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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미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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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드림/ 미디어 아티스트 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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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백은하 작성일06-11-07 08:59 조회4,4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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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유목민들은 어떤 꿈을 꿀까. 1974년 아티스트 백남준이 록펠러 재단에 제출한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새로운 전자 수퍼 하이웨이의 건립’이 미래의 문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 영향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2년 전이다. 정보의 수퍼하이웨이는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우리 앞에 다가왔고, 현실의 고속도로처럼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다. 인터넷 회선을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꿈들이 피어나고 욕망들이 충돌한다.


      아티스트 박상화는 1970년생이다. 그는 대학시절에 소련의 멸망을 눈앞에서 목도했다.  대학가에는 이데올로기가 한 젊은이의 운명을 결정짓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소련이라는 나라의 사회주의의 몰락은 우리의 문화에도 데카당한 물결을 몰고 왔다. 대학생들은 하루끼의 『노르웨이의 숲』을 팔에 끼고 다니고 이어폰으로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었다.

      그리고 뉴욕 유학파들이 이스트팩에 비타민을 넣고 생수병을 손에 든 채 압구정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신인류. 디지털 노마드가 등장한 것이다. 영어를 한국어보다 더 능숙하게 사용하는 그들은 ‘286AT PERSONAL COMPUTER'를 사용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담론보다 현실이 먼저 진보하고 있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모호하지만 매력적인 용어가 한 시절을 풍미했다.


      아티스트 박상화도 ‘286AT PERSONAL COMPUTER' 를 이용한 하이텔 세대다. 그는 대학에서는 조소를 전공했다. 크리스챤인 그는 그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사유했고 아티스로 살 수 있기를 열망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을 이끌어줄 전시회를 만나게 된다. 1995년 제 1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인 ’인포아트‘전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큐레이팅한 전시회였다. 그는 인포아트를 보면서 문화적 충격에 휩쌓였다. 컴퓨터를 접하면서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들이 실제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백남준, 제프리 쇼, 빌 비올라 등의 작품은 그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미디어 아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에 현실은 너무 척박했다. 그가 미디어 아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없었다. 그는 정말 노마드가 되어서 영상예술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배워야 했다. 대학이라는 제도 밖에서 이루어지는 공부는 더디고 느렸다.  그런 십여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는 영상 매체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그는 미술에 테크놀러지를 도입한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기 시작했다.


      ‘Tower of babel', 바벨탑은 싱글 채널 비디오로 5분 20초동안 계속된다. 바벨탑은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의 상징이다.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화면속에서 스스르 사라져서 빛이 되어 공중에 흩어진다. 실제 쌍둥이빌딩은 9․11 테러로 무너져내렸고 결국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바벨탑은 성서의 ’창세기‘에 등장한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하늘끝까지 바벨탑을 쌓았다. 결국 신이 그 탑을 무너뜨리고 인간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도록 언어를 분화시켰다고 한다.

      현대산업사회의 기술문명은 바벨탑처럼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박상화는 그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Farewell'(1999)은 ’singie channel video installation' 기법의 작품이다. ‘Farewell' 에서 그는 작은 개체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생성하고 다시 먼지로 흩어지는 것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Farewell' 에서 먼지는 욕망의 출발점이다. 소유욕, 권력욕, 지식욕, 등의 인간의 개개인의 욕망들이 보여서 거대한 욕망의 바벨탑을 형성한다. 이 욕망의 덩어리는 첨단 과학문명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쌍둥이빌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먼지들이 모여서  욕망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그러나 욕망의 오브제인 ‘바벨탑’은 다시 먼지가 되어 서서히 흩어진다. 생성과 소멸이 서서히 시적으로 진행된다. 영원할 것 같고 대단하게 보이는 인간의 창조물들을 의심하는 것에서 박상화의 작업은 시작한다. 그는 인간의 창조물들을 보여준 후 해체하고 소멸시켜버림으로써 인간이 만들어낸 창조물의 영속성에 대한 허상을 표현한다.


      창조와 소멸, 시작과 끝을 단 5분이라는 미디어 타임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박상화의 작품들은 포에틱하게 진행된다. 화면 앞에 선 관객들은 민들레꽃씨의 일생을 보면서 그가 인도하는 꿈의 세계로 빠져든다.

      ‘오늘 피었다 지는 들풀’은 작업실 앞에서 만난 풀꽃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클로버의 포름이 서서히 부서져서 빛이나 입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클로버가 하나하나 입자가 되어서 화면 속으로 사라진다. 미디어 아트는 평면에서 보여줄 수없는 많은 비쥬얼들을 보여준다. 판타지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많은 장면들을 현실에서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다.


      박상화는 ‘열다섯마을 이야기’ ‘현대미술 중심의 이동’전, ‘중흥동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업은 한 장면 한 장면 새롭게 확장되고 있고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그가 상상해 왔던 모든 것들은 형체와 메시지를 담고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미디어 드림. 그는 미디어를 통해 꿈을 꿀 수 있다고 상상했다. 이제 그 상상은 관객에게 전염되어서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 서 있는 5분간은 자신의 욕망이 먼지가 되어서 사라져버리고, 가벼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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