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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 성촌마을길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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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8-11-01 09:07 조회5,1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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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과 증심사를 오가는 길에 그냥 스쳐 지나다녔던 마을이었다.

    닭요리집으로는 이름도 음식의 코스도 독특한 햇살과 달빛을 찾을 때도, 무등현대미술관이 자리하고 난 뒤에도 바로 옆이고 뒤인 이 오래된 마을의 깊이를 알지 못했다.


    무등현대미술관이 ‘성촌마을에 달이 뜨다_커뮤니티 아트전’을 꾸며놨다고 했어도 들러볼 시간을 못잡고 10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신문에 났던 현장작업들 중에 벌써 두 달여가 지났으니 이미 어떤 것은 점점 빛바래져 가고 사라져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후 늦게 억지로 나의 공간을 빠져나와 마을을 찾았다.


    도심 가까이에, 늘상 오가던 길옆에 이런 구불구불 골목길과, 묵은 이끼와 넝쿨들로 몸을 덮은 아기자기한 돌담과, 별장 같은 번듯한 집들과, 때가 묵은 나무대문집들과, 온기가 사라진 빈 집,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독대, 야생화, 채화밭, 지팡이를 또닥거리며 골몰길을 오르는 등굽은 할미와, 정지에서 설거지물을 마당에 훽 내다 뿌리는 할미.. 도시 속에서 뜻하지 않게 시골스러움을 기웃거릴 수 있는 묵은 마을이 있었다. 물론, 중흥3동 아홉골처럼 이미 재개발의 운명이 정해진 마을의 만감이 교차하는 삶과는 다른 풍경들이다.


    마을이름과 연관된 성터가 있다는 내려다보고 있는 앞산이 여자의 둔부를 닮아 이 마을에는 자손들이 많았다는데,, 역시 요즘은 노인들만 많고 젊은이들은 대부분 나가 살고 있단다. 원래 있던 당산은 불에 타 없어지고 새로 심은 게 벌써 100여년 될만큼 역사가 있는 마을이지만 세상 돌아가는 흐름에서는 예외일 수는 없나 보다.


    마을에 어른 같은 어른이 계시고, 시원찮은 사람 하나 늦도록 안보이면 마이크로 방송해서 다들 나와 찾고다닐만큼 이웃과의 정과 공동체문화가 살아있다는 이 마을에, 마을사람들이 서로 자기 집에도 해달라고  반겨했다는 공공미술작업들은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많지는 않다. 그저 원래 있던 마을 분위기 속에서 당산나무거리 주변에 조심스럽게 솟대와 벽화와 몇 가지의 솜씨들을 덧붙여놓은 정도다. 이 작업을 기획하고 실행한 무등현대미술관의 뜻대로 다음단계 작업도 재원조달만 잘 이루어진다면 점점 더 얘기꺼리들을 치장해볼 생각이란다.

    그러나, 굳이 색바르고 그림 올리고 뭘 깎아 세우지 않아도 이런 마을은 이미 제 스스로 진득하게 우러나는 문화적인 윤기와 정겨움이 남아 있는 귀한 곳이다. 여전히 시내버스와 자가용들이 스쳐지나가는 큰 길로 다시 나오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 혹시 이런 마을조차도 증심사로 오르는 앞길이 재단장되고 나면 투기지역이 되거나 재개발로 상자곽 같은 아파트들이 밀고 들어오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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