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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일상성과 의외성-최정화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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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115) 작성일13-07-24 20:29 조회11,7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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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일상성과 의외성

    광주문화포럼 최정화 강의 ‘거북 털 토끼 뿔’


    최정화스타일의 예술 틀 벗기
    미술의 대중성과 K-pop



    그럴 듯 합니다.


    우주삼라만상이 예술이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서 우주를 느끼니
    이도 예술이 되는 것이고

    헛되고, 헛되고, 헛되니 예술이고
    이 하찮은 것들도 헛되고, 헛되고, 헛된 것이니
    이도 예술도 같은 헛된 것이요’

    그럴 듯한 깨달음이 예술인 ‘듯’ 하고
    이 덧없는 것들에서도 그럴 듯한 깨달음을 얻으니
    예술이 더없이 하찮은 듯한 것도 깨달음이지.

    예술은 거북 털과 토끼 뿔인 '듯'합니다.



    플라스틱 바구니를 거대한 탑처럼 쌓아올리거나, 하잘 것 없는 생활용품과 잡다한 물품들, 일상적인 소재를 엮어 의외의 특별한 조형물과 공간을 꾸며 온 미술가 최정화의 생각이다. 그는 생활 주변의 대중성과 통속성을 특별하게 띄워내 예술에 대한 통념을 깨트리고, 서양의 키치나 팝아트와는 또 다른 작업들을 일상공간과 공공영역에 심어 온 미술계의 이단아다. 예술의 진지함과 엄숙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소수의 전유물로 모셔지는 작품의 본질에 이의를 제기하며 그런 기성문화를 뒤엎는 일련의 행위들을 계속해 왔다.

    최정화스타일의 새로운 시각문화 작업은 2011년 광주도심인 구 전남도청 앞 분수대 위에 애드벌룬처럼 피었다 시들었다를 반복하는 붉은 연꽃- ‘숨쉬는 꽃’,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때 비엔날레 광장에 현란한 형광색들로 외벽을 도색하고 알록달록 플라스틱바구니들을 옥상 높이 쌓아올려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놀이공간을 제공한 ‘싱싱노래방’, 2006년 광주비엔날레 때 중외공원에 20여m 높이의 철봉 바늘에 피고 지는 색색의 꽃들을 꿰어 설치한 ‘꽃의 마음’으로 소개된 바 있다.    

    또한, 2008년 서울디자인올림픽 때는 잠실 올림픽경기장 외부를 시민들로부터 수거한 트럭 488대분의 페트병ㆍ플라스틱 용기들을 엮어 둘러쳐 ‘플라스틱 스타디움’을 꾸몄고, 올해 아오모리현 도와다현대미술관에서는 빗자루ㆍ먼지털이ㆍ대걸레 같은 청소용구들을 물통에 꽂아 화분을 만들거나, 원색의 종이꽃들로 달리는 말 모양을 꾸며 미술관이나 거리, 시장골목에 세워놓기도 했다.

    최정화는 늘 생활 주변에서 사소한 것들을 불러내 특별하게 선보이고, 잡다한 이미지들의 놀이판을 벌리고, 작업과정이나 결과물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을 즐긴다. 하찮은 것들을 귀한 공간에 모아놓거나 거대하게 키워냄으로써 평이한 일상에서 의외의 볼꺼리와 시각적 활력을 만들어내고 이를 고상한 공간에 갖다놓는 엉뚱한 예술을 저지르는 것이다.

