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30주년 넘어 재도약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218.♡.216.125) 작성일24-12-04 10:24 조회269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됐던 Max Hooper Schneider의 <용해의 들판>(2024) 부분 광주비엔날레 30주년 넘어 재도약으로 광주비엔날레 30주년에 15회차 행사가 끝났다. 지난 9월 7일 시작해서 12월 1일까지 86일 동안 전을 펼쳤으니 제2회(1997, 88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긴 행사기간이었다. 중외공원 비엔날레전시관과 더불어 양림동 8개소에 주제전에 초대한 30개국 72명 작가의 작품을 분산 배치하고, 동반행사로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21개 공‧사립 전시공간에 36개국의 파빌리온을 운영했으니 도시 곳곳이 비엔날레로 가득 채워진 셈이었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내건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라는 주제어는 유럽 기반의 기획자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현대미술과 버무려낼지 자못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었다. 물론 판소리를 직접 작품 소재로 차용하거나 사운드를 주요소로 이용한 경우도 여럿 있었지만 그렇다고 판소리 그대로를 전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판’이라는 지금 이 시대 인류 삶의 공간이나 물리적 환경 등을 들여다보면서 그로부터 파생되는 갖가지 파열음들로 현대사회와 현실 문제들을 비춰내는 연출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인류세 시대의 심각한 현안이 되고 있는 과잉 소비의 폐기물과 끊임없는 난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 미래 사회로 변화해 가는 과정의 불확실성 등을 다룬 다양한 표현언어들로 전시 색깔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지금 우리 스스로의 삶과 지구 행성의 현실을 되비춰보는 전시 풍경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감독은 이런 현실적 이슈와 당면한 문제들을 들추어냄으로써 자성과 자각을 일깨우고 인류공동체의 연대와 화합, 공존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의 ‘울림’을 만들어 내려 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전시는 차분했다. 껄끄럽고 심란한 전시개념이지만 그렇다고 과격하거나 눈에 띄게 거친 발언들은 아니었다. 비인간적인 유기체, 생태와의 조응을 촘촘하게 채워내고자 한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조금은 조심스러워 보이는 연출 때문에도 이번 비엔날레가 굉장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정도는 아니었다. 전시이벤트지만 도발적 쇼로서 효과보다는 외려 진중한 학구적 탐구 자세가 더했다고 느꼈다. 이번에 대폭 늘어난 외국 파빌리온은 국제적 문화교류를 넓히면서 광주 곳곳을 비엔날레 분위기로 띄워주었다. 파빌리온끼리 전시 편차도 비교되었다. 정치 외교적인 면에서야 수를 많이 늘리려 하겠지만 웬만한 공‧사립 전시공간들이 거의 다 외국 파빌리온들로 채워진 건 좋지만도 않다. 정작 비엔날레 기간에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보여줘야 할 개최지의 미술활동이 전시공간 구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큰 장소에 여러 파빌리온을 모을 수도 있겠지만 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색을 내도록 광주 여건을 감안해서 적당한 수준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 또한, 파빌리온은 해당 국가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대하긴 했지만 주최측에서 예산부담까지 감당하면서 운영을 떠맡을 필요는 없다. 행사개최 30년이면 안정기라고 한다. 그러나 실상 광주비엔날레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비엔날레의 방향키를 쥐는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재단 경영과 행사 운영이 달라진다. 연말 임기종료를 앞둔 현 대표의 후임에 진즉부터 내정설이 파다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보여주기식 현상적 효과를 우선하는 정치인이나, 규정 규율과 현실 조건을 중시하는 행정관료 시각은 비엔날레로서는 낭패다.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위상에 걸맞게 파격과 도전으로 시대 문화를 새롭게 열어나가야 하는 선도처 역할을 지방행사 수준으로 전락시키거나 근시안적인 자기확신으로 오판을 해서도 안된다. 2027년으로 예정된 비엔날레전시관 신축을 계기로 혁신적 전기를 만들 준비도 중요하다. 늘 부딪히는 행사 재원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큰 소임이다. 실험적 창작 교류 무대인 비엔날레의 성격과 개최지 광주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폭넓은 문화적 안목과 활동력으로 경영 면에서도 현실적 과제와 미래 정책전략을 원활히 풀어나가는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