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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광주비엔날레 주제 '터전을 불태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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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광주미연 (210.♡.209.115) 작성일13-12-13 20:16 조회9,2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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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광주비엔날레 제시카 모건 총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시주제와 개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터전을 불태우라'


    소멸과 생성의 불의 미학
    창조적 파괴 새로운 출발
    광주정신 불의 에너지 발산  


      2014년 광주비엔날레(2014. 9. 5 - 11. 9)의 주제는 ‘터전을 불태우라 BURNING DOWN THE HOUSE’이다. 언뜻 과격한 도발성 선동구호 같으면서, 그만큼 결연한 의지와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터전을 불태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 누구라도 참으로 많은 시간과 물적 정신적 투여를 통해 지금의 터전을 다져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뜻을 키워 갈만한 터전을 갖게 됐을 때의 든든한 안정감과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충전되는 내적 의지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실질적 토대이자 뜻을 실현해 나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정된 터전 위에 계획하는 틀을 세우고, 크고 작은 성패의 연륜과 결실들을 만들어가다 보면 문득 그 터를 새롭게 뒤집어엎거나 재구축해야 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내년은 광주비엔날레가 창립 20주년이자 제10회 째를 맞는 해이다. 우리는 대개 특정한 주기를 계기로 새 틀을 짜고 의지를 다진다. 광주비엔날레 재단도 20년이라는 시점을 앞두고 어떻게 혁신과 재도약의 전환점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광주비엔날레 행사 자체는 물론이고, 광주로부터 한국과 아시아, 세계를 잇는 시각문화 또는 인문 사회학적 의식의 전기를 이룰만한 큰 틀의 획기적 화두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재단 내부적으로는 결코 평탄치 않은 험로와 지점들을 지나 기념비적인 20년에 도달하게 됐고, 외부적으로도 국내외 문화현장과 이를 둘러싼 제도나 사회환경, 삶의 주변 상황들 모두가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비엔날레 기본정신은 실험과 혁신이다. 실제로 지난 20여 년 동안 아홉 번의 행사를 치러오면서 광주비엔날레는 매번 실험과 혁신을 계속해 왔다. 제시카 모건 총감독은 내년 비엔날레의 주제에서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출발‘이 전시기획의 핵심 바탕이라고 강조하였다.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모두 내포한 ’불태운다‘는 말이 그렇듯이, 집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공고하게 다져진 틀과 기반, 제도 등을 과감히 떨치고 새로운 영토, 공간으로 나아간다는 미래형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개최지 광주의 역사와 시민정신을 바탕에 두고, 한국의 1960년대 이후 급속한 변화의 모습들을 반영하면서, 역사 변혁의 주요 장을 재환기시키고 경험토록 하면서 이를 통해 앞을 내다보는 시야를 열어보자는 뜻이다. 세상 안팎의 극적인 변화들을 담은 미술작품을 비롯해 소리와 율동이 어우러진 실황 퍼포먼스 등으로 열린 형식의 문화공간을 꾸밀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참여작가 선정도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그만큼 다양한 매체, 실현형식들로 생동감 넘치는 전시장을 만들고, 각 전시공간은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닌 ‘집’으로 연출해낼 예정이다.         

      사실, ‘불태운다’는 것은 사회문화적 거대담론이나 집단의식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까지 그 의미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100여 년 전인 1909년 이탈리아 미래주의는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기존의 낡은 관념의 묘지인 도서관과 박물관을 파괴해야 한다고 외쳤다. ‘시인은 원초적 요소들의 열정을 더욱 부채질해 열을 다해, 빛을 내며, 스스로를 소진시켜야 한다. 공격성을 갖지 않은 걸작은 없다’며 기성문화에 대한 예술적 투쟁을 독려했었다. 또한, 그 미래파가 찬양했던 전쟁을 통해 참담한 파괴와 상처를 경험하게 된 다다의 작가들이나,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에서 처절하게 실존에 몸서리쳤던 앵포르멜 작가들도 기존 문화양식들에 철저하게 저항하는 파격의 전위예술들을 펼치며 시대문화의 변혁을 이끌었다.

      그런가 하면 숲을 불태워 삶의 터전을 일구는 화전이나 숲의 효용성을 높이려는 계획림 조성, 스스로를 불살라 세상의 막힌 혈류를 뚫고자 하는 소신공양이나 이승의 육신을 털고 영원한 해탈과 열반을 축원하는 다비, 파열하는 빛의 무리들로 극적인 환희심을 터뜨려내는 불꽃축제, 불나면 사업이 번창한다는 속설까지 ‘불태운다’는 것은 절망적인 상실과 더불어 지극히 아름다운 제의나 축제까지 여러 문화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2014광주비엔날레는 역사적 혁신의 에너지, 문화의 역동성을 발화시켜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광주정신’을 토대로 광주로부터 세계를 밝히는 불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다. 태움으로써 세상을 밝히는 소멸과 승화의 불의 미학을 전시와 행위와 율동과 소리 등의 융합형태로 드러내려는 것이다. 제시카 모건 총감독이 영감을 받았다는 토킹 헤즈의 'Burning Down the House' 노랫말 중 “티켓을 가지고 짐을 싸. 이제 뛰어들 시간이야”처럼 내년 제10회 광주비엔날레의 에너지 넘치는 문화현장으로 함께 뛰어들어볼 일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 전남일보 '조인호의 미술이야기' 게재글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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