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과 본질 사이의 부유; 신호윤 오픈스튜디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214) 작성일18-01-24 19:16 조회2,58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허상과 본질 사이의 부유; 신호윤 오픈스튜디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진행하는 ‘비엔날레 오픈스튜디오’의 2018년 첫 문은 신호윤 작업실에서 열렸다. 오늘 오픈스튜디오는 오후 2시부터 광주시 서구 내방로(농성동)에 있는 자그마한 아파트 공간의 작업실에 비엔날레 재단의 김선정 대표이사와 직원들, 선후배 작가들, 갤러리스트, 소식 듣고 참여한 분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주로 종이를 투각으로 정교하게 오려내고 일정한 간격으로 레이어를 붙여가며 고전적 조각상이나 불상, 성모상 등 낯익은 이미지들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의 흔적과 과정들을 살필 수 있었다. 작업공간과 도구와 과정의 흔적들을 둘러보고, 작가가 모니터로 이미지를 보여주며 시기별, 주제별 작업들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 답변을 이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는데 철조나 설치를 주로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대 초반 [그룹 퓨전] 활동을 하면서 빈 노래방, 화장실, 공장, 카페, 도서관, 고아원 등에 돌발적인 재료나 이미지의 작품들을 설치하는 등 미술계 세대교체의 주역들로 새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독자적 영역인 종이 레이어 작업은 그동안의 작업에 회의도 생기고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있을 때 겹친 친구 여동생의 갑작스런 사고사로 깊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초대받은 전시에 재료값이 적게 드는 종이로 수의형태 작품을 제작하면서였다 한다. 종이의 재료특성과 문양을 그리고 오려내는 과정의 집중이 본인에게 잘 맞는다고 느껴져 당시 준비하고 있던 개인전 작품들도 모두 종이작업으로 바꿨고 이후 연작을 계속하게 됐다는 거다. 정교하게 오려낸 여러 겹의 종이들을 일정 간격으로 붙여가며 ‘수상한 꽃’ 연작과 한복모양 종이작업 등을 하던 중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당시 자신을 들여다보던 아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는데, 이 일을 계기로 자기만족적인 작업보다는 주위 사람들이나 대중들도 좋아할 수 있는 이미지의 작업으로 선회하게 됐다 한다. ‘본질은 없다’ 주제 작업은 관람객이 바라보고 있는 상이 실제의 상인가, 아니면 관람객에게 이미 내재되어 있던 이미지를 실상으로 느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담고 있다. 결국 본질은 현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이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중들에게 낯익은 불상이나 성모자상 같은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관람객이 인지하기 쉬운 이미지를 찾는 것일 뿐 종교적인 배경이나 의도는 없다. 종이작업은 레이어 한 장 한 장이 세상의 개별존재들이고 그 불완전한 존재들을 마찬가지로 약한 브리지로 연결해가며 전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작업실이 없어 선배작업실을 전전하느라 작품을 보관하고 있기가 어려웠고, 겨우 마련한 지하공간에 물이 차는 바람에 그나마 있던 것들도 망쳐서 초기 작품들은 거의 갖고 있지 않다 한다. 2011년 광주시립미술관의 ‘하정웅 빛 청년작가전’ 때 가부좌한 대형 불상이미지를 설치하면서 작품을 대형화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종이로는 크기에 한계가 있어 철판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최대 4m높이까지 제작해 봤고, 할 수 있다면 12m까지 제작해 보고 싶어 한다. ‘군도’ 연작은 혼자 놀기, 고독에 대한 표현인데, 대부분 자소상들이다. 작가자신의 두상만을 옮겨 내거나 쪼그려 앉은 자세로 내려다보는 자세, 이런 형상을 세 방향으로 붙여놓기도 하는 등의 작업이다. 지금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에 설치한 ‘2와 3사이’는 피에타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최근 관심 갖고 있는 ‘본질은 없다’ 이후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작업방향이다. 2차원과 3차원 사이에서 부유하는 인간들의 표현이면서,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들을 깨고 싶은 의도다. 인간이 어떤 기준으로 무슨 판단을 하고 어떤 실행들을 하는지 타성과 관념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미지를 드러내는데 주로 집중했다면 이제 그 이미지를 해체해서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다음 작업을 풀어가려 한다. 한편으로 개인적인 작업과 더불어 기획에도 흥미를 가져왔다. 퓨전 시절에 멤버들과 기획해서 실행에 옮겨내기도 하고,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프로젝트 때는 대인시장 빈 가게를 얻어 ‘집창촌(집단창작촌)’ 프로젝트를 벌리기도 했는데, 그 대인시장 시기는 작가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가장 왕성했던 시기였다 한다. 그러나 공적 자금이 투입되다보니 수치가 중요하고 그런 과정에 작가들이 소비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속에서는 작가들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됐다. 그런 외적 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 마련한 공간이 발산부락 뽕뽕브리지다. 작은 공간이지만 단계별로 키워가자는 생각으로 만들었고 광주는 물론 국내외 작가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작업을 하면서 너무 물질적인 재료나 기술에 관심이 함몰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작업에 흥미도 높일 겸 작품의 폭도 넓히기 위해 사운드아트 등 새로운 요소들을 시도해 보고 싶다 한다. 오늘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작업에 대한 여러 숙제를 안게 됐다는데, 청년세대의 신선한 기수였던 만큼 그동안의 경험과 의지들을 모아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보다 알차게 다져가기를 기대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