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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운드 테이블'과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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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115) 작성일12-07-10 20:15 조회8,6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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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비빔밥’팀의 출품작 가상 이미지



     

    2012광주비엔날레

    ‘라운드 테이블’과 ‘비빔밥’



    “‘라운드 테이블’은 서로 다름의 미학이며 평등의 정치이자 글로벌리즘의 동질성을 거부하고 다양성을 토론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올해 열릴 제9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에 관한 기본개념이다. 삶의 유형이 빠르게 개별화되면서도 시대의 유행이나 특정 모델을 쫒아 집단화되고 있는 요즘의 문화흐름에서 문득 새겨볼만한 구절이다.


    비빔밥은 전라도의 전통적인 음식이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각각의 재료들이 동등하게 얹혀 본래의 제 맛을 내면서도 서로 섞이어 또 다른 차원의 별미가 된다. 나물가닥, 밥 알갱이들이 뭉개지지 않도록 수저대신 젓가락으로 비비고 거기에 고추장을 적당량 더하면 미각을 매혹시킨다. 똑같이 여러 재료를 넣지만 한꺼번에 넣어 끓여 본래 재료의 맛이 실종되는 잡탕과는 전혀 다르다.


    광주는 무등(無等)이다. 지난 날 농사가 주업이던 시절이나,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던 시대에도 광주의 맥은 공동체정신이다. 미술에서도 분업과 협업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공동작업이 여러 형태로 진행된다.         


    7월 9일 올해 아홉 번째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명단이 발표되었다. 40개국 92명(팀) 가운데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로는 저마다 독자적인 창작세계를 다져가고 있는 김주연, 이정록, 조현택, 황지해, 비빔밥 등이 선정되었다. 이 가운데 ‘비빔밥’팀이 눈길을 끈다. 박상화, 이매리, 강운, 장한별, 김한열 등 5인으로 구성된 광주의 신생 그룹이다.


    급팽창해가는 현대미술 흐름에 휩쓸려 단순 작업만을 반복하기보다 스스로 의식을 깨치고 생각을 가다듬어 담론이 담긴 창작을 해보자는 뜻으로 서로 다른 장르와 전공자들이 뭉쳤다. 미술 외에 문학과 공학까지 포함한 시각예술과 인문학을 결합하는 공동학습과 창작을 지향하고 있다. 모임 초기단계에 우선 ‘무등산’이라는 풍부한 내용을 교재삼아 인문학적 접근을 계속해 왔고, 이를 ‘무등도원경(無等圖園景)’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통섭과 융합의 미학을 탐구하는 중이다.  


    그들의 첫 발표 마당이 될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숲, 숨, 쉼 그리고 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의 주제로 삼은 ‘쉼’을 실재공간으로 펼쳐내기 위해 한글과 장자철학, 식영정 등으로부터 도출해낸 쉼의 개념을 반투명 스크린에 텍스트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투사한다. 숲의 녹색에너지를 연상시키는 융모 같은 미립자들이 촉각적 효과의 색면 바탕을 이루고, 그 위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겹쳐지면서 집의 형태로 조합되고 흩어진다. 시적 감성으로 엮어진 각 연들은 강약과 흐름을 타고 이어지고, 여기에 바람과 향기를 불어넣어 특별한 쉼의 공간을 연출하려 한다.


    더불어 쉼은 완성상태의 정지가 아니기 때문에 전시기간 중 SNS를 통해 관람객과 세상사람들의 쉼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들을 모아내고, 이 과정을 모니터를 통해 전시공간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온ㆍ오프를 넘나들며 관객ㆍ시민들과 ‘쉼’에 관한 성찰의 장을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협업과정을 통해 걸러지고 다듬어지면서 만들어진 이 비빔밥을 어떤 그릇에 담아낼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생명의 유동과 관련된 자궁이나 심장, 생활 속 쉼의 공간인 집 또는 조형적인 기하학적 공간 등을 놓고 논의를 계속해 왔는데, 시각이미지와 담론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외적 형태로 의견을 모으려 하고 있다.


    이 같은 공동의 융합방식은 각자의 전공분야나 활동세계가 달랐던 데서 비롯되었다. 쉼에 대한 개념을 심화시켜가는 강운은 본래 회화세계에서도 무상한 하늘공간이나 투명한 안료들의 번짐, 여린 풀줄기나 씨앗들을 한지화면에 앉히는 ‘순수’ 지향적인 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회화와 설치ㆍ영상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이매리는 현대인의 억압된 내적 욕망과 자의식을 절제된 공간구조와 진주구슬, 붉은 하이힐 같은 상징적인 조형언어로 시각화시켜 왔으며, 이번에도 작업의 시각이미지들을 담아낼 공간구조를 고심하고 있다. 또한 일상의 공간이나 사물들을 상상세계로 일탈시키거나 현대인이 꿈꾸는 욕망과 휴식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펼쳐내는 박상화는 이번 작품에서 전체적인 영상작업을 맡고 있다.


    이들 세 작가들과 더불어 장한별은 전공인 컴퓨터공학을 배경으로 시각예술 작업을 모색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앱 등의 전자공학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담론수렴과 확장의 기술적인 부분을 돕고 있다. 또 20대 신예답게 SNS에 밝은 김한열은 경영학부생이면서 문학 쪽에도 연결고리를 두고 담론의 소통방식에 대해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이들의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작품의 윤곽이 다듬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에 결성되어 개별작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공동작업이 올해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되는데, 숨 가쁜 일상 속 ‘쉼’의 공간을 열기 위해 준비한 이번 ‘비빔밥’이 어떤 그릇에 어떻게 맛깔나게 담겨 나올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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