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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하는 오픈스튜디오- 강운 작업실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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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214) 작성일17-08-09 20:38 조회3,3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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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하는 오픈스튜디오

    쌓고 비워내는 공(空)의 세계-강운 작업실에서 진행

     

    계림동 옛 시청 자리와 계림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강 작가의 작업실에서 88일 저녁, 오픈스튜디오가 마련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창작 산실이었던 이곳에서 얼마 후 대인시장 옆으로 옮겨갈 예정인데, 그의 계림동시기를 접기 전에 작업공간을 공개한 것이다.

    이 오픈스튜디오는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신임 김선정 대표이사와 지역작가들이 만난 자리에서 오간 얘기가 실제 실행으로 옮겨졌다. 광주비엔날레가 국제적으로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주요 시각예술 행사이지만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광주미술계의 성장과 활성화에도 좀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따라서 한 달에 한 번씩 희망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 작업과 작품활동에 대한 생각과 활동에 관해 얘기들을 나누고 서로 발전적인 기운을 북돋워가자는 취지다.



    그렇게 시작된 어제 첫 강운의 오픈스튜디오에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과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한 재단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시내 큰길가 모퉁이에 있는 강운의 작업실은 오래된 건물의 지하 1층과 4층을 함께 쓰고 있다. 지하공간은 창고처럼 층고가 높고 넓게 터내어 큰 작업을 하기 편하게 돼있고, 4층은 여러 작은 방들을 소품작업과 수장고, 서재 등으로 나눠 쓰고 있다. 위아래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있거나 몇 점 내걸어놓은 작품들로 그의 전체적인 작업유형과 흐름, 작업에서 주로 관심을 두는 부분과 특징들을 살펴볼 수 있다. ‘구름연작 가운데 한지조각 겹쳐 붙이기 방식과 필촉의 효과를 살려내는 붓작업들, ‘물 위를 긋다에서 길에 내려 긋는 일획과 반점처럼 스미고 번지는 일점 작업들, 마른잡초 같은 식물들을 그대로 화폭에 붙여 은은한 천연염색 바탕과 조화를 꾀한 작품 등등으로 몇 갈래 작업패턴이 보여진다.

    특히 강운의 구름연작 가운데서도 염색종이를 겹쳐 배접한 캔버스에 잘게 자른 한지조각을 하나하나 겹쳐 붙여가며 하늘의 너른 공간과 공기의 흐름을 따라 구름형상을 이루어가는 작업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우리식의 동양적인 감성을 담아낼 방법을 찾던 중에 우연찮게 표구점에서 배접과정에 만들어지는 한지의 겹침 효과와 시간의 퇴적 흔적들을 보면서 발상을 얻었다 한다. 반투명하게 얇은 한지를 아주 작은 크기로 잘라 붓끝으로 한 점씩 붙여 올리는 집중력이 필요한 노작과정에서 오히려 무념무상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한다.

    작업실 이젤과 한쪽으로 세우거나 걸어둔 크고 작은 화폭에는 예의 작은 한지조각들이 무수히 겹쳐져 허공의 흰 구름들을 담고 있다. 화폭의 상 하단 위치에 따라 종이조각들의 사각이나 마름모꼴 모양도 겹쳐지는 정도도, 흐름도 달리 구성되어 있다. 대기의 상·하층부에 따라 다른 중력의 작용과 공기 밀도의 차이들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 한다.

    특이한 것은 아사천 캔버스에 염색종이를 발라 붙여 바탕화면을 만든 무수한 네모들의 겹침 흔적을 빛이 반투영되는 캔버스 뒤쪽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전시장이 아닌 작업실이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긴 시간의 집중과 인내가 필요해서 선가의 점수(漸修)’수행과도 같은 이 작업 중에 전혀 다른 방식의 작업을 병행하기도 하는데, 돈오(頓悟)’같은 순간 작업이 물위를 긋다이다. 한지 위에서 짧은 순간 일어나는 공기와 물의 작용, 그 자연의 비가시적 에너지를 일획으로 드러내는 과정에 가급적 덧칠이나 다듬는 인위적인 관여를 줄이고 파장이 번져가듯 에너지의 변화작용에 맡기는 부분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움과 몰입이 필요한 이 작업은 벽에 걸린 꽤나 넓은 것부터 각기 크기를 달리하는 여러 붓자루들로 짐작할 수 있다. 길게 내려 긋는 일획이거나, 짧게 파장의 원점을 잡아주는 터치이거나 우연한 물리적 작용과 변화현상들이 그대로 시각적 형상으로 띄워지는 것이다.



    첫 오픈스튜디오였기 때문이겠지만, 첫 행사를 주관한 스튜디오의 초대자 강운의 작업과 활동에 대한 얘기 외에도 모임의 성격과 앞으로의 운영에 관한 얘기들이 길게 오갔다. 저녁
    7시에 시작해서 930분에 1차를 끝내고, 몇몇이 더 남아 밤 11시까지 얘기를 나누었다강운은 언제부터인가 광주미술에서 개별화가 진행되면서 작가들의 사랑방이나 집담회가 사라졌다며 오픈스튜디오가 그런 작가들간의 소통과 공유의 장이 되기를 희망했다. 90년대 초 중반에 대학가 죽림학회 가랑미술학회를 비롯 청년작가 그룹들도 한창 토론문화가 활발했었으나 이후 초기 평론가나 기획자들이 늘어가는 문화기관들에 소속되면서 활동이 점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의 얘기 중에는 이 오픈포럼이 작가가 외부와 연결되는 기회모델이 될 수 있다거나, 개인의 독자적인 작업공간이다 보니 공개가 쉽지만은 않다, 비엔날레를 바라보기보다 작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모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지역의 작가와 기획자들이 지원금이 주어지는 프로젝트에 우선하기보다 자율적으로 비엔날레 같은 전시를 기획해보면서 함께 성장의 기회와 경험을 쌓자, 특정작가들이 주도한다는 인상이 강해지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오픈해서 희망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도록 하자, 지역의 독립기획자들에게 활동의 동기나 기회를 부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등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다음 달 오픈스튜디오는 카톡 단톡방을 통해 희망작가 신청을 받아 시기와 장소를 정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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