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질곡 '석현 박은용의 삶과 예술' 책으로 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39.♡.28.175) 작성일19-11-23 14:36 조회2,02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한국 현대사의 질곡- ‘석현 박은용의 삶과 예술’ 책으로 출간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만 어떤 계기로 드러내어진 깊숙한 상처가 너무나도 가슴 저린 경우들이 있다. 일제강점기나 여순사건, 한국전쟁, 5·18 등 질곡의 한국 현대사 그늘이 내 주변 집단이나 개인에게서 새로운 사실로 드러날 때 참으로 비감한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다. 참혹한 역사의 생채기를 깊은 내상으로 껴안은 채 고통스런 삶을 살다간, 아니 지금도 여전히 내 주변 가까이에서 이 시대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에게 어떤 어설픈 추모나 위로, 연민도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석현 박은용(1944~2008) 화백의 삶에 파여진 한국전쟁기 가족사의 비극과 충격, 이후 타계하기까지 그분을 수시로 뒤흔들고 압박했던 고통과 내적 절규, 이를 삭히고 극복해보려는 몸부림처럼 붙잡았던 필묵의 자취들, 그런 석현과 나누었던 주변 선배·동료화가들과 지인들의 지난 시절 필적들이 한권의 책으로 묶어져 나왔다. 후배 석주 박종석이 펴낸 ≪석현 박은용의 삶과 예술-검은 고독, 푸른 영혼≫(2019, 11, 조인출판사)이다. ‘석현 박은용 기념사업회’가 발행한 이 책은 석주 박종석이 석현 살아생전부터 뜻을 세워 직접 자료들도 건네받고 관련된 것들을 찾아 모으다가 갑작스런 사후에도 다른 추모사업들과 함께 자료정리를 계속해 온 것들을 회고집 형식으로 엮어낸 것이다. 전체 590여 쪽에 이르는 두껍고 묵직한 이 책에는 석현 박은용의 출생부터 작고하기까지 생애가 습작기, 모색기, 정착기 세 단원으로 나눠져 서술되어 있다. 그러면서 서라벌예대 재학 무렵에 강연균·배동환·최정길 등 동료화가들과 고향친구 등 지인들이 보냈던 편지들, 중고교 시절의 수채화들이 상당부분 수록되고, 석현 작품의 변모과정과 활동내용들, 지면이나 방송으로 다루어졌던 석현에 관한 자료들, 정신병원을 드나들던 고통 번민의 시간들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의 추모사업들, 딸이 써내려간 회고의 글, 거기에 덧붙여 부록으로 석현의 연보와 석현을 다루었던 미디어매체들 목록, 작품소장처와 참고문헌 등이 실려 있다. 석현과 30여년 동안 가까이 지내며 그 삶과 예술을 지켜봤던 저자 박종석은 “운명적으로 불우한 삶이었지만 침묵으로 자존의 길을 지키며 치열한 예술혼의 족적을 남긴 작가”라고 석현을 회고 한다. 그러면서 “일곱 살 때 민족의 비극인 6·25 한국전쟁에 무참히 파괴되어 버린 가족사로 인해 일생 동안 성격장애로 곧 그것이 창작의 원천으로 승화”되었다며 ‘검은 고독, 푸른 영혼’이었던 석현의 삶과 예술을 통해 “생명이 소진되어 가는 전통회화사의 정신을 승계하는데 미력이나마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리라 믿는다.”고 맺고 있다. 지난 11월 20일(수) 오후 4시부터 생각상자 갤러리에서 진행된 출판 기념회에는 유족과 석현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미술계 후배작가들, 이전에 석현 박은용 기획전시를 두 차례 개최한 바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관장과 학예연구사들, 석현과 석주 지인들이 식장 가득 자리를 함께 하여 석현 박은용을 추모하고 여섯 마당의 기념공연을 올렸다. 석현의 민족사의 생채기로 피폐했던 삶과 예술에 아픔을 함께 하면서, 화가이면서 오랜 시간 공력을 들여 자료를 모아 책을 펴낸 석주 박종석의 귀한 뜻과 집념어린 노고에 감사의 마음들을 전했다. 갤러리 생각상자에는 12월 12일까지 석주 박종석의 개인전으로 ‘비가(悲歌)!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는 이름의 석현 박은용 추모전이 열리고 있다. 특히 이 전시에는 20m에 이르는 석현 박은용 일대기가 장지 채색화로 펼쳐져 있고, 이와 함께 석현의 <자화상>과 <들꽃> <흥정> 등 유묵과, 석주 박종석의 <몽중몽(夢中夢)> <굴비여여(屈非如如)> <임류(臨流)> <평화>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