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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의 번뇌와 희망나무 심기; 이인성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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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214) 작성일18-11-01 18:58 조회2,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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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의 번뇌와 희망나무 심기; 이인성의 작업실

    광주비엔날레 작가스튜디오탐방

     

    10월이 다 저물어가는 30일 밤 광주비엔날레가 진행하는 작가스튜디오 탐방 프로그램으로 이인성 작업실을 찾았다. 월산동 수박등으로 이어지는 비탈진 주택가 상가 1층이 그의 아지트였다. 가게 앞 칸은 그가 쓰고,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2년차 신혼인 그의 아내 성혜림의 작업공간이다. 서너 평쯤 될 듯한 아담한 공간에 작은 소품들이 이젤에 올려져 작업이 진행 중이고, 벽에는 드로잉과 소품들이 여기저기 올려져 있는가 하면, 한쪽에는 그동안의 작업들이 선반 위아래로 켜켜이 세워져 있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오로지 그 자신만을 위한 확실한 장소로서 아지트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스튜디오 탐방프로그램 기회에 그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동료작가와 후배들, 광주비엔날레 김선정 대표이사와 직원들, 소식을 접하고 찾아온 일반인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그리고 작가 프레젠테이션으로 대학시절 미술수업기부터 대학원을 거쳐 레지던시 입주작가 생활과 함께 화단에 등단한 이후 최근까지 작품들을 그때그때의 세상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내면 이야기들을 그림일기처럼 풀어온 흐름들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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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학번이라는 그의 세대문화였던 힙합과 클럽문화를 즐기면서 그라피티와 바스키아, 키스 헤링 작업들을 탐구하기도 하고, 외적 소재들을 차용해서 자기 이야기를 얹어 표현성 강한 그림들을 계속 이어왔다. 클럽의 세계는 얼핏 소우주 같기도 하고 그 곳에서 목격한 여러 모습의 희노애락들이 작품의 꺼리로 스며들기도 했다. 방황하는 시기에 예술과 현실과 삶의 현재들이 엉켜 막막함과 고뇌도 많았고, 어느 땐가는 밥그릇을 받고 울컥 목이 메여 예술 초년생으로서 존재 이유와 한 끼의 의미에 마음 아리게 속울음을 <울음>에 담아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말대로 다분히 은유적 서사가 강하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소재들이 내포하는 속 얘기들을 쉽사리 드러내기 꺼려하는 듯 모호한 복선들로 깔려있다. 그러다보니 외부자의 시선으로 그걸 읽어낼 단초를 찾아 실마리를 풀어내기가 간단치 않다. ‘아지트는 대학원 졸업 후 입주한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스튜디오 시절 무렵 그가 즐겨 다루던 연작 주제였다. 흑백으로 바깥세상과 일정한 경계를 두는 듯한 화폭의 구성들은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고 싶은 시기의 불안정한 심적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 현실로부터 돌파구를 찾기 위해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에 응모하고 선발이 돼서 타국으로 나가 사는 기간은 또 다른 외적인 것들과의 부딪힘과 고뇌, 자기 안으로 침잠의 시간들이 되었다. 낯선 땅, 언어소통의 한계, 아침이 밝아 와도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함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땅에서 무언가 작업의 방향을 찾기 위해 지원되는 입주기간 이후 1년을 더 버티면서 암중모색으로 회화세계를 탐구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 같은 수업기부터 입문기 일련의 경험들이 그림일기 형식으로 내면의 독백들이 더 깊어지게 했을 수도 있다.

    암울한 회색조 화폭에 각기 다른 생명상태로 늘어선 <화분>들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가 하면, 어느 건물 그늘진 어둠 아래 서성이는 <경계의 사람들>이나, 늦은 밤 홀로 빈 벽에 테니스공을 쳐대는 사람, 짙은 어둠의 바다 위 낡은 뗏목을 타고 삶의 목적을 건져내기 위해 그물을 걷어 올리는 어부와 망망한 어딘가의 희망봉을 찾아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선장이 있는 <뗏목위의 두 사람>도 사실은 둘 다 자신의 내면초상이기도 하고, 양면성을 가진 자신 또는 아버지와 함께 <나무 심는 사람들> 풍경에서 그의 그림 속 얘기들을 읽어내는 모스부호 같은 단초들로서 주황색 둥근 점()들을 드문드문 뿌려 놓거나, 등뒤로 연을 들고 있는 자신에게 희망과 목표의식을 일깨우는 주황색 공을 건네는 아내를 <아담과 이브>로 설정하는 등의 거친 필치 그림들이다.

    그의 작품에서 나무 심는주제가 많다. 식목일 다음날이 생일이기도 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지만 지금의 희망으로 내일의 나무를 심어간다는 잠재된 의식의 표출로 보여진다. 이 가운데는 <아버지의 목발>처럼 남은 여생의 버팀대일 수도 있는 자금을 지원해주며 그의 불투명한 예술의 길을 지지해 주고 희망을 주고자 하는 가족에 대한 감사와 책무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의 마음을 담아내기에 자연스러운 회화 작업이면서도 그 사각 평면틀의 범주를 벗어나서 객관화시켜 볼 생각으로 잠시 설치형식으로 작품을 발표해 보기도 하고, 그 자체 사실이면서 추상적 이미지를 보이는 완전한 평면성의 사진작업으로 표현을 대체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의 탐색과 우회를 거쳐 최근 다시 회화작업으로 돌아오고, 이전에 다루었던 테마를 되뇌어 다른 방식으로 화면에 올려보기도 한다. 녹녹치 않은 현실 속에서 늘 형광빛 주황색 점들처럼 목표와 희망을 재다짐 해보는 지금 이때, 곧 맞이하게 될 그들 부부의 2세 작품과 함께 새 희망의 장을 풀어나갈 방도를 찾고 있는 중이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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