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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의 고양이’ 최순임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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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백종옥 작성일22-02-25 17:45 조회2,3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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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의 고양이 전시전경3.JPG
    최순임 초대전 '니체의 고양이' 전시 일부

     

    니체의 고양이최순임 초대전

    2022.02.19.-04.24 / 무안군오승우미술관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통찰하는 여행자

    소녀는 서 있고 고양이는 앉아 있다. 우주복을 입은 그들의 얼굴은 서로 닮았다. 소녀의 등에는 태엽이 돌아가고 고양이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그들은 그렇게 어딘가를 바라본다. 누구일까? 어디에서 왔을까? 그들의 주변엔 크고 작은 선인장들이 자란다. 신성한 우주나무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선인장들에서 한창 둥그런 별들이 태어나는 중이다. 그 별들 중 하나에는 우주복 차림의 작은 요정이 조그마한 아기 동물을 팔로 감싼 채 앉아 있다. 그리고 키 낮은 선인장에서 태어난 조각배에 또 다른 요정이 기대어 쉬고 있다. 이곳은 어디일까? 미지의 행성일까? 초현실적인 꿈이나 환상의 세계일까? 분명한 것은 선인장 숲 안에 있는 소녀와 고양이가 낯선 곳을 여행하는 존재들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 그들은 '여행자'.

    여행자의 시대

    지난 10년 동안 최순임 작가의 작업을 관통해 온 핵심적인 주제는 '여행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추구하는 여행자의 이미지는 작업 초기인 2012~2014년에 처음 등장했다. 단초는 고양이였다. 2012년에 그는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는데, 그때 선보인 작품들이 흙으로 빚은 고양이 조각상이었다. 우연히 길에서 발견한 유기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작가는 고양이에게 다양한 감정을 투영하여 작업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런데 2014년 개인전에서는 고양이와 더불어 소녀 이미지가 회화와 조각 작업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로 고양이를 안은 소녀는 작가의 자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중 고양이와 함께 여행 가방을 끌고 있는 소녀가 여행자로 지칭되었다. 왜 작가는 고양이를 안은 소녀를 여행자라고 명명했을까? 그 이유는 작가가 '광주'라는 한 도시 안에서 태어나 계속 살아가는 삶에 대해 권태를 느껴 늘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갈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작가의 욕망과 꿈을 대변해주는 인물이 바로 여행자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행자로서 소녀와 반려동물인 고양이의 이미지가 초반엔 소박한 현실감을 주다가 점차 삶이라는 여정을 함께 하는 존재로 은유성을 띠게 되고 나아가 다양한 소재들과 함께 동화(童話)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보여주는 쪽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몇 차례의 개인전에서 독특한 외양을 지닌 여행자들을 중심으로 동화적 환상성이 매우 강하게 표출되었다. 즉 이 시기의 작품들 속에 '동심(童心)으로 꿈과 환상을 추구하는 여행자'라는 개념이 명확히 자리잡았다. 이런 동화적인 요소는 작가가 대학 졸업 무렵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18년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는 그의 건강 문제로 다소 침체된 시기였다. 201810월에 암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2020년까지 투병을 위해 요양병원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그는 상처입은 여행자인 자신의 모습을 주제로 치유의 드로잉에 몰두했고 이를 두 차례나 전시했다. 그리고 건강이 조금 회복되자 2021년에는 전통 동양화와 민화의 소재들을 차용해 새로운 환상여행을 표현한 회화를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작가 스스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향후 작업의 방향성을 여러모로 고민하고 모색하는 중이다.

    (중략)

    2014년 개인전에 함께 등장한 소녀와 고양이는 2015년 개인전에서 우주복을 입은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선인장들의 이미지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에 서식하는 에키놉시스(Echinopsis) 선인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작가는1200살이 넘은 초대형 선인장들을 보고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하여 작품의 소재로 취했다. 소녀와 고양이, 이국적인 선인장의 조합은 '낯선 지구별의 선인장 숲을 방문한 여행자'라는 이야기로 발전하였다. 이 설치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SF만화 주인공 같은 소녀와 고양이의 이미지 그리고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선인장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고온의 가마를 거치며 우러나온 흙과 유약의 온화한 색감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배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점들 외에 가장 중요한 특성은 선인장들의 초현실적인 이미지라고 본다. 이 선인장들은 현실의 선인장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치 신화의 한 장면처럼 선인장에서 별과 배가 태어나고 그곳에 요정이 함께 노닌다. 이렇게 이질적인 사물들의 낯선 만남을 통해 시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풍부하게 형성된다. 어떤 사물들을 맥락이 전혀 다른 곳에 두어서 기이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표현 기법을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이라고 하는데 이는 초현실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식이다. 물론 이런 표현 기법은 작가의 동화적 상상력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결과로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선인장 숲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감성적으로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별들이 태어나는 선인장들과 그 사이에 있는 작고 연약한 소녀와 고양이를 보면서 직감하게 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우주 대자연 속에서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과 동식물은 서로 의지하며 동행해야 하는 존재임을!

    또다시 새로운 여행으로

    최순임 작가의 작품엔 푸근한 기운이 감돈다. 삶에 대한 고뇌와 불안까지도 그의 작품 안에선 결국 낙관적인 느낌으로 수렴된다. 이는 작가의 내면에 깃든 어린아이 같은 심성이 작품에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 어린아이 같은 심성, '동심'이란 단순히 순진무구한 마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살아가면서 외부의 다양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성정을 지키며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으로 그의 예술적 상상력이 피어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의 예술적 상상력이 펼쳐 놓은 세상에서 주인공은 여행자다. 작가의 분신으로서 여행자는 사랑과 자유와 환상을 추구하며 낯선 세계를 찾아 나선다. 이는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넘어 궁극적으로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통찰하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정제된 모습의 다양한 여행자들이 탄생했다. 최순임 작가는 그들을 깊이 응시하며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 가는 여행을 꿈꾼다.

    - 백종옥 (미술생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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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임 초대전 '니체의 고양이' 전시 일부

     

    대면, 세라믹,실, 2017.JPG
    최순임 <대면>, 2017, 세라믹,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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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임 <여행자 태엽소녀>, 2017, 세라믹, 35x30x97 / <꿈꿔라>, 2017, 캔버스에 목탄, 콩테, 120x80

     

    9. 여행자,세라믹 아크릴 선인장 2015.jpg
    최순임 <여행자>, 2015, 세라믹, 아크릴, 선인장

     

    25. 도원경 130x162,캔버스위에 목탄 콩테,2021.jpg
    최순임 <도원경>, 2021, 캔버스에 목탄, 콩테, 130x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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