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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지 만은 않은 팔순잔치-광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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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15-10-27 13:34 조회3,4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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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지 만은 않은 팔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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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 모양의 붉은색 간판 제일 꼭대기에는 ‘SINCE 1933’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건물 외벽에는 손수 그린 영화 간판화가 떡하니 그 위용을 자랑하고, 홍보 매체는 멀티비전이 아닌 종이 포스터이다. 손글씨로 단장한 오늘의 상영작’, ‘음료 외 음식물 반입금지등의 매표소 안내문에서는 자못 인간미마저 느껴진다.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하는 광주극장의 모습 중 일부이다. 세월이 내려앉은듯한 쿰쿰한 냄새가 정겨운 이곳은 의미 그대로 광주의 명소이다. 필자는 타 지역에서 오는 귀한 손님을 대할 때, 항상 광주극장을 보여준다. ‘소개한다라는 표현보다 보여준다라는 문구가 더 적합한 이유는, 이 공간의 존재가 괜스레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광주극장은 1934년 설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중 하나이다. 배급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홍수 속에서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을 고집하는 곳이며, 예술영화전용관으로서 다양한 문화적 갈증을 채워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였던 설립 당시, 대부분이 일본인 자본으로 운영되는 극장이 많았지만, 광주극장은 우리 지역 최초의 문화예술법인체이자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극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영화 상영 뿐 아니라 음악회, 연극, 판소리, 애국 강연회, 야학 등이 치러졌던 광주극장은 역사 속 암울했던 시기, 우리 예술의 지킴이로, 혹은 해방구로써 그 역할을 다했고,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문화 교류창이다. 그러나 대기업 자본과 철저히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영화 산업 구조에서 광주극장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잘 운영돼온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폐지하고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이라는 정책을 새로 시행한다. 이 사업은 전용관을 직접 지원하던 기존 정책에서 영진위가 위탁 기관을 통해 선정한 48편의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전용관들이 상영할 영화를 직접 고를 수도 없을뿐더러, 영화선정의 위탁을 맞게 된 단체도 독립예술영화와는 무관한 전문성이 불분명한 단체이다. 실질적으로 예술영화의 진흥정책이 아닌 점진적 말살 정책이며,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들은 그 선정에서 제외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 장르는 다양성이 키워드이다. 예술에서의 다양성은 곧 자유로운 문제제기이다. 그 문제제기 및 주관을 방종으로 해석할지, 아니면 공감할 만한 쟁점으로 해석할지는 향수자의 몫이다. 향수자의 자유의지에 입각한 선택의 폭을 미리 구획 짓는 일은 다분히 폭력적이며 전근대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주관을 객관화시키려는 시도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운영이 어려운 광주극장과 같은 예술영화전용관들은 생존이라는 힘든 과제를 떠안고 있다.

    어수선한 현재에서 광주극장은 개관 80년 광주극장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나름의 팔순잔치를 진행하고 있다. 시대별 명화들을 입맛대로 골라서 볼 수 있기에, 참으로 상다리 부러지는 잔칫상이 아닐 수 없다. 작년 이맘 때 즈음 필자가 기획했던, 영화를 테마로 한 전시회에서 광주극장의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의 한 섹션으로 선보였던 적이 있다. 당시 제일 인기 있는 컨텐츠로 관람객들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전시 중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광주극장이 아직도 있어요라는 놀라운 반응이었다. “그래요. 아직 살아있어요”. 아직 살아 있기에 고맙고 반가운 그곳을 보다 많은 분들이 느껴보기를 추천하며, 과거형의 공간이 아닌 진행형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기를 기원해 본다.

    - 고영재 (광주롯데갤러리 큐레이터, 전남매일 칼럼 201510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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