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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숲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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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롯데갤러리 작성일13-06-12 20:04 조회5,6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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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갤러리 여름맞이 기획 '대숲을 거닐다' 展

    전시명칭 | 롯데갤러리 여름기획 <대숲을 거닐다> 展

    공동주최 | 롯데갤러리, 상상창작소 봄

    전시기간 및 장소 | 2013. 6. 14 ~ 7. 17 / 롯데갤러리 광주점

    초대일시 | 2013. 6. 14 오후 7시

    참여작가 | 강행복, 김선두, 김진화, 라규채, 박상화, 송필용, 이기홍, 이구용, 장찬홍

    관람시간 | 10:30~19:30 / 전시 종료일 관람 시간은 오후 6시까지입니다.



    푸른 대숲, 그 바람 길을 거닐다!

    롯데갤러리 광주점 큐레이터 고 영 재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중에서 대나무를 예찬한 시구(詩句)이다. 일희일비 (一喜一悲)의 속세에 견주어 그 성질이 올곧은 자연의 다섯 벗, '수(水), 석(石), 송(松), 죽(竹), 월(月)' 중 선비의 굳은 결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아마도 대나무가 아닐까 싶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화재(畵材)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송죽도, 죽석도 등의 형태로 혹은 화조화의 일부로 자주 쓰였으며, 송대의 문헌에 따를 때 사군자 중에서도 가장 먼저 묵화로 그려졌다 한다. 특히 소재의 성질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기법의 특수성으로 인해 화재로써 오랜 사랑을 받아 왔으며, 조선시대 궁중 화원을 뽑는 도화서 취재에도 대나무 그림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김으로 산수화나 인물화보다 더 중하게 다루어졌다. 금번 롯데갤러리의 특별전시 '대숲을 거닐다' 展은 이처럼 전통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소재로 애용되고 있는 대나무에 관한 현재적 해석을 위한 자리이다. 더불어 남도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는 대숲을 통해 소재의 상징성을 새삼 가늠하기 위한 장이기도 하다.

    잦은 외침과 정치 ∙ 사회의 지난한 격변 속에서 사람살이의 진심을 천명해온 남도의 '민낯'은 대숲이 품은 결기와 푸르름을 닮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움으로써 단단해지는 무소유의 가치처럼, 때로는 곧은 성정 안에 거친 바람을 담아내는 그 넉넉함과 같이 대숲이 지니는 고아함과 상징미는 새삼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 9인은 수묵과 유화, 판화 등의 평면작업과 미디어와 설치 등의 입체작업에서 대나무, 대숲이 갖는 상징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했다.

    욕심을 비움으로써 더욱 푸르른 청죽(靑竹)의 위용, 혹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의 가치를 제고하는가 하면, 거센 풍파에도 꺾이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을 통해 소재가 내포하는 주제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어찌 보면 깊은 달밤 창호지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를 묵죽으로 전사(轉寫)했던 선인들의 여유는, 이것이 단순히 낭만이기에 앞서 자연의 순리에서 삶의 지향점을 찾으려 했던 일상의 다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아가 현대적인 미감으로 분하거나 전통의 미의식을 계승하기도 하는 금번 전시의 화재, 그것의 주제성은 쉼 없이 즉물적인 가치를 쫓는 우리네 삶을 다시금 돌아보는 의도이기도 하다.

    살아감의 깊은 심중은 많이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아욕(我慾)과 번뇌를 끊임없이 버리는  것에서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마디마디 비움으로 견고해지는 대나무의 올곧음과 같이, 언제고 청아한 바람길 서슴없이 내어주는 그 마음자리처럼, 모쪼록 세파에 지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 계절이 한숨 쉬어갈 수 있는 절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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