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과 추상표현주의 사이’ 박성완의 작업실 탐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121.♡.42.65) 작성일19-03-13 13:12 조회2,609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리얼리즘과 추상표현주의 사이’ 박성완의 작업실 탐방 3월 12일 광주비엔날레 작가스튜디오탐방 리뷰 화가 박성완은 스스로를 리얼리즘과 추상표현주의 사이에서 그림의 위치를 모색하는 ‘회화장인’이고자 한다고 소개하였다. 그는 자연과학을 기초로 한 괴테의 ‘색채음영’ 이론과 인상주의 회화에서도 모네의 색채, ‘시간철학, 물질과 기억’ 등으로 대변되는 앙리 베르그송의 현상학적 관점, 남도의 약동하는 생명력과 자연의 빛을 감흥 넘치는 회화세계로 담아낸 오지호 화백의 현대회화론 등을 되새기며 ‘현재적 토착회화의 기본을 재구축’ 해 보려 한다고 하였다. 사실 그가 지난 10여 년 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보여줘 온 그림들은 한 화폭 안에서 이루어지는 색채들의 절묘한 조합과 이를 제 위치에 순발력 있게 올려내는 붓놀림이 두드러진 표현성 강한 인상주의 유형의 회화들이었다. 그의 그림의 화제는 대부분 일상과 주변의 풍경·인물들이다. 그러면서도 그림 그릴만한 꺼리로서 소재보다는 구도를 우선한다. 일상 속에서 마추치는 그 때 그 때의 풍경들에서도 눈에 보여지는 한 장면으로서 소재나 거기에 부여할 의미·내용보다는 그림으로서 구조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 이를 화폭에 옮겨낸다. 화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계절과 시간대별 도시의 풍경들, 가장 많이 집중했던 아시아문화전당 공사과정과 현재 주변과의 모습, 말레이시아 페낭 레지던시 체류기간 중 접했던 이국이면서도 어디나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의 현장들이 그렇게 포착되고 화폭으로 옮겨진 일상의 기록이자 흔적들이다. 그림으로서 구도와 화면의 구조, 색채와 필촉의 맛을 우선하는 박성완의 그림들은 그래서 늘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푸른 생기 싱싱한 녹음이나 노을빛 장엄하게 물든 풍경, 레미콘 트럭 드나들고 타워크레인이나 펌프기둥 높이 뻗은 분주한 공사장, 왁자하고 질펀한 시장골목, 비린내 그득한 해변 어촌마을 등등은 그렇다하더라도 일촉즉발 시위 현장이나 군중의 열기가 한껏 달아오른 광장의 거대집회, 시시각각 절박한 세월호 침몰모습을 다룰 때도 그는 이들을 대상화해서 바라보는, 그림으로 묘사해내는 화가의 위치에 서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백색 절제된 색채와 간략한 필치로 사건현장의 요체를 화폭에 압축해낸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사망사건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접한 뉴스보도에서 시위현장에 여러 기자들이 뒤섞여 취재 중이었는데, 백남기씨가 쓰러지자 순간 카메라를 내려놓고 달려들어 백씨를 구출해내는데 뛰어드는 기자와, 이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는 기자가 있었다. 같은 상황, 한 현장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두 모습을 보면서 그는 화가로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많이 생각했었다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가 스스로 재확인한 화가로서의 태도는 현장의 참여자이기보다는 한걸음 거리를 두고 전체 상황을 객관화해서 종합하고 그 핵심을 회화로 옮겨내는데 둔다는 것이었다. 설령 그런 그의 생각에 양비론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서로 다른 각자의 역할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들 가운데는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나 주변 인물들과 더불어 시사성 짙은 소재들까지 엄청난 작업량만큼이나 다뤄지는 소재도 광범위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직접 접했거나 현장에 있었던 것들만은 아니다. 그림 그리는 전업화가라는 직분을 우선하는 그가 세상의 수많은 현실·현장들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눈에 들어온 현장 소재들의 스케치와 사진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이러저런 이미지들을 많이 활용한다. 실재로 물감찌거기들 두텁게 덧쌓여 기름기 휘발되지 않은 파렛트 옆 작업대에는 큼직한 TV모니터가 자리하고 있다. 그가 직접 만난 현상들 외의 바깥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에서 그림의 소재를 취해내고, 그 순간 붓을 드는 경우도 있지만, 밑그림 식으로 구도를 잡고 기본 색채들을 올려놓은 뒤에 긴 시간 그림다워질 수 있게 삭혀서 자신의 회화로 옮겨내곤 한다. 실재로 그의 화실에는 여기저기 크고 작은 이젤들에 여러 개 세워져 있고 각각 작업이 진행 중인 캔버스작업들이 올려져 있다. 가급적 그림 그리는 일에 집중하려는 그의 일과에서 이들 여러 개 함께 벌려 놓은 캔버스들을 무시로 들여다보다가 필요를 느길 때 붓을 대어 색을 더 올리거나 적절한 정도의 필촉들로 그림을 더 이루어 나간다. 질문에 대한 답이었지만 처음에 기본을 잡아 어느 정도 그려놓은 그림은 이후 작업을 더 진행하는 것이지 대폭적인 수정·보완은 거의 없다 한다. 그럴 바에는 아예 색을 덮어 다른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2015년에 박성완은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 3개관 전부를 빌려 8m가 넘는 대작을 비롯, 120여점으로 야심차게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물론 그 이전 아시아문화전당 공사장 앞 쿤스트할레에서나 롯데갤러리, 생각사장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 때도 늘 의욕과 열정에 넘쳐 있었다. 그림의 크기나 물량 면에서도 그렇지만 화폭에 담겨진 붓질의 흔적과 색채들과 화가의 눈으로 일상을 대하는 시각들에서 충분히 이를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온통 이미지이고 묘사 꺼리들일 수도 있는 세상에서 어느 순간 눈에 들어 선별되어지는 소재와 보여지는 대상으로서 현상, 물리적 실체에 충실할 수도 있다. 그 대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각과 그림의 요소들로 화폭에 조율해내는 작업이 박성완의 회화세계이다. 그는 가끔 큰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대걸레만한 큰 붓으로 안료를 휘둘러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다 한다. 어떤 면에서는 작업 방식이 그 때 그 때의 포착과 즉흥과 인상과 시지각들을 충실히 담아내는 그림놀이 같기도 하다. 뛰고 나는 작가들 가운데는 스스로 정립한 예술론이나 사회와 예술에 관한 이데올로기,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시각효과와 통념을 일갈하는 표현장치들로 스타아티스트를 꿈꾸는 쇼맨십이 없지 않다. 그런 현대미술 판에서 박성완의 그림그리기는 참으로 소박하고 자족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가 지향하는 세상과 시대의 관찰자이자 일상의 기록자로서 자기절제와 화폭의 조율사, 회화장인도 마땅히 중요하다. 하지만 십여년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유지되고 있는 그의 회화작업들이 그동안 다져진 뛰어난 색채감각과 몸에 밴 테크닉들과 그림에 대한 열정을 기반으로 대중의 공감 이상의 독창적 예술적 성가를 이루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왕 작업실을 도시에서 약간 벗어난 널찍한 물류창고로 옮겨 왔으니 이곳에서 다음 단계 작품세계를 집중해서 탐구해보면 어떨까 싶다. * 2018년 가을에 새롭게 옮겨 온 박성완의 작업실은 창평과 담양 봉산면 잇는 한적한 시골길의 유곡리 기동마을 옆 물류창고단지 맨 안쪽(창평로 227-16)에 자리하고 있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