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지사 김도숙의 ‘사생취의’ ; 박종석 초대전 및 출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광주미연 (218.♡.3.253) 작성일22-11-22 10:37 조회1,42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박종석 <이름없는 별들을 위하여>, 2022, 종이에 수묵, 채색, 214X568cm 의병지사 김도숙의 ‘사생취의’ ; 박종석 초대전 및 출판 2022.11.10-12.10 / 무등현대미술관 시절이 어수선하니 대하 민족사에 이 왠 소용돌이인가 염려스러운 날들이다. 격랑의 지점마다 이를 넘어서는 시대적 혜안과 통섭과 의거와 희생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으니 이 시대 또한 그에 값할만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흔적조차 희미한 호남 서화가들의 자취를 찾아내어 그 정신과 예술세계를 발굴 조명해 온 석주 박종석의 최근 연구작업을 중간 발표하는 ‘사생취의(捨生取義)-의병지사 김도숙의 삶과 예술’ 초대전도 그런 뜻일 것이다. 가석 김도숙(可石 金道淑, 1872~1943)은 나주 봉황면 운곡리 출생으로 평범했을 수도 있는 한학자였으나, 일제의 조선 강제병합에 분개하여 의병을 일으켜 전라도 일대에서 항일투쟁을 펼쳤던 민족지사다. 그러나 의병활동 중 체포되어 7년 옥고를 치렀고, 석방 뒤 다시 3.1만세운동 거사를 도모하다 사전에 발각 체포되자 압송 도중 도망쳐 이후 신분을 숨긴 채 유랑생활로 전국을 떠돌게 되었고, 그런 중에도 여러 점의 서화들을 남겼다. 그동안 항일의병사나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한 김도숙의 활동이 박종석의 끈기 있는 추적과 자료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호남지역 다른 의병장들과 함께 그들의 결코 꺾이지 않는 의기를 화폭에 펼쳐낸 전시다. 특히,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김도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랫동안 찾아낸 자료들을 엮어 전시명과 같은 이름으로 단행본을 펴내어 이번 전시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석주 박종석은 학포 양팽손(1488~1545)의 삶과 예술을 추적한 『부러진 대나무』(2003)를 출판하여 그동안 호남회화사에서 정신의 뿌리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라 할 학포의 활동과 화적을 소개한 바 있다. 또한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민족지사이자 교육자로 활동한 시서화 삼절 염재 송태회(1872~1941)의 삶과 예술을 다룬 『세한을 기약하고』(2010), 민족사의 상처로 인한 정신적 고뇌와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펼쳐낸 석현 박은용(1944~2008)을 조명한 『검은 고독-푸른 영혼』(2018) 등을 출판하였고, 이번 『사생취의』는 그의 네 번째 저술이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대작 <사생취의-호남 의병사>는 높이 210cm에 길이 20m로 전시장 한쪽 벽을 두른 거대서사다. 더러는 행적이 밝혀져 추모 기념사업이 펼쳐지는 이들을 포함해서 이름조차 남김없이 스러져 간 항일투쟁 무명지사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작품이다. 두루마리 형식을 따르듯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이어져 가는 화폭에는 분기탱천하여 목숨 걸고 의병활동을 이끈 의병장, 의병활동을 하다 변절한 이, 항일투쟁 중 일본군에 체포되어 참혹하게 처형되는 이들, 심남일 부대 도통장으로 창의 거병한 김도숙의 초상 등이 남도의 산천과 산죽, 남평향교 등과 함께 이어져 있다. 거친 필법과 진한 채색의 인물상들 사이사이에 배경 소재들과 함께 거칠게 적어넣은 글들로 의병사의 흔적들을 되비춰내었다. 이보다는 좀 더 절제된 화면구성의 <이름 없는 별들을 위하여>도 같은 호남의병 연작이다. 비슷한 높이에 폭 6m에 이르는 대작인데, 화폭 양쪽 끝에 김개남과 김도숙 대형 초상을, 그 사이에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처형당한 의병장 16인의 기록사진이 붉은 동백꽃들과 함께 회화로 재현되었다. 의병장들 뒤로는 멀리 무등산 원경과 그 아래로 역사를 관통하는 큰 빛줄기인 듯 강줄기인 듯, 화면 하단에는 격동의 민족사처럼 일렁이는 물결이 묘사되어 있다. 