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에 교차하는 삶의 부재와 공간의 현재' 조현택의 사진작업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61.♡.217.220) 작성일19-06-30 12:32 조회2,66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빈방에 교차하는 삶의 부재와 공간의 현재‘ 조현택의 사진작업 지난 6월 20일 광주 문흥동 사진작가 조현택 작업실에서 광주비엔날레 스튜디오탐방 6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여러 도시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다보니 광주에 별도로 작업공간을 둘 필요가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의 오프스튜디오 개념과는 달리 주소지로 되어 있는 거처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토크 시작에 앞서 그가 함평 잠월미술관 레지던시 기간 중 근처 마을에 폐 정화조를 다듬어 사진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옵스큐라 공간을 만들어 줬던 영상을 소개했다. 버려진 정화조를 옮겨다 씻고 재단하고 안팎 페인트칠을 해서 작은 구멍을 뚫어주니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면 어둠 속에 바깥 풍경이 거꾸로 선명하게 투사된다. 조현택의 최근 ‘빈집’ 연작에서 재개발을 앞두고 사람들이 떠난 집이나 방치된 폐 공간들에 시시각각 변하는 말하자면 살아있는 바깥풍경이 그대로 비쳐지는 옵스큐라 작업원리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었다. 그의 초기작인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연작은 99년부터 사진수업을 받던 시기의- 말하자면 90년대 말의 세기말 정서가 팽배한 시대분위기 속에서 비교적 센 이미지들로 사진을 공부하던 영향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기보다 작가가 의도하는 이미지에 맞춰 상황을 연출해서 사진으로 촬영하는 작업들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연작 주제다. 그 때는 전시를 한다 해도 나아질 것 없는 작가생활,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번민이 컸던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당장의 생활과 작업을 위해 경제적인 수입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4대강 공사장 막일이나 무안 양파수확 등 닥치는 대로 품삯 일들을 하면서 젊은 청춘의 고뇌와 방황을 마치 비행 청소년이나 이른바 ‘노는 애들’ 같은 청소년들의 모습으로 연출해 담아낸 사진들이다. 그 무렵 고향인 나주 성벽 근처에 작업실이 있었는데, 주변 빈집들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한 실내풍경들을 접하게 되었다. 한 때 한 가족사의 둥지였던 삶의 터전이 사람들이 떠난 뒤 을씨년스러운 풍경으로 남게 된 지금의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방문에 암막을 치고 구멍을 내서 바깥 풍경이 비치게 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이곳에 살았을 사람들이 늘 바라보았을 흘러가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그들이 움직였을 안과 밖의 두 세계를 연결하는 개념이었다. 순천 드라마세트장 작업은 실재처럼 꾸며진 가상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현실감을 사진으로 담아낸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았던 허구의 집들과 가게, 거리, 마을 풍경들이 실재의 세계처럼 펼쳐져 있고, 그 곳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사진을 찍으며 흘러 다니는 사람들 사이의 묘한 세계를 관광객의 외부자적 시점과 그 공간 안에서 내다보는 내부의 시선을 교차시켜내는 작업들이었다. ‘빈집’ 작업을 위해 끊임없이 적절한 촬영대상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고, 장소가 정해지면 그 곳을 수없이 찾아가 계절과 시간대와 햇볕의 각도와 내부 음영상태 등을 계속 체크하면서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정하고, 그 순간의 타이밍이 원하는 사진으로 담겨질 때까지 반복 작업을 계속한다. 그러다보니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이 익숙해지고 얘기가 읽혀지고 마음이 통하게 되어 그 곳의 삶의 흔적들을 수거해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떠난 뒤 남겨진 생활용품, 장난감, 메달 등등 같은 사진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손때와 숨결들을 소품 삼아 사진작업을 펼쳐내는 것이다. 심지어는 철거된 집의 벽체를 그대로 옮겨 오기도 했다. ‘빈방’에 살았을 사람들의 삶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아 작업하는 것인데,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홀로 작업하다보면 마치 흐르는 유령을 포착하는 기분도 들었다 한다. 중국 북경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나가 있을 때는 빈방 작업의 연장선이면서 새로운 시도와 차별성을 찾는데 중점을 두었다. 물론 차별화나 새로운 시도의 방향이 쉽사리 잡혀지지 않는 것이어서 그런 고심하는 시간들이어도 쉬지 않고 중국의 이러저런 장소와 공간과 소재들을 사진으로 담고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해낸 작업들이 파노라마 연작이다. 수천년 역사와 급격한 현대화가 공존하는 북경 특유의 연출된 도시의 느낌들을 살려낸 사진들이다. 이 파노라마 사진들은 10월에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 스스로 작업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인물에서 공간으로 변화해 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작업에 불필요한 사람들을 점점 피하게 되고 작업하고자 하는 공간에 몰입하는 경향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진평론가 최연하는 조현택의 사진에 대해 “조현택의 ‘빈방’ 연작은 대립적인 두 세계의 상관관계 혹은 갈등관계를 사진의 본질을 따라가며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두운 방과 밝은 마당,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 옵스큐라(obscura)와 루시다(lucida), 정지와 흐름, 사라짐과 살아있음 등이 그 두가지 대립적인 두 가지 세계다… 포토-그라피는 자연과 문화, 저편과 이편의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만나있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실재를 주목해야 한다… 시간-풍경-공간을 한 이미지로 가능하게 만드는 실질적 주체인 그 ‘-사이’의 틈에서 발생하는 어떤 풍경들을 보게 하는 것… 그 속에서 끊임없이 나눠지는 어떤 운동을 조현택은 열망한 것이다.”고 평하고 있다. 조현택은 사진작업으로 현실을 해결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지만, 그가 몸을 써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으면서 그가 추구하는 어느 누군가의 증발되어 버린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고, 그런 가운데 자화상 이미지들을 테마로 한 작업도 구상 중이러 한다. 또 워낙 짧은 시간으로 흘러가버리는 전시의 아쉬움 때문에 사진집 책출판을 희망하고 있도 하다. - 정리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