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관계 ‘존재와 무 사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1-03-26 14:15 조회1,99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김주연의 <Re-turn> 인간과 자연의 관계 ‘존재와 무 사이’ 해동문화예술촌 기획전 03.28에 종료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작품을 만나면 그의 색다른 시도가 반갑고, 봤던 작품도 놓이는 장소와 공간에 따라 새로워 보이기도 한다. 익숙한 편안함과는 다른 낯선 신선함이 나를 이끌면 봄기운 물오르듯 충전의 묘미를 누리고는 한다. ‘존재와 무’라는 화두에 ‘코로나 시대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맺음’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해동문화예술촌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열어온 기획전인데, 겨울 지나 봄기운 속에 3월 28일 파장을 앞고 있다. “이 전시는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대상(인간, 자연, 사회)과 이들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기후와 생태, 생과 공)를 통해 코로나19시대의 아포토시스(appotosis)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관계맺음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기획자 양초롱 관장은 말한다. 그런 전시기획 의도와 주제를 따라 따로 또 같이 할애된 공간들에는 익히 봐왔던 작품도 있지만 자기작업을 새롭게 풀어내려는 의지들이 모아져 전시의 무게감을 높이고 있다. 김치준의 <세포예정사>는 작품명부터가 흥미로우면서 작업의 생각과 설치된 형상이 흥미롭다. 흙과 물과 불 자연의 원초적 기운을 모아 빚어낸 도자기 그릇과 새순 돋는 나무를 접목시키거나, 형해처럼 마른 고목토막에 버섯과 짝을 이뤄 접시꽃들을 피워놓았다. 미시 세포의 생멸과 분화과정으로 이루어진 생명존재에 관한 성찰이면서, 원초적 자연의 생명순환과 그 기운에 맞닿으려는 부단한 그의 작업행위들의 한 장이다. 강운의 ‘마음산책’ 화폭들은 누군가에게 읽히든 안 읽히든 5·18을 비롯한 세상의 사건과 떠도는 무수한 얘기들이 겹겹으로 채워져 있다. 개인과 사회와 특정 장소에 얽힌 상처와 생채기, 서사들이 세월 속에 딱지지어지면서 세상의 언어들로 중첩되어져 있다. 끝나지 않은 고통과 왜곡으로 더 엉클어진 아픔의 서사들이 기댈 곳 없는 영혼들의 초상으로 드러내어져 있다. 인류가 지구표면을 식민지화하여 갖가지 방사선 동위원소, 화석연료의 부산물, 온실가스, 플라스틱과 콘크리트 등으로 ‘기술화석’을 남기고 있음을 반추시켜놓은 정위상무의 꽃그림들도 익숙하지만 새롭다. 화석으로 서로를 점점 굳히기보다 제 생명작용에 따라 절로 피고 지는 <양귀비>, <천사의 트럼펫>, <묵죽완두> 꽃무리들처럼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공존세상의 메시지로 전한다. 김자이는 초등학생들과 협업으로 색색의 유리파편들을 녹여 알록달록 반짝이는 모빌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해 놓았다. <Peace Piece 2>라 이름붙인 이 작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되는 환경문제를 함께 생각하며 자연 속 무수한 식물존재들의 상징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 각자의 색을 빛내면서 함께 공존하는 무리지음으로 설치한 것이다. 윤준영은 사회라는 거대 구조 속 개별존재와 내적 자아에 관한 성찰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섬세하고 묵직한 진회색 화폭들로 담아놓았다. <달과 바다>, <Inner>, <무저갱> 등 사회적 거리, 내면으로의 침잠, 잠들지 못하는 존재의 고독이 자연과 사회와 인간사와 개인의 관계들 속에 녹여져 쉼 없이 일렁이고 있다. 설박은 ‘산수’ 연작이면서 우주자연 생멸순환의 세계로 풀어낸 영상작업과 병풍틀에서 벗어난 가변형 화폭모음을 보여준다. 산과 물과 여백으로 함축된 자연의 기운을 농담을 달리하며 겹쳐 찢어 붙인 먹 염색의 중층적 화지들로 이루어진 산수풍광과 함께 그런 작업들을 연속성 있게 영상으로 구성해 거울반사면에 비춰내며 산수자연의 공간을 더 확장시켜내었다. 해자처럼 붉은 벽돌창고를 싸고도는 물줄기를 건너 만나게 되는 김주연의 전시공간은 존재와 관계에 관한 일상과 사유의 접목이다. 독일 체류당시 모아온 그곳 농부들의 녹슨 농기구들을 조각배의 형태로 맞춰 깔아 놓은 <Re-turn>은 개개인의 존재와 삶의 일상들이 모아져 함께 세상 항로를 찾아 나이가고 있다. 벽에 걸린 남극사진 <유기체적 풍경> 연작이 헤아릴 수 없는 세상사의 깊이를 배경으로 둘러주고 있다. 김희상의 <사람꽃> 160여 토우들은 낯익은 모습들이지만 장소를 바꿔놓으니 공간과 어울려 새롭게 다가온다. 오색찬란 스테인드글라스창의 빛이 감싸는 옛 담양읍교회당 바닥에 서로 군집을 이루기도 하고 홀로 사유에 잠기기도 하고 손가락이 남을 향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향하기도 하면서 너른 세상의 다종다양한 표정들을 이루고 있다. 오랜 동안 이어온 ‘빈집’ 옵스큐라 연작과는 다른 조현택의 석공장 파노라마 풍경사진은 그가 포착한 세상의 또 다른 단편이다. 불상과 그리스도상과 동자상과 석탑 석등들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현세와 이상향이 공존하는 세상 속 피안의 세계이면서 김희상의 나한상 무리들과 하나의 조합을 이루기도 한다. 이 밖에도 침몰하는 세월호 선체 끝에 올라앉아 구조를 기다리는 북극곰 형상으로 일그러진 세상과 날로 위기감이 높아가는 기후온난화 문제를 다룬 최은태의 <Blue>, 추억과 기억으로 채워지는 삶의 반추와 여유를 고무신얼굴로 표현한 백상옥의 <휴만, 休滿 Human>, 어릴적 기억과 함께 자연 생명세계의 공존과 훼손의 얘기를 구름과 토끼와 동식물들 형상으로 모아놓은 전소영의 <기억>이 추가혜 쪽에 이어져 있다. 서로가 다른 관점과 표현들로 세상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서로 이어지고 스며들어 ‘존재와 무 사이’라는 전시를 이루고 있다. 자연과 인간, 사회와 개인, 나와 세상 간의 “‘관계맺음’을 통해 잃어버린 주체의 사유를 기반으로 존재의 영토를 구축”해 나갔으면 하는 기획자의 메시지가 코로나19나 새로운 바이러스들과 함께 살아야하는 지금의 세상에 예술어법의 반추로 남을 것이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김치준 <세포예정사>, 2020, 화이트백토, 코발트안료, 1270도 산화소성 설박 <Black Forest>, 2020, 단채널영상, 1분45초 윤준영 <달과 바다>, <Inner>, <무저갱> 등 강운 <마음산책> 연작 정위상무 <기술화석-양귀비> 등, 2020, 린넨천에 유채, 밀랍 김자이 <Peace Piece 2>,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김희상 <사람꽃> 일부, 테라코타 김희상의 <사람꽃> 토우군상과 조현택의 석물공장 파노라마 사진 조현택의 석물공장 파노라마 사진 백상옥 <휴만 休滿 Human>, 2020, FRP, 우레탄도색 전소영 <기억>, 2020 최은태 <Blue>, 2020, 스테인레스 스틸, 자동차 패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