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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 강수지‧이하영, 권승찬, 이세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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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세령 작성일25-06-29 11:55 조회1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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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지 이하영 <민주주의 덕질하기>, 2025, 사진, 오브제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 강수지이하영, 권승찬, 이세현

    2025.06.10-09.03, 전남도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기획전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점유하는 광장을 키워드로 삼아, 연결과 연대의 방식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점유의 새로운 의미를 공유하며, 현재의 인권과 존엄성, 가치실현을 위해서는 공동체 그리고 개인에게 어떤 연대의 자세가 필요한지를 살핀다. 또한 공동체적 실천의 현장을 재현하거나, 집단적 기억의 장소를 호출하고, 사건의 단서와 흔적을 쫓는 등 다양한 개입의 예술적 점유를 살핀다. 이 전시에는 권승찬, 강수지·이하영, 이세현, 아이작 총 와이, 에르칸 오즈겐, 에코 누그로호, 오픈그룹, 이산, 진양핑 등 9()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광주전남에 연고를 둔 강수지이하영, 권승찬, 이세현의 전시작품에 대한 기획자 김세령 학예연구사의 글 중 일부를 옮겨 왔다. - 편집자 주

    강수지(1992)이하영(1995)은 광주홍성 출신 2인 작가그룹이다. 이들은 여성들의 연대와 상호 돌봄, 생태적인 삶과 공동체, 역사적 기억에 관심을 가지고 장소 특정적 설치와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중략) 현대사회 인권 의식과 공동체의 가치를 서정적이면서도 개념적인 작업으로 풀어낸다. 또한, 이들은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들을 찾아다니며, 기억해야 할 폭력과 억압의 형태를 되새기고,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과 저항의 맥락을 환기한다. ‘미래세대’, ‘/비경험 세대로 대표되는 청년 세대로서, “(경험하지 않은) 우리는 무엇에 저항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활동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중략)

    강수지이하영의 신작 <민주주의 덕질하기>(2025)202412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광장에서 떠올린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한 설치작업이다. 특히, 두 작가는 2030 여성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웠던 장면에 주목한다. 이들은 그동안 과소평가 되어온 아이돌 팬덤, 여성들이 정치적 연대를 실현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작품은 덕질의 언어와 감각을 공유하기 위해 전시공간을 생카(생일카페)’로 탈바꿈시킨다. (중략) 작가들은 광장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가상의 아이돌 그룹 키세스(KISSES)’를 설정하고, 그 멤버인 민주주의의 생일카페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을 팬덤 공동체의 일원으로 초대하고, 덕질의 언어로 다시 쓴 광장의 기억을 공유한다. 또한, 생일카페의 필수 요소인 기념 굿즈를 관람객이 직접 가져갈 수 있게 유도한다. 부채 형태의 굿즈를 손에 든 관람객들은 미술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공간을 자연스럽게 점유하고,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았던 연대와 연결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권승찬(1973, 장흥 출생)(중략)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하는 작가다. <무기력한 풍경>(2024~25)은 한국전쟁(1950) 당시 수많은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 국가폭력의 배경이 된 사건, ‘국민보도연맹을 주제로 한 회회작품이다. (중략)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당시 민간인들이 집단으로 살해되어 바다에 수장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2024년부터 전남 광주지역을 시작으로 타 지역까지 리서치를 확장해 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학살지, 매장지, 수장지 등을 직접 답사하고, 희생자 유족 및 각 지역의 사회 문화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록하며, 은폐되고 왜곡된 국가폭력의 기억을 다시 호출한다. 이 작업은 잊혀진 진실과 마주하려는 시도로서, 무기력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삶을 위로하고 이를 외면해온 사회의 무관심을 성찰하게 한다.

    이 작품은 현장 자료에 기반한 리서치를 토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제 학살지, 매장지, 수장지 등을 직접 답사한 후 이를 목탄 연필로 묘사한 작업들이다. 함께 전시된 드로잉은 작가가 현장에서 수집한 물건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성된 노트, 메모, 스케치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리서치와 사유의 흔적이 시각적으로 교차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전시에 포함된 영상 작업은, 보도연맹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관련 사회 문화 활동가, 연구자, 영화감독 등의 인터뷰를 담은 아카이브 영상이다. 이 영상은 기억의 복원과 증언의 힘을 통해 잊혀진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전시장 중앙에 원형으로 구성된 <당신은 불편한 진실을 온전히 마주 할 수 있는가?>(2025) 설치 작품은 무기력한 풍경 회화작품의 제목에 등장하는 지명들과 연결되어 있다. 작가에 따르면, 보도연맹 사건의 학살지, 매장지, 수장지 대부분은 공식 행정지명이 아닌, 해당 지역 주민들만 사용하는 비공식적으로 구술적 전통에 기반한 지명들이다. 예를 들어, ‘구랑실재’, ‘반송재’, ‘빈재’,‘탕수배기’, ‘암탉골’, ‘문둥이골과 같은 이름들은 지역 고유의 기억과 장소성을 간직한 비속어 지명들이다. 각 지명 위에는 센서가 장착된 조명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불이 켜진 상태로 있던 조명은 관람자가 다가가는 순간 꺼진다. 이 아날로그 방식의 센서는 조명이 켜지고 꺼질 때 하고 울리는 기계음을 내는데, 이는 단순한 물리적 반응을 넘어, 공간과 인간, 기억과 침묵, 사회적 무관심과 거리감 사이의 관계를 환기하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세현(1984, 전남 곡성 출생)은 한국의 역사적 장소와 일상의 서사를 사진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중략) 그의 작업은 마치 탐정이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듯, 공간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사진이 지닌 시간적 현실성을 바탕으로, 작가는 다양한 방식의 개입을 시도하며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 역사적 이야기와 자신의 내밀한 고민을 엮어낸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지 글쓰기라는 독자적인 작업 방식으로 이어지며, 기록과 해석, 상상이 교차하는 시공간을 창조한다.

    <Episode_당연하지 않았던 그런 날>(2025)은 역사적 사건 위에 시간의 층위가 쌓이며 남긴 흔적들을 찾아 기록하는 사진 작업이다. 작가의 에피소드 시리즈신작인 이번 작품은 전시라는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이미지를 공유하는 형태의 공공 예술로 확장된다. 작가는 최근 사건으로 불리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사진이 지닌 시간적 현실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개입을 시도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쌓여온 사물들, 머물렀던 사람들의 흔적을 탐색하며, 마치 탐정이 사건의 단서를 좇듯 현장의 흔적을 따라간다. 동시에, 사건의 시간과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 역사적 이야기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시공간을 담아낸다. 이 작업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관객에게 사진 한 장을 기억으로서 공유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긴 시간 동안 간직되고 호명될 수 있도록, 또 그 이후의 시간들이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김세령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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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지 이하영 <민주주의 덕질하기>(부분), 2005, 사진,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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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승찬 <당신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가/. 2025, 조명, 네온피스,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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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승찬 <당신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가?>(부분), 2025, 조명, 네온피스,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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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현 <에피소드 시리즈>, 2025, 신문스크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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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현 <에피소드 시리즈>, 2025, 신문스크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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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현 <에피소드 시리즈>(부분), 2025, 신문스크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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