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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아트 특별기획전 ‘감각 환경 Sensory Mil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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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5-10-03 14:59 조회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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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환,윤리적특이점-자기비판적최면,2025,트레일러(알루미늄프로파일,휠)4개,아크릴,당진화력발전소인근채취흙,4채널인터뷰영상,43인치TV.jpg
    문창환 <윤리적 특이점-자기비판적 최면>, 2025, 트레일러(알루미늄 프로파일, 휠) 4개, 아크릴, 당진화력발전소 인근 채취 흙, 4채널 인터뷰영상

     

    미디어아트 특별기획전 감각 환경 Sensory Milieu’

    2025.09.16-11.16 /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2025년도 특별기획전으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미디어아트의 실험성과 담론 확장으로 모색하는 감각 환경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 1940~)가 제시한 개념을 전시 제목으로 차용했다는데, 예술에서 매체는 단순히 예술의 제작 도구가 아닌, 우리의 감각과 인식을 새롭게 구성하는 감각 환경’(sensory milieu)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도 기술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시 되짚어보면서, 감각의 위계를 재구성하는 하나의 환경을 펼쳐 보이고 있다.

    G.MAP은 전시 기획글에서 인간 중심 세계 안에서 기술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해 왔으며,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의 지위에 머물렀다. 마찬가지로 예술에서도 기술은 작품 제작을 보조하는 부차적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딥 러닝, 생성형 인공지능, 실시간 데이터 처리 등 자기 생성형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술은 그 자체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예술 제작 과정에서도 기술은 독립적인 행위자이자 창작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기획전에는 광주전남 기반 활동작가인 김형숙과 문창환을 비롯해 구기정, 김윤철, 정 승, 정다(Zheng Da), 노리미치 히라카와(Norimichi Hirakawa), 세미콘닥터(Semiconductor) 8()을 초대하였다. 중국의 아트 테크놀로지 허브이자 현대미술 전시 교류를 이끌어가는 798CUBE의 협력으로 참여가 이루어진 국제적인 작가들이다. 이들은 기술을 인간과 동등한 하나의 주체로 보고, 예술과 기술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미세입자, 지진파, 데이터, 소외된 존재 등 그동안 보이지 않거나 배제되어 온 존재들을 작품 속에 드러내는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작업은 모든 존재를 위계화해 온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려는 하나의 시도이며, 이를 통해 전시는 모든 존재가 동등하게 감각되고 표현될 수 있는 환경, 감각과 인식의 경계를 확장하는 다층적인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지난해 2024광주비엔날레 주제전에 초대됐던 김형숙은 <인간 풍경_이미지들, 보여줄 수 없는...>(2025) 영상작품을 출품했다. 그가 일했던 요양병원의 내부 풍경을 초점 없는 몽롱한 8개의 LCD 액정패널 영상으로 펼쳐 놓았다. 어른거리는 색 덩이들이 도무지 무언지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데, 작품설명을 읽고서야 병원 시설 이곳저곳의 입원 노인, 보호자, 요양보호사 등의 흐릿한 영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어느 장소, 무슨 상황, 어떤 표정들인지는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여서, 불확실한 실루엣 정도로 존재감이 약해지거나 사회 이면으로 소외된 존재들의 현재를 환기시키는가 싶다. 그동안 김형숙의 이전 여러 소재의 다큐 영상작업들과도 또 다른, 처음 시도한 포커스아웃 촬영방식의 영상작품이다.

    문창환의 <윤리적 특이점-지기비판적 최면>(2025)은 생태환경 비판 메시지를 담은 복합 설치작품이다. 환경오염 문제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당진석탄화력발전소 주변에서 채취한 흙들을 4대의 수레에 나눠 싣고, 각 수레에는 전원이 켜진 LED형광등들을 세워 놓았다. 그 설치물 위에는 당진환경운동연합, 당진환경운동감시센터, 한국지질지원연구원, 녹색연합 관계자들의 인터뷰영상을 모니터로 함께 설치해 놓았다. 산업시설로 인한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 감시하는 시료로서 현지 흙을 운반 폐기의 수단인 수레에 담음으로써 환경피해의 기억을 운반하고 보존하는 기념비적 장치로 등장시켰다 한다. 보이지 않는 위험, 전력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면의 오염과 피해와 고통을 드러내어 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으려는 작업이다. 그의 예전 작업들과는 다루는 주제나 표현형식에서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시도의 작품이다.

    이들과 함께 구기정은 나무와 이끼, 동식물의 유해 등 자연생태계 일부를 매크로렌즈로 촬영하고 디지털이미지로 합성한 멀티채널 T.V와 벽지 설치작품인 <초과된 풍경>(2021/2025)로 지구 생태계와 인간 사이 상호관계를 시각화하였다. 노리미치 히라카와는 광주 현지에서 구한 암석을 디지털이미지 픽셀로 나누고 그 명도값을 알파벳 시퀀스로 변환하여 나열한 LED 모니터영상 <(non)semantic process-version with a piece of sedmentary rock from Gwangju>(2022/2025), 김윤철의 <아르고스-부풀은 태양들>(2022/2025)은 수많은 유리관들을 결합시킨 빛과 움직임의 구조체인데, 우주입자가 지구 대기권에 충돌할 때 생성되는 뮤온입자를 실시간 검출해서 그 신호를 구조물에 보내 움직임을 유발시키는 키네틱아트다.

    또한 정승의 <이모르텔 Immortel>(2022)은 인간의 의식과 기억, 성격 등을 데이터로 변환시켜 디지털 가판에 저장하고 영원히 보존하는 가상개념의 디지털 불멸을 실험적 시각조형물로 제작한 알루미늄 프레임과 조명, 모터, LED장치의 마름모 통형 구조물이고, 정다의 <Organic Matrix>(2021)은 로우·AI박스와 오가닉 엘리먼트 ·3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작가가 거주하는 공간의 온도, 습도, 조도 등 환경 데이터와 작가의 심박수 데이터를 수집하고 러닝머신 기술로 생성하며 유기액체 속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빛으로 변환시킨다.

    마지막 4전시실에서 세미콘닥터는 지각과 지진 활동, 화산, 빙하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과학적 아날로그 모델링 <Earthworks>(2016)의 가상현실 영상과 사운드를 전시공간 가득 채워 몰입형 체험을 유도한다.

    과학과 예술, 첨단미디어를 결합하는 최근 다양한 시도들 가운데 익숙한 영상작품이나 설치 형식뿐 아니라 AI와 데이터분석 생성이나 전자기술의 결합 등 미디어아트로 통칭되지만 다양하게 분화하는 최근의 여러 시도들을 볼 수 있는 전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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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숙 <인간풍경_이미지들, 보여줄 수 없는...>, 2025, 8채널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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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철 <Flesh-Subluminal Resonance Chamber>, 2025, 폴리머, 알루미늄, 모터, 마이크로콘트롤러, LED, 200x80x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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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 <Organic Matrix>, 2021, 모듈2-오가닉엘리먼트IV, 전자복합소재, 센서시스템, 투명기계구조, AI컴퓨터시스템, 무선연동시스템, 투명디스플레이시스템, 유기액체
    구기정,초과된풍경,2021,2025,멀티채널TV,벽지,감각환경,G.MAP,20250916-1.jpg
    구기정 <초과된 풍경>, 2021, 2025, 멀티채널TV, 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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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콘닥터 <Earthworks>, 2016, 서라운드 사운드 컴퓨터 생성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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