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에 역사의 대맥 살리기, 신학철 송필용 초대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5-03-17 13:20 조회16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신학철 <한국 현대사-촛불혁명>, 2022, 캔버스에 유채, 194x212cm 혼돈의 시대에 역사의 대맥 살리기, 신학철 송필용 초대전 전대미문 혼돈의 시대다, 분열된 국론은 용광로처럼 광장에 들끓고, 이를 부추기는 극한의 언설들이 군중의 흥분을 드높인다. 뜨거웠던 민주화운동과 촛불집회의 시기를 거쳐 왔지만 이토록 내전을 염려할 만큼 국민끼리 양분되어 맞싸운 적은 없다. 끝 모를 이 파국과 갈등 대립이 과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미래에는 한 조각 보탬이라도 될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편협된 아집과 엇나간 과욕이 만들어낸 오작동이 쌓이다 급기야 뇌관을 건드렸고, 이에 편승하는 당리당략 이익집단과 동조하는 무리들의 광분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내몰았다. 무엇이든 시대의 흔적과 산물들은 역사로 남는다. 지금 시국은 이 시대의 증표가 되어 역사 속에 계속해서 되뇌어질 거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신학철 송필용 두 원로와 중진의 초대전이 진행 중이다. 지난 역사와 지금의 시대를 독자적인 성찰의 회화로 담아내는 작가들이다. 표현형식은 전혀 다르지만 두 작품세계 다 중심엔 민중이 있다. 민중이 이 땅의 역사 주체이고 그들이 부딪혀 온 고난과 투쟁과 극복 의지가 우리 역사의 대 서사를 엮어 왔다고 웅변하는 작품들이다. 신학철의 한국 근‧현대사 연작은 특유의 회화적 서술방식으로 역사를 편집해낸다. 기록사진들의 조합과도 같은 무채색 위주 치밀한 사실묘법으로 실제인 듯 몽환인 듯 장대한 역사를 웅변한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기, 분단조국, 군사독재와 이념대립과 경제개발기, 민주화운동과 이후 자본주의 물신주의 팽창 등 격변의 한국사를 대하드라마처럼 화폭에 펼쳐낸다. 신학철의 역사비평 그림들 가운데는 여러 화폭을 이어 붙여 9미터에 이르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2023), 20여 미터의 <한국 현대사-갑돌이와 갑순이>(1998~2000) 같은 파노라마식 구성의 화폭 크기부터가 압도적인 경우가 있다. 이와 함께 단일화폭인 <한국현대사>의 ‘초혼’ ‘625’ ‘419’ ‘유월항쟁도’ ‘촛불혁명’ ‘질곡의 종말’ 등의 연작은 한 점 한 점이 그림으로 엮은 한 권의 역사서들이다. 또한 <가투>(1989), <광화문에서>(2019)처럼 직설적이거나, <신기루>(1984), <모내기>(1987)처럼 제국주의 자본주의 유입에 맞서는 민중의 저항심리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시대화도 있다. 송필용이 역사와 민중을 화폭에 풀어내는 방식은 신학철과는 대조적이다. 민족적 회화형식을 탐구하던 청년기부터 화면 깊숙이에서 우러나오는 기운을 돋우기 위해 투박하고 힘 있는 붓질들로 민중 정서를 대변해 왔다. 당산나무, 소나무, 돌벅수, 대나무, 월매, 금강산, 폭포, 강줄기 등은 그가 즐겨 다뤄온 민족 민중문화의 상징들이다. 청년기에 그린 <땅의 역사>(1987~89)는 16.5m에 이르는 파노라마 형식의 대하 서사화다. 조선 후기 민족문화 융성기부터 동학농민혁명을 거쳐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과 해방, 한국전쟁, 4.19의거, 5‧18민주화운동에 이르는 민중의 역사가 피폐하거나 붉은 황토빛, 핏빛 강을 낀 우리 땅의 역사와 나란히 펼쳐진다. 장대하게 쏟아지는 폭포수의 <곧은 소리>(2023)나 그 거대한 폭포수를 견디어 선 바윗덩이 <땅의 역사>(2015~18), 폭포수가 혼돈스럽게 난무하는 <물의 서사>(2023), 들녘을 적시며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 <역사의 흐름>(2023) 등 주제 연작들은 그가 이 땅과 민중의 힘과 기운을 역사의 대맥으로 응축시킨 회화적 연출이다. 신학철의 역사화는 포토몽타주기법 연장선에서 여러 소재를 사실적인 묘법으로 짜깁기 해 극적인 울림을 연출해내는 화면구성이 특징이다. 그와 달리 송필용은 복합이미지의 사실적 묘사보다는 형상을 털고 의미와 기운을 단일소재로 응축시켜내는 힘이 두드러진다. 역사를 사건 사실의 복합체로 엮는가, 저변에 흐르는 정기와 맥을 잡아내는가에서 서로 다르다. 그러면서도 혼돈의 역사 한가운데 주체로서 민중이 핵심이라는 발언은 공통된다. 역사는 저절로 정화되지 않는다. 혼돈과 갈등을 헤치고 올곧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민중의 의지와 사회 지도층의 혜안이 국면을 전환시키고 새 세계를 연다. 극한으로 치닫는 지금의 시국에서 역사의 대맥을 되살리는 계기와 응집력이 필요한 때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광주드림’ 칼럼(2025.3.17) 신학철 <한국 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부분), 1998~2000, 캔버스에 유채, 200x122cm 8폭, 200x130.2cm 8폭 신학철 <한국 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1998~2000, 캔버스에 유채, 200x122cm 8폭, 200x130.2cm 8폭 송필용 <땅의 역사>, 1987~89, 캔버스에 유채, 130.3x1650cm 송필용 <물의 서사>, 2023, 캔버스에 유채, 194x130.3cm 송필용 <역사의 흐름>, 2023, 캔버스에 유채, 130.3x194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