    생활소품 또는 대량생산된 기성품을 예술의 소재로 삼고, 일상과 대중문화를 예술로 특화시키는 작업은 벌써 한 세기 역사를 갖고 있다. 광주지역에서도 90년대부터 생활폐기물이나 기계부품, 대중적 캐릭터 이미지로 작품을 제작하는 예들이 이어져 왔다. 근래에는 대중문화 확산과 더불어 미술에서 K-pop의 가능성을 찾는 작업들도 적지 않다. 예술과 일상, 고귀함과 통속성은 같은 소재라도 어디에 어떻게 만들어 놓고, 어떤 의미로 바라보고 다뤄지는가에 따라 일정한 틀에 묶일 수도, 무한히 확장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듯한 우리의 삶을 색다른 각색으로 특별하게 띄워내는 이러한 작업은 최정화식의 도발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의 좀 튀는 생각과 작업들은 7월 24일(수) 오후 3시부터 광주비엔날레 컨퍼런스홀에서 광주문화포럼의 첫 강 ‘거북털 토끼뿔’ 제목 강의로 들어볼 수 있었다. 그동안 국내외를 드나들며 진행했던 플라스틱 바구니ㆍ소품들의 공공프로젝트 성격 작업이나 작업현지의 시민ㆍ학생들과 함께 모으고 만들어 설치했던 예들을 소개하며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경계도 모두가 그걸 묻는 본인에게 있음과, 누구나 예술가이고, 무엇이든 작품이라는 그의 작업스타일과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2시간 쯤 진행된 강의 뒤에는 비엔날레 제문헌 뒤쪽 나무 데크에 빤짝이 은박포장지를 바닥에 깔고 둘러 앉아 막걸리와 족발, 수박들로 자유로운 대화의 시간들을 가졌다. 자리를 함께 한 젊은 작가들이 부딪히고 있는 작업현실에 대한 생각들,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에 관한 최정화식의 경험담,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별 작업들을 들여다보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조언들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오고간 질문과 의견 중에는 이런 얘기들도 있었다.

    ▷ (작업한 예들을 보던 중) 그러면 예술의 경계는 무엇인가?
        ⇒ 예술인 것과 아닌 것의 경계가 있고 없고는 자신의 생각에 달려 있다.

    ▷ 플라스틱 소쿠리를 주로 쓰는 이유는?
         ⇒ 누구나 집에 하나씩은 갖고 있고 많은 쓰임새를 갖고 있어서다.

    ▷ 소쿠리가 본래 기능을 떠나 새로운 의미로 변화 활용되는데, 
        그런 작업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
         ⇒ 각자 원하는 답들이 다를 듯하다. 예술은 답이나 설명서가 필요 없다.
             배고플 때, 취했을 때, 답이 다를 것이다. 나의 모든 작업은 답이 없다.
             여러분이 답을 퍼가라.     

    ▷ 어떤 루트로 외국에 작업이 알려지게 됐는가?
        ⇒ 90년대 초에 올로올로, 오존 같은 술집들의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다. 
            그 곳의 인테리어뿐 아니라 몇 건의 전시도 기획했는데
            외국에서 온 작가나 큐레이터들이 드나들면서 얘기가 돌게 되었다.
            93년에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전시도 있었는데,
            원래 전시보다는 퍼블릭 아트로 일본에서 먼저 알려졌다.
            이후에 한국문화의 붐을 타고 한국현대미술전이 해외에서 이어지는 과정에
            함께 쓸려 다니면서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 사용하는 색이 독특한데 색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점은?
        ⇒ 색은 원래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기준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색에 빠질까봐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도 한다.

    ▷ 작가로서 잘 노는 법은?
        ⇒ 자기답게 노는 것, 이름을 걸고 놀면 된다.

    ▷ 밥벌이와 예술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작가들이 편안히 가는 방법은?
        ⇒ 작가지만 나는 원래 인테리어로 시작했고 꽤 잘나갔었다.
            모두에게 각자의 끼와 재주가 있고, 굉장히 많은 방법이 있는데
            스스로 선입견을 갖고 안 가려는 게 문제다.
            세상에 널린 게 일이다.

    ▷ (자리를 함께 한 작가의 수묵작업에 대해 조언)
         ⇒ 멋있다. 그러나 먹만 있다. 
             멋있게 그리는 게 굳어지면 그만큼 깨기가 어렵다.


    * 전남일보 '조인호의 미술이야기'(2013.7.24) 원고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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