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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평론가 이세길 유고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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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115) 작성일13-11-06 13:58 조회9,7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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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고집으로 만나는 미술평론가 이세길


    미술인구 비해 이론활동 약세인 광주미술계
    사회문화적 실천으로써 이세길의 글쓰기 작업
    뒤를 잇는 비평ㆍ기획 활동가들의 성장 기대


      광주 미술계는 창작하는 이들에 비해 비평과 이론작업 하는 이들이 아주 드물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역미술계 풍토가 이론적인 논리나 분석보다는 자연감흥과 선험, 감성적 교감이 주된 흐름이었다. 거기에 실기 위주의 대학교육 여건에서 전통 화론이나 화평을 비롯해 서양식 미학과 예술철학, 미술사 같은 학문들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히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오랫동안 화숙이나 대학 동문을 중심으로 화맥을 이루어 활동하다보니 외부자의 비평이 들어설 틈이 거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80년대 이후 드물게 미술 이론분야를 전공한 지역 연고자가 나오지만 주된 활동지는 대개 서울이다 보니 지역미술계는 여전히 ’이론 불모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미술평론가 이세길의 존재는 그 활동 자체만으로도 귀한 것이었다. 이세길의 본명은 정건호다. ‘이 풍진 세상에 길이 되겠다’는 생의 좌표를 이세길이라는 필명으로 걸고 미술과 사회, 동시대 세상살이를 아우르며 실천하는 철학도로서 삶을 살다간 광주문화의 지킴이였다. 비록 지천명도 못 채우고 48세로 이 세상을 마감했지만, 세상의 풍진 격랑 속에서 광주 시민사회는 물론 미술문화의 건강한 생장을 위해 애썼던 머리는 냉철하고 가슴은 따뜻했던 일꾼이었다.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와 맞물리는데, 신군부의 정권찬탈 과정과 맞물리는 80년 전후의 대학생활, 1980년 5ㆍ18광주민중항쟁 당시 전남도청 시민군 수습위원으로서 참담한 현장의 경험, 80년대 중반 이후 전국적으로 더욱 거세진 6월 항쟁 민주화운동 열기 속 야학교사와, 광주시내 사회과학서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시대적 희망과 좌절 모든 것이 역사의 부침과 함께 한 것들이었다.  

      그런 가운데 친구 김해성의 화실을 오가며 접하게 된 미술의 세계는 그에게 또 다른 삶의 출구이자 치유제가 되었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현실주의 참여미술 진영과의 조우, 97년부터 2006년 타계하기까지 10여년 간 광주비엔날레 근무 등 삶 자체가 미술현장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지인이나 후배들의 그림에 대한 비평적 단상과 사람살이에 대한 생각들, 세상사는 중에 부딪히고 접하게 되는 이러저런 풍경과 사색들을 글로 풀어내었던 것이다.     

      그 이세길의 글들이 유고집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세상 소임을 담은 필명 그대로 ‘이 풍진 세상에 길을 내다’라는 이름으로 광주미술문화연구소가 발행하였다. 그가 1990년대 전반부터 세상 떠나기까지 15여년에 걸친 시기의 글들 모음이다. 미술평론가로서 그의 철학과 관점이 담긴 개별 작가들에 대한 비평들, 세상사와 미술관련 이야기들, 시대변화 속 세상의 풍정과 모습들에 대한 묘사, 세상살이 가운데 일어나는 단상, 그리고 그를 기리는 지인들의 글과 추모기사 등 50여 편의 글들로 엮어져 있다.

      이세길은 생전에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아는 만큼 느낀다고 했다. 그림에 대한 고질적인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나로서는 그림과의 대화가 쉽지 않았다. 적어도 내 경험으론, 그림(또는 예술)은 여자와 같아서 자주 보도 만지고 듣다보면 어느 순간 가슴 가득 차오르는 어떤 ‘느낌’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난해한 텍스트들에 둘러싸인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여론분석가 이세민은 이세길에 대해 “민중운동의 큰 기둥을 세워주었고, 미술계의 흐트러진 메시지를 정리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으며, 문화의 나침반도 만들어 주었다. 광주를 그렇게 멋지게 표현해 주었고, 전라도를 승화시켜 주었으며, 열정을 바친 광주비엔날레는 성숙한 호흡을 품어내고 있다”고 그를 기린다.

      이세길은 분명 이론가가 귀한 광주미술계와 사회문화 현장에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속 깊은 심성과 예민하면서도 풍부한 촉수로 귀한 비평들을 남겼다. 그가 평론가로 등단하던 90년대 중반과 지금 미술계는 문화풍토나 작품성향, 활동방식에서 확연히 달라져 있다. 그런 대단한 변화 속에서도 지역미술계의 비평ㆍ이론분야는 여전히 성장이 더디기만 하다.

      늦었지만 이세길의 평론과 문화비평 글들을 책으로 묶어내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와 광주비엔날레 10년지기 동료이자 광주미술의 척박한 이론마당을 개간하기 위해 함께 광주미술문화연구소(www.namdoart.net)를 만들었던 필자로서는 이제 비로소 묵은 숙제 하나를 내려놓게 되었다.

      요즘은 광주지역에도 미술이론 전공자나 문화현장 활동가들이 많아지고, 전시기획하면서 글쓰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그들이 미술평론과 문화비평의 전문인력으로 성장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광주 미술문화를 더욱 활력 있게 가꾸어가기를 고대한다.


    - 전남일보.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게재 (201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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