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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의 얼굴- 아티스트 이이남展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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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백은하 작성일08-07-24 13:25 조회4,5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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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거울

    - 아티스트 이이남展에 부쳐


    백은하(소설가)


    s# 입구


    기묘한 일이지.

    꿈이 존재하고 거울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투적이고 마모된 일상에 상(像)들이 획책한

    심오한 환영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은.

    (나는 생각하였네)

    신은 거울 면의 매끈함으로 빛을

    꿈으로는 어둠을 만드는

    온통 불가사의한 건축술에 골몰한다고

    인간이 한낱 반영과 미망임을 깨닫도록

    신은 꿈으로 수놓은 밤과

    갖가지 거울을 창조하였네.

    밤과 거울은 그래서 우리를 흠칫하게 하지.

    - 「거울」에서, 보르헤스



    s# 거울의 방

      생쥐의 이름은 토토마였다. 내 작업실에서 4㎞나 떨어져 있는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옆에 있는 메이폴나무가 전 생애를 울리며 휘파람소리를 냈다. 나는 휘파람 소리에 홀려서 메이폴나무 앞까지 나는 듯이 달려갔다. 메이폴나무 아래 앉아있는데 동백나무의 동백꽃이 눈을 시리게 한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다. 홀릭. 향기없는 동백꽃향기에 취해 있는데 분홍색 생쥐 한 마리가 눈 앞에 나타났다.

    “안녕! 아티스트! 내 이름은 토토마야! 정의의 용사지!”

    “정의의 용사?”
    분홍색 외양과 너무 안 어울리는 수식이었다.

    “정정할게. 정의의 사도야.”

    자꾸 만화 ‘톰과 제리’가 떠올랐다.

    “너 제리지.”

    “천만에 내 이름은 토토마야. 거울의 방을 지키는 요정이야.”

    그 때 크리스탈같은 소리가 나면서 팅커벨이 나타났다.

    “안녕! 아티스트! 난 팅커벨이야. 토토마의 친구 요정이지. 토토마와 함께 거울의 방을 지키고 있어.”

    “거울의 방이란게 뭐지?”

    “지금 네가 하는 그런 일이지. 시뮬라르크를 만들고 시뮬라르크를 현실로 치환하고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허물고. 아티스트의 영혼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이야. 다른 말로는 호텔 클라라라고 하지.”

    “너는 어느 차원에서 왔는데?”

    “나는 네 옆에 있어. 이 곳이 나의 현실이야.”  

      그때 팅커벨이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서 나의 머리위에 다섯 번의 원을 그렸다. 그러자 “퍽”소리가 나면서 내 몸이 분홍색 생쥐가 되어 버렸다.

    “오! 노! 너희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나는 다음주에 개인전람회를 한단 말이야.”

    “염려하지마. 그 때까지는 충분히 돌아올 수 있어. 우리는 지금 사발면의 시간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MOMENT야. 하지만 실제의 시간이야. 너는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올 수 있어. 이중의 나선구조야. 이 곳이 입구야. 아니 이미 우리는 보르헤스의 언어를 타고 입구를 통과했어. 우리는 어떤 차원과도 엉기지 않고 시간여행을 할 수 있어. 이 이중의 나선구조를 따라서 거울의 방을 통해서 진주귀고리 소녀도 만날 수 있고 신사임당도 만날 수 있지. 아, 과학의 세계로도 진입할 수 있어.”

    “과학?”

    “오케이. 과학. 아티스트, 너는 의식이 존재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니?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니? 칼 마르크스는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했지. 이이남, 너는 어떤 질문을 하고 있니?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 소녀>와 이이남의 <베르메르. 新 진주귀고리소녀>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일루젼.”

    “일루젼? 정의롭지는 않지만 동의할게. 너의 시뮬라르크의 세계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이야. 동의할게. 19세기 어느 백작의 정원에 수련이 떠 있었어. 모네가 그 <수련>을 그렸지. 네가 <모네. 新 수련>을 영상에 담았지. 자, 세 개의 차원의 수련이 있어. 어떤 수련이 진짜 수련일까? 거울의 방에 가면 알 수 있어. 눈을 감아봐. 하나 둘 셋!”

      나는 이미 이중의 나선구조의 나선 위에 올라 서 있었다.



    S# 거울의 방 - <베르메르. 新 진주귀고리 소녀>

      1665년 3월 22일.

      델프트의 거리에는 연두색 가로수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저는 상냥하고 다정한 델프트의 거리를 걷는 일을 좋아합니다. 저는 ‘나는 여우’(FLYING FOX)라는 여관을 지나왔습니다. '나는 여우'는 제가 모델을 서고 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베르메르의 모델을 선 지 벌써 세달이 가까와옵니다. 그 세달동안 제 안에서는 미세한 소용돌이처럼 작은 파문이 일었습니다. 그것은 사랑과도 다르고 숭고와도 다르고 정욕과도 다릅니다. 그가 저를 안은 적은 없습니다. 그가 저를 보고 미소 지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화물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화실로 가는 동안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습니다.

      저는 새벽 6시면 기도를 올립니다. 어머니를 도와 아침 준비를 하고 설거지를 합니다. 뒷정리가 끝이 나면 소박하지만 단정한 크림색 드레스를 입고 베르메르의 화실로 향합니다. 개똥지빠귀의 노래소리, 흔들리는 연두빛 나뭇잎.

