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일상과 의도된 우연의 기록-이세현 작업실 탐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214) 작성일18-09-20 14:05 조회6,48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무작위 일상과 의도된 우연의 기록- 이세현 작업실 탐방 광주비엔날레 작가스튜디오탐방 / 9.19 대인시장 스튜디오 덤 광주비엔날레가 매달 진행하고 있는 작가스튜디오탐방의 9월 프로그램이 대인시장 안에 자리한 이세현 사진작가 작업실에서 있었다. 9월 19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정도 진행되었고, 선후배 동료작가들과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김선정 대표이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비좁은 작업실과 문밖까지 많이들 함께 했다. 대인시장 안에서도 생선가게들이 모여 있는 회센터 길 아담한 공간을 세 들어 사용하는 ‘덤’ 작업실은 폭이 좁고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는 구조다. 험한 상태지만 바깥활동이 많은 사진작업의 특성상 굳이 넓을 필요도 없는 그의 안온한 아지트다. 머리를 낮추고 입구를 들어서면 벽에는 그가 일상의 흔적들로 모아놓은 소품이며 한때 이동수단 파트너였던 자전거도 붙어있고, 선반에는 포장된 작품들이 켜켜이 올려져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2층에는 빼곡하게 채워진 책꽂이와 묵은 장롱이 마주하고 안쪽 창가에 느와르 영화에서 는 것 같은 싱글침대가 자리한다. 여기서 먹고 자고 했었는데 결혼하면서 집을 마련해 거처는 옮겼다 한다. 3층에는 상자로 뭉치로 짐들이 쌓여져 있다. 이번 스튜디오탐방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모처럼 크게 한번 정리를 한 상태라 한다. 구겨진 천을 늘어뜨린 스크린에 P.T파일 영상으로 초기작업부터 요즘까지 이미지들을 보여주면서 시절 따라 이어져 온 작업과 생각과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었다. 대부분 지금까지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초기부터 이전의 작업들이거나 작가생활의 흔적들이고, 낯익은 돌 던져 올리기 같은 최근 작업 일부를 뒤에 붙여 얘기했다. 그의 초기 작업은 기자가 되고 싶었던 수업기의 생각대로 태안기름유출 사고현장이나 노무현대통령 서거 등의 사회·역사적인 장소들을 쫒아 다니는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몽유병 환자처럼 낮이든 한밤중이든 카메라를 들고 쏘다니며 무시로 접하는 자신과 주변 일상의 무작위적 기록들을 남겼다. 특별히 작가정신이나 사진창작의 자기규범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세상풍경과 표정들, 모습들을 눈에 들어오는 그대로 카메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일상을 따라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담아놓듯 생수병, 영수증 같은 생활의 흔적들도 삶의 기록으로 모아놓고 벽에 붙여가며 수시로 거울 보듯 들여다보는 일상과 습관과 작업 사이에서 시간들이 이어져 왔다. ‘술’이나 ‘게이문화 현장’ 같은 어떤 주제전시의 권유가 있거나 무엇을 찍고 싶어지더라도 그저 일상의 놀이처럼 그와 관련된 것들을 찾거나 상황을 만들어 눈에 담듯 기록해 놓은 식이었다. 거대한 벽면에 방문자들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포스트잇에 써서 아무대고 붙이도록 하고, 그들 사이사이에 작가 본인이 찍은 이미지들을 넣어가며 작가와 관객의 관계가 아닌 함께 놀이판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였다. 또한 초대받은 전시의 공간을 한 달간 작업장으로 쓰면서 자기작업과 시시때때로 남겨지는 소소한 것들, 방문자들과 나눈 커피 한 잔 담소의 찌꺼기들 같은 일상의 흔적들로 작업노트 같은 진행형 전시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는 중에서도 장소와 현장성의 기록들이 작업의 큰 맥락을 이루고, 의도적 관심과 계획된 작업으로 실행에 공을 들이는 주제작업들이 되었다. 특히 역사적인 장소에 더 자주 초점이 맞춰지곤 하는데, 대개는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의미부여 되거나 인물과 관련된 곳들이다. 시간 따라 세월 따라 그대로인 듯 변해가는 듯 늘 그곳에 있는 특정장소를 배경으로 돌을 허공에 던져 올리며 그 장소의 의미를 띄워내면서 현장에서의 순간의 현재성을 기록해내는 작업들이다. 남북분단의 현장, 기념비적인 동상이나 신상들, 일본 군함도 같은 제국주의 만행 현장, 5·18 현장, 레지던시 기회로 머무르는 이국 타지의 주변풍경 등이 그런 일련의 장소성의 공간탐색들이었다. 그는 10여 년째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맨 먼저 자기 얼굴사진 찍기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사진으로 자기의 현재를 확인하면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심지어 사고가 났을 때도 카메라부터 찾아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된 자기 얼굴부터 촬영해 두기도 했다. 매일 일기를 써가는 하루하루의 초상, 그것들이 모아지는 삶의 기록, 앞날과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한 현재의 반추이자 확인인 셈이다. 작업에 대한 소개 발표 뒤 참석자들의 간단한 평과 소감, 답변들이 이어졌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