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열 초대전 '동백, 시간의 얼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남도립미술관 작성일25-05-01 11:15 조회37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강종열 <White Camellia>,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193.9×259.1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초대전 ‘동백, 시간의 얼굴‘ 2025.03.28-05.25, 전남도립미술관 예술로 삶을 그리는 강종열 강종열(1951~)은 전라남도 여수를 예술의 뿌리로 삼고, 여수 돌산의 동백나무 숲에 둘러싸인 작업실에서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여수의 자연과 사람들의 삶을 강렬한 색채와 두터운 질감으로 형상화해 왔다. 구상과 비구 상을 넘나드는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하며, 지역성과 보편성이 함께 드러나는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여수를 그리는 작가’로 불리는 그는 여수의 바다, 선창가 사람들, 동백나무를 중심 소재로 삼아 단순한 풍경을 넘어 시대의 정서와 인간의 이야기를 담는 서사적 회화를 추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한국적 정서와 지역의 삶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한국 현대 미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강종열은 꾸준히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못마땅해하던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지지자였던 어머니의 깊은 배려 덕분에 그는 그림에 전념할 수 있었다. 1971~1972년, 미술대학 입시에 두 번 낙방한 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독학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1976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동백미술학원’을 열었고, 이듬해에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또 다른 지지자인 김양자와 결혼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그는 동양적 선과 갈색 계열의 색조 중심으로 한 작업에서 출발해, 세계의 미술계를 경험하며 청회색 계열의 색조로 점진적인 변화를 보였다. 1990년대부터는 표현주의적 회화 세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며, 세계 곳곳을 다니며 마주한 현실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후 작가는 동백꽃을 중심 소재로 삼아, 고향 여수의 역사와 삶의 흔적을 형상화해 나갔다. 그의 캔버스를 뒤덮는 동백나무 숲은 단지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슬픔과 강인한 생명력, 공동체의 기억을 담아낸 상징적 존재로 확장되었다. 작품은 점차 추상적인 성격을 띠며, 동백은 강종열의 연작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로 자리 잡는다. 작가는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여순사건10·19(1948)에 대한 기억, 그리고 세계 곳곳의 명작들과 소외된 현실을 마주하며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연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목탄화와 유채 작품으로 이루어진 이 연작은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단순히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망자의 혼을 위로하고 화해를 바라는 제의적 회화로 기능한다. 이처럼 강종열은 단순한 지역 화가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에 자신의 자취를 남긴 작가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의 붓질에는 여수의 바다와 동백꽃이 흐르고, 고통과 희망이 공존하며, 살아 있는 역사와 그로부터 비롯된 정서가 오롯이 스며 있다. 그의 깊고 단단한 회화 세계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삶과 역사, 감정의 밀도를 그려내는 이야기의 장(場)’으로 확장된다. 강종열의 그림은 인간의 기억을 일깨우고, 지역의 이야기를 세계와 연결하며, 시대의 정서를 화폭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연작 가운데 네 개의 주제를 선정하여,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전시의 주제는 전작을 통해 드러나는 생명력과 끈질긴 삶의 의지를 주제로 삼아, ‘동백화가’로 불리는 작가의 회화적 여정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강종열은 강렬한 색감과 거친 질감을 바탕으로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성찰해왔다. 또한 동티모르 독립 이후 원주민들이 겪은 고통,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 등 인권의 사각지대를 주제로, 인권과 정의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전시는 다음 네 가지 주요 연작으로 구성된다: 1부 “상흔의 기억, 동티모르”의 동티모르 연작(2004∼2005년)은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된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되는 인물의 모습이 돋보인다. 강종열 화백은 동티모르의 대통령 사나나 구스마오(Xanana Gusmao 1946∼)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는 구스마오로부터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독립 이후에도 고통받는 원주민들의 삶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그는 사회적 상처와 이국적 풍경이 공존하는 회화를 선보이며, ‘이다(Ida)’ 연작에서는 한 인간의 생애를 상상과 감정으로 풀어낸 초상화들을 선보인다. 2부 “생명력, 희망 그리고 동백”의 여수 풍경과 동백 연작은 작가의 작업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가 ‘동백화가’로 불리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동백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며 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으로, 생명력과 희망의 상징이며, 작가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은 존재다. 풍경 속 동백꽃은 단순한 자연을 넘어서 삶의 순환과 존재의 본질을 사유하게 만든다. 지난 50년간 끈질기게 그려온 그의 동백꽃은 결국 작가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다. 그의 회화 세계는 단순히 미적 표현을 넘어, 고난 속에 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존재들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다. 3부 “멈춰진 시간”은 1948년 10월,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담아낸 여순사건 연작으로 어두운 배경과 강렬한 인물의 표정을 통해 당시 희생자들의 고통과 시대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한다. 작품 속 인물들의 눈빛과 표정은 말없이도 깊은 슬 픔과 절망을 전하며,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작가의 거친 붓질은 당시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시각적으로 증폭시키며,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회화적 메시지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얼굴”은 여수 선창가에서 살아온 한 ‘어부 조 씨’를 그린 연작으로 구성된다. 작가의 작업실 뒤편에 거주하던 그를 관찰하며 완성된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삶의 기록이자, 강종열 자신에 대한 은유적 초상으로도 읽힌다. 예술적 갈등과 시대적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삶은, 조 씨 영감의 고단하면서도 묵묵한 생애를 통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의 화폭에는 여수의 바다와 동백꽃, 그리고 역사와 인간의 삶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강종열의 작업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이나 현실의 기록을 넘어 기억을 되살리고,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그 현실을 마주하고 응시한 시선과 감정,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 《동백, 시간의 얼굴》은 오랜 시간 축적된 그의 회화 세계를 집약한 자리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의 시간이 되길 희망하며, 그의 예술세계를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 많은 이야기를 그려온 작가지만, 그의 예술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전시를 통해 강종열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아름다움 속에 깃든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의 예술 여정을 함께 따라가길 바란다. - 김성경(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강종열 <Camellia>, 2017, 캔버스에 유채, 180×640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떠도는 동백., 2024, 캔버스에 유채, 130x648.8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바나나 나무가 있는 시골 풍경>, 2005,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162.0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모녀의 기도(산타크루즈 공동묘지에서)>, 2005,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182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여순사건>, 2021, 캔버스에 유채, 193.9×1295.5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여순사건 목탄화 2>, 2019, 종이에 목탄, 79×109.5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트라우마 1~3>, 2019,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cm 강종열 <조씨의 하루 5>, 1992,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 <조씨의 하루 6>, 1995, 캔버스에 유채, 60.6x72.7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강종열 <조씨의 하루 7 - 조씨의 귀가>, 1993, 캔버스에 유채, 91×116.8cm, 전남도립미술관 사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