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심상과 도시일상이 ‘뭉치산수’로 통합 ; 조근호 회화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1-10-02 12:10 조회1,82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조근호 <뭉치산수-여름산>, 2021, 캔버스에 유화, 45.5x53cm 자연심상과 도시일상이 ‘뭉치산수’로 통합; 조근호 회화전 국윤미술관 기획초대전 : 2021.10.1-10.31 조근호는 순수주의자다. 예술에 대한 순정으로 작위적 태도나 이념의 군더더기가 붙지 않은 순수 직관의 표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자연 풍광이나 도회지 풍경이나 삶의 단상을 그림으로 담아낼 때 눈에 비친 형상에 혹하거나 애써 의미를 덧씌우기보다는 직관으로 통하는 영감이나 심상을 함축시켜 마음의 풍경으로 비춰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가시적 현상의 기능적 묘사나 순간의 감정에 붓끝을 맡기기보다, 그림의 형식에 문학적 서사나 의도적인 상징수법을 과도하게 짜 맞추기보다, 절제와 함축을 기본 화격으로 여긴다. 예술이 예술 이외 다른 어떤 목적에 동원되거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도 거부한다. 시대와 현실과 삶에 화폭을 마주하되 기교나 치장으로 그림에 겉멋을 들이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내면에 비춰지는 상(Image)을 자신의 독자적인 조형어법으로 드러내기까지 화면바탕부터 채색까지 수없이 층위를 덧쌓아 그림의 밀도를 높이는데 집중한다. 그 상이 화폭에 올려진 단순 조형적 도상이 아닌 대상과 화가, 화가와 관자(감상자) 사이의 교감을 여는 매개의 단초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중략) 2020년에 선보인 <도시의 창>과 <춘풍>, <비> 연작은 자연과 도시와 일상을 다시점으로 관조하는 조근호 회화의 이즈음 경향을 두루 아우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연속선상에서 올해 신작으로 집중하고 있는 ‘뭉치산수’도 요즈음 그의 도시와 자연, 일상과 심상, 가시적인 세상과 사유의 세계가 재해석되고 각색되어 다시 한 덩이로 통합되는 거시 관점의 작업들이다. 특히 지난해 작업실을 위층으로 옮기면서 조망시점이 높아져 더 넓게 바라보게 된 무등산은 매일같이 그에게 생생한 실경과 영감을 선사해준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그 무등산과 아래 도시풍경이 하나로 연결되며 날마다 시간대와 날씨 따라 다른 모습들을 펼쳐주니 분석과 재구성, 통합의 회화탐구에는 더없이 좋은 실경이 되고 있다. 조근호는 ‘뭉치산수’ 작업에 대해 “‘뭉치’는 덩어리감과 무게감, 부피감, 뭉뚱함을 나타내는 말인데 무등산이 딱 그런 모습이다.”며 뭉치산수의 모태가 무등산임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얼마 전까지 계속해 온 ‘도시의 창’ 연작이 안팎을 오가는 소통 통로의 의미였다면, ‘뭉치산수’는 같은 공간을 무엇을 통하지 않고 바로 본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전 작업 대부분이 대상의 조형적 분석과 내적 침잠을 통한 심상적 풍경이 주류였다면, 창 너머로 마주하는 무등산을 바로 직관하며 그 기운과 품새를 여러 유형으로 모아내는 작업으로 차이를 갖는다는 것이다. <구름꽃> <푸르른 날> <달을 탐하다> <여름산> 등등 요 근래의 작업들이 유동 불변하는 다른 듯 같은 천지간의 공존요소들을 본래 형상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재해석하면서 조화롭게 펼쳐내는데 주력한 예들이다. 조근호 회화에서 각색 재구성된 형상과 더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색채다. 자유롭고 거친 필촉 위주였던 초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정제되고 단순화된 도상과 색면 처리가 두드러졌었기 때문이다. 서로 대비되는 원색과, 동색계열이더라도 미묘한 차이를 지닌 채색들, 그 원색조와 무채색의 조화를 중히 여기는데, ‘도시의 창’이나 ‘뭉치산수’에서도 무채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오방색을 염두에 둔 ‘뭉치산수’ 색면 구성에서 검정은 덩어리감을 잡아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방색이라 해서 전통색상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순도를 조절하고 여러 번 엷게 덧칠해서 진득하게 우러나는 색채들을 만들어 왔는데, 그런 색채구성에서 검정색의 배치는 전체 화면의 균형과 조화를 조절하는데 주요 요소가 되어주는 것이다. 최근의 작업들은 정제되고 간결해진 화면구성으로 언뜻 색면추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물론 그의 회화는 현상보다는 심상에 바탕을 두어왔던 터라 추상화면이 이질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완전 거두어 소통이 한정된 추상세계로 초월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세계로 많은 이들과 친근하게 교감하며 치유와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따라서 기학학적 형상들이 도식화된 추상화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간결하게 다듬어진 형상과 색면, 선들과 더불어 힘을 뺀 가벼운 붓질 선들을 일부러 곁들이기도 한다. 크고 작은 색면들의 비중 조절로 무게 균형을 맞추고, 곡선과 직선, 말끔한 선과 자유로운 선의 조합으로 화면의 긴장도를 조이고 풀어주는 조형질서를 연출하는 것이다. 조근호는 어설프게 빌려온 관념적 예술철학보다는 작업과정을 거듭하며 스스로 체득한 예술언어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의 그림은 자연과 도시 풍경들의 단순화와 조형적 질서, 면과 색채의 조응관계와 균형 등 형상 탐구와 분석 통합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런 짜임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어떤 사전 밑그림이나 도해작업을 거치지는 않는다. 구상과 숙고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일상 중에나 대상과 화폭을 응시하던 중 어느 시점에 상이 잡히면 이를 바로 화폭에 옮겨 그 이미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일궈내는 방식이다. 그는 “미술은 도끼로 한방에 내려치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작업의 과정과 수고로움은 묵직이 쌓였을지라도, 결과물로 보여지는 화면의 이미지와 시각적 효과는 그림을 보는 즉시 바로 강렬하게 전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공을 열심히 다져 실제 화폭을 대했을 때 한 덩이로 기운을 담아내야 한다는 작업태도이다. 그런 연마의 과정으로 40여년을 한 결 같이 화업을 천직 삼아 정진해 왔지만, 수시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새로 주제를 찾고, 새 전시회를 준비할 때마다 매번 ‘색다른 무엇’을 내놓기 위해 고심한다. 스스로 자족과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전시회를 찾는 이들에게 신선하고 독자적인 조근호만의 회화를 선사하려는 전업작가로서 프로의식인 것이다. 그것이 평생의 업인 회화에 대한 순정을 다하고 불확실한 예술의 길을 꿋꿋하게 닦아나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 조 인 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조근호 <뭉치산수-지난 여름>, 2021, 캔버스에 유화, 60.6x91cm 조근호 <구름꽃>, 2021, 캔버스에 유화, 130.3x162.1cm 조근호 <오월 푸르른 날에>, 2021, 캔버스에 유화, 130.3x162.1cm 조근호 <달을 탐하다>, 2021, 캔버스에 유화, 각 91x72.8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