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4인의 현대미술 기획전 ‘그리고, 하루’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영지 작성일25-08-11 11:52 조회22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광주시립미술관 기획전 '그리고, 하루' 중 정승원 섹션 청년작가 4인의 현대미술 기획전 ‘그리고, 하루’ 20205.07.29-11.23 /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의 2025년 현대미술기획전 ‘그리고, 하루’는 현대인의 삶을 구성하는 다층적인 서사를 따라가며, 자아를 향한 내면의 여정에서 출발해, 일상의 기억과 감정, 관계의 층위를 거쳐 공존의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김선우, 정승원, 문형태, 정성준 네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시선 통해 오늘날의 삶을 그려냈다. 섬세한 감성과 독창적인 조형성을 바탕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이들의 작업은 명확한 서사와 상징적 이미지, 유연한 회화적 표현을 통해 삶의 본질을 시각화했다. 이는 미술 애호가는 물론, 다양한 관람층에도 친근하게 다가가며 자연스럽게 예술적 감응을 이끌어낼 것이다.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자아를 향한 항해에서 출발해, 모두의 공존을 위한 여정으로 이어지는 수미상관의 구조를 이룬다. 그 사이에는 일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관점을 담은 작품들이 배치되어, 삶에 대한 다양한 결을 형성한다. 피안, 나를 찾는 항해 - 김선우 김선우는 현실에 안주하며 비행 능력을 상실한 ‘도도새’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가능성, 자유의지를 환기한다. 도도새는 정체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보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바보 새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잠재성의 상징이자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준비가 된 존재들로 등장한다. 도도새는 ‘사유의 배’를 타고 현실의 조건과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향해 ‘피안(彼岸)’으로 나아가는 상상적 항해를 시작한다. 여기서 피안은 이상적인 세계나 열반에 이르는 해탈의 개념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각과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는 사유의 지점으로 제시된다. 이 항해는 삶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고, 멈춰 있던 내면의 감각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도도새는 이 여정의 동반자이자 조용한 길잡이로, 우리가 자신만의 피안을 상상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나아가 잊고 지냈던 감각과 질문들을 다시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현실 너머를 향한 사유의 시간을 조용히 제안한다. 소소한 일상, 기억의 소환 - 정승원 정승원은 평범한 하루의 단면들을 밝고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삶 속 기억에 스며든 따뜻한 감정을 되살린다. 그의 작업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 기억은 곧 감상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화면에 담긴 장면들은 독일 유학 시절의 일상, 가족과 함께한 여름날, 아쿠아리움을 찾았던 순간처럼 작가에게 익숙했던 풍경에서 비롯되며, 사적인 기억이 보편의 정서와 맞닿는 접점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실크스크린의 복수성과 색의 변주를 통해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공유한다. 같은 이미지를 색과 질감에 차이를 두고 반복하는 그의 작업은, 하나의 기억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결에 따라 다르게 떠오르는 것과 닮아있다. 실크스크린의 중첩과 차이는 기억의 복수성과 감정의 유동성을 시각화하며, 기억이 고정된 단일 이미지가 아닌 유기적이고 열린 감각의 층위임을 보여준다. 화면 속에는 언제나 작가 자신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장면의 배경은 실제의 기억과 상상 사이를 유영한다. 이 풍경들은 관람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와, 저마다의 추억을 조용히 불러낸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기억을 매개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자, 잊고 있던 감정의 온기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 기억은 과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을 견디게 하고 미래를 지탱하는 내밀한 힘이라는 사실을 그의 장면들은 조용히 일깨운다. 관계, 하나이면서 여럿 - 문형태 문형태는 ‘나’라는 존재가 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의 작업은 가족, 친구, 동료, 혹은 스쳐간 인연들 사이에서 생성된 감정의 편린들을 조형적으로 포착하며, 관계가 만들어내는 정서의 층위와 삶의 양가성을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황토를 혼합한 따뜻한 화면 위에는 익숙한 대상과 상징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서로 감정의 복합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장면들은 명료하게 단정 지어지기보다 감정의 여운과 여백을 남기며, 관계가 지닌 양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작가는 감정의 코드를 숫자로 치환하여 서사의 구조를 형성한다. 1은 자아, 2는 관계, 3은 가족, 4는 사회, 5는 고독을 뜻하며, 이는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관람자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작품 속 이야기는 단순한 회상을 넘어, 삶을 구성하는 복합적인 감정의 결을 담은 메모이자 고백처럼 다가온다. 기쁨뿐 아니라 상실과 실패 또한 삶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이는 시선은, 관계 속에서 쌓여온 시간들이 우리 존재의 근간임을 환기시킨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나’와 또 다른 ‘너’가 함께 그려낸 관계의 풍경이자, 하나이면서 동시에 여럿인 삶의 진실을 사유하게 하는 회화적 기록이다. 공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여정 – 정성준 정성준은 기후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동물의 시선에서 유쾌하게 상상한다. 화면 속 동물들은 쓰레기를 치우고 서로를 위로하며, 인간을 대신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법을 실천한다. 이는 환경에 대한 경고를 넘어, 생태적 회복에 대한 인식을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제시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유학 시절 도시에서 겪은 심각한 대기오염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단순한 문제의식을 넘어 삶과 체감되는 경험으로 이어졌고, 이후 그는 유머와 따뜻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작품은 상징적 이미지와 서사적 흐름을 통해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무채색에 가까운 회색 톤은 생기를 잃어버린 도시의 현실을 암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유쾌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켜 화면에 섬세한 울림을 더한다. 동물들은 비극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긍정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오늘날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하는 실천적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유토피아는 머나먼 이상향이 아니라, 지금 이곳,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안에서 작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동물들이 유토피아를 향해 걸음을 멈추지 않듯, 우리 또한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처럼항해와 여정 사이에, 각기 다른 감각과 태도로 그려진 삶의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관람자에게 서로 다른 하루들이 하나의 서사로 이어지는 흐름을 경험하게 한다. ‘그리고, 하루’는 각자의 삶이 어떻게 그려지고, 또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되묻는 전시이다. 제목이 쓰인 ‘그리고’는 멈추지 않는 삶의 흐름이자, 하나의 장면 위에 다음 장면을 겹쳐 그려나가는 행위로 제시된다. - 서영지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선우 <영원한 여정>, 2025, 캔버스에 과슈, 130x162cm 김선우 <오아시스를 꿈꾸며>, 2025, 캔버스에 과슈, 130x162cm 정승원 <아쿠아리움 #30>,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x194cm 문형태 <회전목마>, 2025,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cm 문형태 <회전목마>, 2025, 캔버스에 유채, 지름 50cm 정성준 <그럼에도 걷는다>(부분), 2025, 캔버스에 유채, 145x454.6cm 정성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법>, 2025, 캔버스에 유채, 130x200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