      화실에 도착해서 문을 열면 문은 삐걱 소리를 내면서 열립니다. 저는 화실의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적요한 햇빛을 바라봅니다. 아름다운 수술이 장식되어있는 빌로드천이 깔려 있는 베르메르의 책상에는 저울과 옵스큐라가 놓여있고 벽에는 세계지도가 걸려있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옵스큐라가 담겨있는 검정 상자를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쓸어 본 후, 옵스큐라를 응시하지요. 어느날인가 제가 화실에 들어섰을 때 옵스큐라가 자줏빛 탁자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가슴이 너무나 떨렸습니다. 옵스큐라를 통해서 바라본 저의 얼굴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었습니다. 변형. "이건 데포르마시옹(déformation)이란다." 베르메르가 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을 때, 제가 베르메르의 세계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베르메르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베르메르는 저의 눈을 바라보면서 미소지었습니다.

      저는 어느샌가 베르메르의 무릎에 앉아 있었습니다. 베르메르는 저를 그의 무릎에 앉히고 저의 허리을 두 팔로 감싸안은 채 옵스큐라를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과학과 변형. 그가 저를 의자에 앉힌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가 캔버스 앞으로 다가갔고 붓을 들었습니다.

      "자, 터번을 쓴 소녀, 나를 바라보렴." 베르메르가 말했습니다.

      제가 그를 돌아보는 순간, 어디선가 분홍색 생쥐가 나타나서 제가 쓰고 있던 푸른색 터번을 풀어내렸습니다. 제가 터번을 다시 감싸려는 순간, 베르메르가 말을 했습니다.

      "터번을 쓴 소녀, 나를 바라보렴."

      저는 베르메르를 바라보았고 그는 저를 그렸습니다.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는 석양이었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한 세계가 끝이 났습니다. 저는 치즈와 우유가 있는 부엌을 떠나, 옵스큐라가 있는 화실로 건너와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진주귀고리를 단 저를, 세상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를 벗어서 자줏빛 탁자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베르메르와 긴 입맞춤을 했습니다. 베르메르가 등 뒤에서 저를 안았습니다. 저는 그의 팔을 풀고 조용히 그의 화실을 벗어났습니다.

      저는 개신교도입니다. 안녕 베르메르, 안녕 나의 옵스큐라! 잊지 않을게. 나의 과학이여! 당신을 안을 수 없었고 당신의 아내가 될 수 없었지만, 당신이 저에게 준 세계를 잊지 않을게요, 나의 베르메르!

      분홍색 생쥐가 저의 어깨 위로 뛰어 올라왔습니다.

      "내 이름은 토토마야."

      1665년 3월 22일이 저물고 있습니다.



    S#
    α 와 Ω

    - 알파와 오메가


    s# 교차로 - <김정희. 新 세한도>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름을 안다

    「논어」에서, 공자



    s# 교차로- <신사임당. 新 초충도>


      사친 (思親)

      신사임당


       千里家山萬疊峯       천리라 먼 고향 만 겹 봉우리  

       歸心長在夢魂中       꿈에도 안 잊히는 가고픈 마음

       寒松亭畔孤輪月       한송정 위아래엔 두 바퀴의 달

       鏡浦臺前一陣風       경포대 앞을 부는 한 떼의 바람

       沙上白鷺恒聚山       모래톱 갈매기는 뫼락 흩으락

       波頭漁艇各西東       물결 위 고깃배는 동으로 서로

       何時重踏臨瀛路       언제나 다시 강릉 길 밟아

       更着斑衣膝下縫       색동옷 입고 어머니 슬하에서 바느질할꼬



    S# 거울의 방 - <신사임당. 新 초충도>

      1534년 3월 22일.

      뜰에는 봄꽃들이 만발했습니다. 저는 화선지를 펼치고 먹을 갑니다. 먹을 가는 동안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도 제가 모르는 다른 세상에 대한 그리움도 잊습니다. 저는 오로지 화선지 위에 몰두합니다. 저는 수박을 그리고 곤충을 그립니다. 그리고 나비도 그립니다. 저 나비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저는 화폭 위의 나비를 따라 제가 가 보지 못한 세상 여행을 떠납니다. 반가의 여인인 저는 나비를 따라 풀벌레를 따라 세상을 유람합니다. 저의 몸은 이 방 안에 있지만 저의 마음은 물과 산을 거닐고 있습니다. 다음 생에서는 화폭 위가 아닌 금강산을 훨훨 유람하고 싶습니다.

       저는 바늘이 아닌 붓을 들고 있습니다. 경대 위에 저의 그림을 비추어 봅니다. 실경을 묘사하고 싶었지요. 풀잎의 선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오죽헌의 뜰을 거닐었습니다. 쌀쌀한 봄 공기에 마음이 열립니다. 동백나무 옆에 난생 처음 본 분홍색 새앙쥐 한 마리가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 새앙쥐를 그려야지 생각하는데 어느 틈엔가 그 새앙쥐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괘이쩍은 일입니다. 분홍색 새앙쥐라니요! 저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저의 삶을 복이라 여깁니다. 정진하고 싶습니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저의 미력한 힘이 다하는 한 정진하고 싶습니다.



    S# 출구

    FICTIONS20073022SOUTHOFKOREALEELEENAMAR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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