디자이너 외에 대상으로가 아닌 실제 작품의 제작 주체로 고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면 훨씬 현장의 생명력을 높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실속 있는 준비과정을 위해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 프로젝트를 벌릴 생각이라는데, 시골이나 시장, 도회지... 다른 어떤 공간이 다음 프로젝트의 공간이 될지 기대된다.

    - 조인호(운영자, 미술사가)

    [200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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