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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후 전시장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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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숲바람 작성일06-06-10 09:54 조회3,8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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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해 몇군데 전시를 돌아보았다.

    근래 서울에서 작가들의 프리마켓이 하나의 대안문화로 관심을 끌고 있는 중에 광주에서도 예술시장 프리마켓전을 열고 있다는 일곡갤러리에 가봤다. '일상예술창작센터'의 첫 기획발표전인데, 이름 그대로 아기자기 오밀조밀한 생활공예소품들의 전시다. 북아트, 금속공예, 가족공예, 한지공예, 염색, 도자, 아로마비누와 지우개 등등... 다양한 품목과 장르를 함께 하고 있어 보는 재미와 친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예술시장이라는 이름에 맞게 기존의 생활공예와는 또 다른 미술상품으로써 색깔이 보여졌으면 하는 아쉬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작년 말에 문을 연 [각화문화의집]에서 미술전시가 있다해서 가봤다. 동광주I.C에서 농산물시장쪽으로 좌회전한 뒤 오른쪽으로 첫번째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30여m 앞 막다른 길에 3층짜리 북구장애인직업재활센터 건물이 보인다. 그 1층을 북구청에서 '각화문화의집'으로 운영하면서 문화관람실에 대관전을 하는 것이다. [..의 꿈 너에게 말을 걸다]라고 이름붙인 이 전시는 오창록 조현수 안태영 김수옥 위진수 양홍길 이득선 배현철 박상권 한종근 등 10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개성이 담긴 평면과 입체, 설치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새로 생긴 공간인데다, 큰 길에서 입구부터가 눈에 잘 띄지 않고, 전시를 드문드문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 사람들이 잘 찾지 않기 때문에 과연 20여일 전시기간동안 얼마나 사람들이 찾을지... 기왕 어렵게 전시 한번씩 하는 거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게 좋지 않을지... 전시공간도 넓지않고, 전시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공간이란 걸 처음부터 의식한 것인지 이전에 발표했던 작품을 내놓거나 작은 소품들한두점씩으로 전시를 꾸며놨다. 작가로서 끊임없이 작품을 내놔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요즘의 작가들 입장에서 번듯한 전시장에서 전시자료도 좀더 내용을 담아 해보고 싶었겠지만 오죽하면 이런 외진 공간을 이용하려 했을까히는 생각이 드니 또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여전히 수많은 현수막들이 겹치기로 걸려있는 예술의거리를 지나 시립미술관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사진전-앵글의 휴머니티'를 들렀다. 사진계에서 내노라하는 구본창 김중만 박하선 등 중진 중견 작가들과 김영태 이정록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함께 밀도높게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나 기존의 사진이라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 사진작업들이 새롭게 재해석되고 표현형식을 확장해 가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보여주는, 소재선택과 메시지 전달방식에서 작가적 관점과 의식을 분명히 내보이는 개성있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근래 광주에서 모처럼 접할 수 있는 무게있는 사진예술 전시임에 틀림없다.

    지하철 메트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통과 형상회의 열일곱번째 회원전을 찾았다. 역시 길다랗게 한바퀴 도는 지하철 전시장의 벽면을 따라 회원 37명과 지도교수 4분의 소품들이 한줄로 쭈욱 걸려있다. 1990년에 결성된 이제 꽤 연륜이 붙은 모임이고, 창립당시 젊은 청년작가들의 새로운 창작활동 의지를 모아 출범했던만큼 이런 연례행사 치루듯 하는 회원전은 지양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물론 마찬가지로 회원들의 어려운 창작여건 속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작품을 발표할만한 공간과 작품규모들을 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런 상투적 회원전이 오히려 젊은 작가들의 기운을 빼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전시작품들 속에 독창적 세계를 펼쳐가는 회원들의 작업들도 드문드문 끼어 있어 그런 의지들마저도 함께 묻혀 상투화되어 버릴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이어지다보면 일반 관객이나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이 전시장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생긴다.

    토요일이라는 기분부터가 좀 가벼워지는 자유로운 시간에 모처럼 전시장 몇군데를 돌고나서 왠지 착잡하고 심난한 기분이 남는 걸 어쩔 수 없다.

    [200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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