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옥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118.♡.116.185) 작성일19-01-07 17:18 조회2,706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백종옥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출간 - 도시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도시에 필요한 것은 여백의 공간을 지어 올리는 것” 광주를 기반으로 독립큐레이터 겸 미술비평가로 활동하는 백종옥의 책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이 출간되었다. ≪잠에 취한 미술사≫(2017, 미술문화)에 이어 두 번째 저서로 2018년 12월 31일자로 반디에서 펴냈다. 이 책은 2002년부터 10년 넘게 머릿속에서 구상하다 2016년 초부터 집필에 들어가 2017년 말 탈고를 했고, 이듬해 출판사를 찾아 봄부터 출판작업을 진행, 해갈이에 맞춰 세상에 나왔으니 16년여에 걸친 길고 긴 노작인 셈이다. 저자는 독일유학시절 베를린의 공공미술을 긴 시간동안 여러 차례 찾아다니면서 각 작품들의 장소성,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 조형물들이 어떻게 유지, 관리되는지 까지를 통시적 시점에서 바라보았다. 또한 기념조형물들의 역사적 배경과 설치의도와 제작과정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관련 문헌과 자료들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정리했다. “도시에 필요한 것은 여백의 공간을 지어 올리는 것”이라 말하는 저자는 “그 기념조형물은 대부분 역사적인 기억을 품은 장소에 밀착된 느낌을 준다. 광장의 지하에 숨은 듯이 설치되어 있거나, 광고판, 버스 정류장, 기차 승강장, 보도블록 등 도시의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처럼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또 공원처럼 조성되어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체험하고 머무를 수도 있으며, 베를린장벽처럼 동서 분단의 유산이지만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된 곳도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풍경과 단절되지 않도록 제작, 설치된 방식을 나는 ‘도시의 피부에 스며드는 형식’이라고 오래전부터 정의해왔다. 이런 형식이야말로 기념조형물이라는 ‘예술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적절하다.”고 프롤로그에 쓰고 있다. 결국 기념조형물이란 ‘예술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것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예술적인 방식’에 이어 저자가 선택한 베를린의 10개 기념조형물들을 각각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다. 즉, 1. 전쟁의 비극을 묵상하는 신위병소, 2. 분서의 흔적, 텅 빈 도서관, 3. 홀로코스트를 추모하는 풍경, 4. 죽음으로 가는 역에 각인된 역사, 5. 작은 역사들을 위한 길바닥 추모석, 6. 히틀러에 대한 저항을 기억하라, 7. 버스 정류장에 새겨진 악의 평범성, 8. 냉전의 추억, 체크포인트 찰리의 빛상자들, 9. 추모공원이 된 베를린장벽 지역, 10. 벽화들의 축제,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등이다. 아울러 에필로그와 참고문헌, 기념조형물과 장소 목록 등이 덧붙여져 있다. 책의 몇 군데 발췌 책의 내용 가운데는 “시간이 정지된 듯한 텅 빈 공간이 사람을 압도한다. 그 텅 빈 느낌은 중앙에 놓인 피에타(Pieta) 형태의 조각상 때문에 더 강조되는 듯하다. 크지는 않지만 육중한 느낌의 청동상에서 배어 나오는 강렬한 기운 때문인지 여백의 빈 공간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리고 천장의 둥근 창을 관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청동상의 형태와 벽의 질감을 살려낸다. 사람들은 대부분 발걸음을 멈추고 깊은 침묵 속에서 공간을 응시하게 된다. 은연중에 추모의 묵상과 기도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18쪽) “사각형 투명 유리창 아래로 보이는 밀폐된 공간의 모든 벽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하얀 책장들이 설치되어 있다. … 투명 유리창은 하늘의 변화와 주변의 건물을 반사한다. 그 위에서 사람들이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서 지하 도서관을 굽어보고, 그들의 그림자가 도서관의 하얀 책장에 어른거릴 때 이 기념조형물은 완성된다.”(43~44쪽) “소란하고 현란한 도시일수록 명상적인 공백과 여백이 사람들에게 감성적인 울림을 줄 수 있다. … 공공장소에선 자꾸 무언가 채우고 치장하고 덧붙이는 것보다 많이 비워내고 덜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한 작업을 공공미술의 형태로 추진해도 의미 있을 것이다.”(49~50쪽) “모든 특별열차에 대한 기록들은 이 장소에서 벌어진 역사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실제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추상적인 공감이나 관념적인 이해 그리고 형식적인 애도를 거부한다. … 그 승강장에 깔린 186개의 철판 위를 한 걸음 한 걸음 딛을 때마다 186개 각각의 추모비를 만나는 셈이 된다. 오래된 선로의 기억은 그렇게 되살아난다.”(88쪽) “버스정류장 뒷면 중앙에 적힌 글귀가 사람들을 생각으로 이끈다. 긴 울림을 지닌 짧은 문구… 그렇게 버스정류장은 기억의 매개체가 되고,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잠시 동안이나마 과거에 대한 정보와 함께 있다가 떠나간다.”(158~159쪽) “세계의 예술인들이 모여 자유로운 벽화 축제를 벌이면서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은 화합과 통일의 기념조형물로 승화되었다. 죽음의 경계선은 예술의 벽이 되어 자유로운 지구인들의 순례가 이어지는 하나의 성지로 변모했다.”(227쪽) 서평 이 책에 대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서울시 공공미술위원장인 안규철 작가는 “조각의 역사는 시간의 파괴와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의 역사다. 돌과 쇠붙이로 만들어진 동상과 기념비는 유한한 권력의 자기과시를 넘어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정체성을 보존하며, 지난 시대의 기억을 후대에 전해준다. 최근 유럽에서 실현된 대표적인 기념비와 기념공간들을 연구한 이 책은 기념비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중요한 시대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또한 고려대학교 사학과 최호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념의 공화국’ 베를린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을 얻는다. 이 책은 독일이 걸어온 길이 아니라, 독일이 걸어갈 길을 보여준다. 기념의 홍수 속에서 기억의 갈증에 시달리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까다로운 기념과 조형의 세계를 적확하게,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일상의 언어로 설명한다.”고 평하였다. 저자소개 저자 백종옥은 목포출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귀국 후 서울·익산·광주 등 한국 현대미술과 문화현장에서 10여 년간 기획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에 공동큐레이터로 참여했다. 현재 광주에서 ‘미술생태연구소’를 운영하며 전시기획, 공공미술프로젝트 등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서양미술사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잠과 관련된 작품들을 골라 엮은 ≪잠에 취한 미술사≫(2017, 미술문화)가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