왼쪽 김도숙의 초상은 붉은 두루마기에 정자관을 쓴 선비모습이고, 배경에는 그의 저술인 [의거일기(義擧日記)] 일부가 빼곡하게 필사로 채워져 있다. 이 두 대작과 함께 죽봉 김태원을 비롯, 전해산, 심남일, 박사화, 나성화 의병장과 김도숙 도통장 등 100호 크기 수묵초상화 6점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동안 알려진 체포된 의병장들의 사진들에서와는 다르게 대부분 굵은 먹선들을 중첩시켜 얼굴 골격과 눈빛들을 강조시킨 강인한 의지의 흑백초상들이다. 모두가 혼령처럼 화폭 가득 얼굴들을 채워내어 못다 이루고 떠난 조국광복의 한을 달래며 원혼들을 추모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이 밖에도 지금의 어지러운 세상을 개탄하며 호통치는 듯한 매천 황현 초상의 재해석 작품과, 항일의병으로 나선 남편의 뒷바라지나 가장이 떠난 뒤의 온갖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무명지사의 부인 초상, 투박한 나무틀을 둘러 영정처럼 그린 김도숙의 작은 초상 등등이 함께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석 김도숙이 남긴 서화작품들을 이번 전시에 소개되지 않았다. 내년에 김도숙 서거 80주년을 기념하는 별도의 전시가 그의 고향 나주에서 준비 중인데, 그동안 한점 한 점 어렵게 찾아낸 작품들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품, 개인소장 작품들까지 보다 짜임새 있게 그를 조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위해 미리 펴낸 『사생취의(捨生取義)-의병지사 김도숙의 삶과 예술』도 수집 연구 중인 자료들과 작품 이미지들을 계속 보충해서 그 80주년전 때 완성판을 낼 예정이라 한다. 물론 이번에 낸 책도 ‘호남인의 충절과 의리정신’ ‘향촌 문유(文儒)의 보국안민 정신과 후기의병’ ‘항일 애국지사들의 서화 가풍’ 등과 함께 ‘의병지사김도숙의 흔적을 찾아서’ ‘김도숙의 거의일기(擧義日記)’ ‘김도숙의 남호찬록(南湖纂錄)’ ‘가석 김도숙의 작품세계’ ‘김도숙의 작품활동과 영광(武靈)의 애환, ’가석 김도숙 연보‘ 등이 몇 점의 작품들과 함께 실려 있긴 하지만, 더 보완하여 완성본을 낼 거라 한다. 석주 박종석은 작가노트에서 “항일의병지사 가석 김도숙은 청년기 시절부터 서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짐작된다… 일경들의 감시를 피해 26년간의 도피 생활 중에도 지필묵을 지니고 다니면서 작품을 구상하며 독립 의지를 잃지 않은 것이다. 어느 화파에 소속됨이 없이 스스로 연마해서 자기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당대의 전형적 화풍이라지만 그만의 독자적 세계를 구축한 호남의 유일한 의병지사 화가라는 사실이다… 사생취의(捨生取義)의 정신으로 의병활동을 통한 민족해방운동에 투신해서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심정의 일생이라 할 수 있다. 그의 흔적인 작품들이 80년 만에 부활하여 살아 있는 생물처럼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다.”고 술회한다. 한편, 예전에 미술사학자 최열의 우연 찮은 작품발굴과 소개 이후 이번 전시를 통해 세상에 더 비중 있게 알려지게 된 의병지사이자 서화가 김도숙을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가 계획되어 있다. 11월 24일(목)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전시회 화가이자 책의 저자인 박종석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호남 의병사는 물론 호남 근대미술사에서도 자칫 소홀히 지나칠 뻔했던 가석 김도숙을 많은 이들이 새롭게 발견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박종석 <사생취의 - 호남 의병사, 김도숙>, 종이에 혼합채색, 210x2,000cm 박종석 <사생취의 - 호남 의병사, 김도숙>, 종이에 혼합채색, 210x2,000cm 박종석 <의병장 김도숙, 김태원, 심남일>, 2022, 장지에 수묵 담채, 각 212X148cm 박종석 초대개인전 '사생취의- 의병지사 김도숙의 삶과 예술' 일부 박종석의 저서 [사생취의-의병지사 김도숙의 삶과 예술] 박종석 저서에 소개된 김도숙의 <노안도> 10폭병풍, 1938년 이전, 비단에 수묵담채, 각 115.7x32.3cm 박종석 저서 중 김도숙의 활동자취 탐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