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소비재?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15-12-28 09:00 조회3,69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본문 예술가는 소비재?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 작가에게 있어 작업실은 창작의 팔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작가로서의 생존 그 마지노선이라 볼 수 있으며, 고정적 수입이 없는 가운데 공간을 유지하는 것은 예상 외로 고단하다. 특히 임대료가 비싼 도심에 작업실을 마련하기란 의미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나온 결과 중에 하나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지역 위주로 형성되는 창작촌 내지 문화공간이다.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공공미술프로젝트, 혹은 근래 자치단체의 도시재생의 명분과 맞물린 이러한 문화특구 만들기 현상은 예술인들이 부담 없이 창작공간을 활용하고, 또한 문화예술로써 침체된 도시를 되살릴 수 있는 일이기에, 사적으로 또는 공익적으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 비쳐진다. 지역의 유사한 사례로는 대인예술시장, 현재 진행 중인 발산문화마을 프로젝트가 있고, 아시아문화전당 근처 문화관광벨트를 겨냥한 동명동, 양림동, 궁동 예술의 거리 등의 움직임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문래동 예술촌이 그렇고, 인디문화를 꽃피운 홍대가 그러했고, 성동구의 핫 플레이스로 역할한 성수동이 그러했듯이 애써 구축한 문화공간들이 유명해지면,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일명 돈이 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그리고 전주한옥마을의 실례처럼 대규모 프랜차이즈 등의 기업 자본이 흘러 들어오면 임대료 또한 대폭 상승한다. 이에 임대료 상승이 부담스러운 기존의 문화공간, 그리고 예술가들은 그 지역을 떠나게 된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도시 활성화로 인해 외려 그 활성화의 주체가 내몰리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은 거듭 반복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살던 낙후된 지역에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지역이 재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오른 임대료를 원거주자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 현상은 대규모 상업시설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획일화로 인해 지역만의 특성과 다양성이 손실되는 문제점을 수반한다. 무엇보다 기반이 열악한 예술가들의 내몰림 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는 말처럼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은 수행주체, 즉 예술인들이 도시재생의 소비재로 전락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과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형성 노력과 더불어 무엇보다 지자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와 유관하게 지난 9월 서울 성동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선포했다.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 청년 예술인들이 모여 복합문화단지로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성수동이 자리한 성동구는, 이 조례를 근거로 주민협의체를 구성, 입점업체를 주민이 직접 심사하고 입점을 제한한다. 더불어 일정 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건물주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상생협약을 맺도록 했으며, 컨테이너숍을 활용한 임시 대안상가 조성, 임차인을 위한 마을 변호사 위촉 등 지역 차원의 현실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문화예술계에는 연중 수억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사업 기간 내 예산을 소비하기 위한 소모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급급하다.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난점이 있지만, 건물이나 창작공간 조성 따위의 유형의 자산, 혹은 하드웨어 구축이 제도적으로 묶여있는 한계 또한 확연하다. 근래 들어 226개 지방정부 여기저기에서 문화 마케팅을 외친다. 예술가를 찾고 문화를 덧씌워 자못 착한 행정으로 느껴지지만, 문화생산의 안정적인 환경을 담보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정작 문화 생산자들은 여전히 고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시린 연말연시,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논의하고 모색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 고영재 (전남매일 칼럼. 12월 28일자 / 생생문화토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