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사람들-Wonderful Life’ 주라영 작업실탐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214) 작성일18-04-24 18:35 조회2,75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달리는 사람들-Wonderful Life’ 주라영 작업실탐방 광주비엔날레 월례회 - 4월의 작가스튜디오 탐방 봄비 촉촉이 내리는 4월 23일 오후 2시, 광주 계림동 오거리 갈래길 작은 상가건물 2층에 자리한 주라영 작업실에서 광주비엔날레 아홉 번째 작가스튜디오 탐방 프로그램이 있었다. 몇 년째 살림과 활동 때문에 대전과 광주를 오가면서 이 공간을 3~4년 째 쓰고 있는데, 그 동안 아무도 초대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의 내면 침잠을 위한 아지트로 사용해 왔다 한다. 은밀한 창작의 사적 공간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라 애써 정리하고 청소하고 둘러앉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많이 치워놓아 평상시 작업장 분위기와는 다를 듯 했다. 그렇다 해도 구석구석 작은 드로잉들과 소품회화작업, 그의 심볼처럼 잘 알려진 ‘달려가는 사람들’ 연작의 조각소품들, 최근 새로 시도하는 큰 캔버스 회화작업, 리일천 사진작가가 그의 개성을 살려 담아주었다는 사진들을 고루 볼 수 있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씨 때문에도 많은 수는 아니지만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김선정 대표이사를 비롯한 직원들과 동료작가, 친구·지인들, 방송국 취재진이 함께 모여앉아 주라영의 20여년 작가인생과 작업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대학시절의 모범적 학창시절 뒤끝에 일어난 심란한 방황 중에 출구를 찾기 위해 떠난 인도유학, 98년부터 2002년까지 4년여 동안 전혀 다른 세상에서 부딪친 문화적 충격과 혼돈, 그 무질서 속에 강제된 법칙 없이 흘러가는 세상, 관습으로 배어 있는 신호등과 횡단보도도 없이 마치 인생을 무질러 가로지르듯 맞닥뜨린 황망한 8차선 대로라는 세상의 강, 건너갈 엄두도 못 내고 주저하고 있던 그 때 ‘자기 속도로, 두려움 없이, 목표한 곳을 향해 가라’는 어느 중년남자를 통해 들은 계시, 그것은 용기를 내어 자동차와 짐승들과 인파들 사이로 대로를 건너고 난 뒤 문득 깨닫게 된 인생의 화두가 되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의 삶에서, 낯설게 부딪치는 일상들 속에서, 자문자답을 계속했던 ‘모든 것은 사라진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순간’과 ‘고독’ 연작들. 생명존재나 현대인의 삶의 유형들을 상징화한 애니미즘과 집단최면 등등을 드로잉과 프레스코 기법과 묽은 린시드유의 유화 인물초상이나 소품인물조각상 연작들로 표현해 내었다. 인도유학 마치고 돌아왔을 때 본래의 터전이지만 너무도 다른 세상 속도의 편차는 참으로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런 심신의 갈등을 표현한 것이 ‘달려가는 사람들’ 군상인데, 철사에 석고붕대를 감아 만든 깡마른 몸체에 검은 색을 입힌 2,000여점의 인물상들을 갤러리 공간 사방에서 첨탑의 꼭대기를 향해 경쟁하듯 달려가는 설치작품으로 2003년 처음 연출했었다. 원래는 그 인물소품들을 관람객들이 한 점씩 가져가도록 해서 전시가 끝날 때는 완전하게 비운다는 생각이었는데 실현되지는 못했고, 대신 이후 여러 전시에서 각기 다른 공간특성에 따라 여러 형태로 설치되다가 코오롱문화재단에서 전부 매입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귀국 이후 조계산 선암사 아래 시골 작업장에서 보낸 몇 년 동안 극심하게 앓게 된 번뇌와 우울증으로부터 돌연 죽음을 예비하며, 어쩌면 살길을 찾아 떠난 것이 티벳여행이었다. 욕망과 목적을 놓아버린 늘어진 생활 중 우연찮게 현장을 목격하게 된 ‘조장’이라는 경외로운 장례장면, 뼈와 살이 발라져 독수리떼들에게 던져지는 주검들을 보면서 죽을 만큼 다시 살아야겠다는 각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돌아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마음의 감옥’(Here & Now)과 ‘욕망’(beyond Here & Now) 연작을 인물소품 군집으로 풀어나가게 되었다. ‘달리는 사람들’의 연장으로 알 수 없는 출구를 찾아 허덕이며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빠삐용 모습의 인물군상들로 설치한 작품도 이 때이다. 일체유심조라지만, 마음의 감옥이라는 게 결국 인식의 감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 인식의 감옥으로부터 탈출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게 되었다. ‘beyond Here & Now’ 연작주제에서도 ‘wonderful life'는 툭툭 떨어지는 꽃송이를 보고 유한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본질을 볼 수 없다’는 그동안의 절망감 대신 비록 짧은 생일지라도 찬란하게 피었다 떨어지는 꽃과 같은 삶을 비춰내는 작업이다. 중력으로 상징된 외부 환경과 외짝 하이힐로 뒤뚱거리는 방황과 갈등 속에서도 어디론가 하염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의 형상을 오려내고 꽃사진들을 붙여 세상살이 풍경으로 벽면공간에 펼쳐놓는 작업들이다.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은 몸체를 겹겹으로 오려붙여 만든 반입체 거울면에 주변세상이 비춰지게 만든 작품들도 같은 연작의 개념이다. 작가로서 자존을 생각했던 대학 3학년 무렵부터 지금에 이르는 2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작업과 생각과 화두를 재정리한 주라영의 두 시간 가까운 발표는 참석자들이 그 진정성에 많은 공감을 보냈다. 비엔날레 작가스튜디오 탐방에 거의 매번 참석해 온 작가 강운은 “오히려 창작의 여건이 안 좋기 때문에 광주작가들이 자기 작업에 대한 PT들을 다른 지역 작가들보다 훨씬 더 잘한다”면서 “스튜디오탐방 프로그램은 작가 스스로를 재정리하는 기회가 되면서 주변 다른 분들은 물론 동료작가들에게도 자기 작업에 대해 소개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되고 있다.”고 평하였다. 주라영은 전남대학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인도 Visva-Bharati Kala-Bhavana에서 벽화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동안 인도·서울·광주·뉴욕 등지에서 12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스틸 라이프(2012, 포항시립미술관), 서울국제조각페스타(2013~201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교과서 속 현대미술을 만나다(2016, 제주도립미술관), 조형아트2016(2016, 삼성코엑스), 싱가포르 현대미술쇼(2017, 싱가포르), 조지타운페스티벌(2017, 말레이시아), Autumn Aura(2017, 뉴욕 K&P갤러리), 봄의 연가 (2018, 광주문화예술회관 갤러리) 등의 전시에 출품하였다. 광주문화예술상과 오지호미술상 특별상을 수상했고, 2007년과 2017년에 각각 중학교·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기도 했다. - 조인호 (운영자,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