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할 듯한 공존과 그 층위 사이 서사; 오용석 작업실 탐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214) 작성일18-05-17 14:54 조회2,83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불가할 듯한 공존과 그 층위 사이의 서사 ; 오용석 작업실 탐방 광주비엔날레 월례회 5월 작가스튜디오 탐방 2018.05.16 광주 각화동 시화마을 작업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월례회로 진행하는 ‘작가 스튜디오탐방’ 5월 순서가 16일 오후 오용석 화가의 작업실에서 있었다. 각화동 시화마을 안길 작은 3층 건물의 1층 가게공간을 작년부터 작업실로 쓰고 있다. 그의 작업은 주로 인간신체와 주변 것들, 공존 불가한 것들의 공존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비가시적 언어들, 물질과 비물질, 신체와 언어, 현상과 사유, 이미지와 서사의 관계 등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수집 축적하고 해체·조합하며 회화로 풀어내는 방식들이다. 아직 십여 년이 채 안 되는 작가로서 활동기간이지만, 그동안의 관심사와 작업 흐름을 요약해서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하고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오용석의 2012년 개인전 '성스러운 밤'의 전시작품 일부 (광주 롯데갤러리) 초기인 2011년경에는 신체의 언어보다는 ‘폭력’에 관한 이미지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면서도 국가권력이나 공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나 거대주제들에서 점차 사적영역이나 개인적 차원의 몸과 욕망과 관계들에서 읽혀지는 비언어적인 언어에 관심이 옮겨가게 된다. 2012년에 광주 롯데갤러리 개인전 때 선보인 <Holy Night>(2012)는 폭 1.8에 길이가 12m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전에 사용했던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콜라주형태로 섞어 내러티브에 비중을 두고 서사적 파노라마형태로 펼쳐낸 대형 화폭이었다. ‘Holy’라는 것도 성유물에서 끌어온 의미이면서 성스러움 속 혐오스러운 요소들이 있을 수 있는데, “혐오스러울 수 있는 것을 성스러운 것으로 올려놓는 게 진정 성스러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 2015년 광주 신세계갤러리 개인전 때 작품 일부 이 같은 여러 함의들을 해체하고 조합하고 중첩시켜 한 화폭에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해내는 작업과 더불어 이와는 전혀 상반된 방식의 이미지 서술법이 일종의 ‘기억저장소’라 말하는 두루마리 스크랩북 작업이다. 특정한 서사적 맥락을 이어가며 한통의 작업이 나의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을 거라는 이 방식은 관람자가 전시벽면에 제시된 일정한 틀 속의 이미지를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바라다보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탁자 위에 놓인 두루마리 그림통을 양쪽 어느 방향으로나 돌려가며 작가가 스크랩을 하듯 모아놓은 이미지와 텍스트들을 읽어가는 거다. 그 두루마리에는 작가가 수시로 인터넷 서핑을 통해 채집한 재료들 가운데 전체 맥락에 맞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골라 엮어놓은 것이다. 이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로 회화작품을 제작할 때 버려지거나 덮이는 생각들, 아니면 금지된 것, 사적인 것들까지 필요에 따라 끌어들여 배치하고 드러내는 이미지 읽기이다. 그의 작업에서 주된 소재인 신체는 “감각이 발현하는 곳”이면서 그 내부에서 돋아나는 욕망·사랑보다는 그 신체와 관련되어지는 주변요소들과의 관계에 더 생각의 비중을 두고 있다. 어떤 경우 문학작품에서 발상을 얻을 때도 있는데, 그 문학 속의 이미지, 텍스트에 대한 해석의 층위들을 열어두는 것이 작업의 기반이 되곤 한다. 인터넷 서핑에서도 서로 상반되거나 충돌하는 것들, 공존 불가할 듯 한 것들 사이의 상반된 이미지와 대비, 다른 요소들 간의 조합을 염두에 두는데, 이전에 형상을 찾았다면 요즘은 이미지의 연상에 관심을 더 두고 있다. 전체적인 작업에서 이전보다 칼라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미부여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생긴 현상인 것 같다.”고 답하였다. 올해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출품할 작품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세상의 이미지와 언어와 사유의 층위들을 어떻게 화폭에 올릴지를 계속 고민 중이고, 관련한 리서치 과정이라 한다.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듯 탐구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오용석 작업실의 소품들 “욕망과 사랑 사이… 그 무대 안에서 각각의 공존 불가능해 보이는 층위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부유한다. 하지만. 정작 유의미한 것은 그 층위의 사이들이다. 그곳에는 어디에도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기에 발버둥치는, 안정을 얻고 싶지만 고착되기를 거부하는, 피로에 지친 아우성 같은 불꽃들과 침묵이 버티고 있다.” 드러낸다는 것, 쉼 없이 어른거리는 생각과 안의 것들을 어떤 언어로 규정지어 표현해낸다는 것이 불확실한 상태의 노출일 수 있어 글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그가 이번 작업실 탐방 유인물로 전한 작가노트의 일부이다. 화가 오용석은 1999년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지만 수많은 사람을 현장에서 관계하고 다루는 토목은 그에겐 너무 거대한 세계였다 한다. 이 때문에 정작 토목공학 일이 아닌 여러 직업과 분야들을 접하며 인생수업기를 보냈고, 늦게나마 화가의 길을 택하여 2008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예술사과정, 2010년에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2012년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성스러운 밤’이라는 주제로 열었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2년 독일 바트엠스 쿤스틀러하우스 슐로스 발모랄과 고양 국립창작스튜디오에서 오픈스튜디오, ‘우리를 위한 셋’(2015, 광주 신세계갤러리),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2015, 서울 플레이스막), ‘홀리 그레이’(2017, 부산 공간힘) 등의 전시회를 가졌다. -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