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의와 모두의 예술 ; 대전환의 문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신윤주 작성일22-09-26 09:54 조회1,61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천현노 <검은비>, 2022, 알루미늄망, 혼합재 기후 정의와 모두의 예술; 대전환의 문을 2022.09.13-09.30 / 광주 가톨릭평생교육원 헨리관, 브래디관 (사)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이하 광주민미협)가 주최 주관하여 광주 전남과 타 지역에서 40명의 작가(팀)가 참여한 ‘기후정의와 모두의 예술’ 전시회가 9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브레디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기후위기에 대한 여러 입장 중에서 ‘기후정의’를 특히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는 최근 서울에 쏟아진 호우로 희생된 ‘반지하 세모녀’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은 기후위기라는 재난 앞에 ‘벌거벗은 생명’으로 놓여 있다. 비정규직, 이주노동,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노동현장은 또한 어떠한가? 정의로운 전환은 준비되고 있을까? 기후위기는 곧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이고, 눈앞에 닥친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이다. 지난 6월, 작가들은 목요일 밤마다 온라인 줌방에 모여앉아 기후 생태전문가들과 공부를 하고 토론을 나누며 긴 고민과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기후 정의’ 개념을 통해 기후 위기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실존적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사회적 전환을 만들자고 대중에게 손을 내미는 작가들의 진지한 제안의 장이다. 기숙사의 방 하나씩을 작가 한 명의 작품으로 채운 제1전시실과, 지하인 제2전시실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형작품들이다. 가로 4미터에 가까운 대작으로 십장생도 병풍의 형식을 차용한 박철우의 <금수강산십단생도>는 한지에 전통 채색기법으로 작업한 위에 작가의 집에서 발생한 각종 폐 비닐을 꼴라쥬하여 무분별한 비닐산업을 풍자적으로 비판한다. 지상의 제1전시장에 설치된 잘려진 나무의 밑동과 하나로 연결된 지하의 거대한 나무뿌리 형상은 가로수 프로젝트로 각자 펜 드로잉, 시, 사진, 면티 등으로 작업한 ‘광주예술로’의 김옥진, 박일광, 조성국, 채지윤, 최재덕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설치한 <사라져야 하는 나무를 위한 애도>이다. ‘도시의 생명들, 특히 나무라는 생명체의 보이지 않는 근간인 뿌리를 형상화하여 우리 시대가 생명의 존엄을 바라보는 시선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광주영어방송국 김미영 PD의 <외면하지 않을 권리>는 2014년의 밀양 송전탑 투쟁의 기록들을 꼼꼼하게 아카이브 전시한다. 옷을 벗고 쇠사슬을 몸에 감고 싸우던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거대한 플래카드와 송전탑, 기록사진들, 책자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정부의 탄소 제로정책 이면의 갈등을 보여준다. 또한 어두운 지하 복도에서 빛을 내고 있는 최병진의 <BLUE CARBON> 3연작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자연생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대규모 간척사업과 양식장 등으로 크게 줄어든 갯벌을 독특한 사진작업으로 표현했다. <지구를 바꾸는 힘, 기후행동 60일> 프로젝트로 주변과 연대하고 작은 실천을 직접 경험한 문흥초등학교 5학년 학생 43명과 교사들이 마을의 어른들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 <쓰레기섬의 고래>와 골판지로 만든 피켓들은 전 세계 기후 운동의 중심에 자리 잡은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천현노의 <검은 비>는 그 지구적 폭력을 강력히 고발하고, 최대주의 벽화 <꿈도 없이>는 변두리마저 차지하지 못하고 떠도는 전 세계의 기후 난민과 뭍 생명의 고통을 삼면의 벽에서 보여준다. 지하 전시장 가장 끝에는 공생이 끝난 자리에서 모든 걸 버리고 떠나야 하는 여행자를 캄캄한 하늘로 날아오른 고래로 보여주는 위재환의 <서투른 여행자>가 있다. 평면회화 작품들은 광주 리얼리즘의 사회참여적 전통을 보여준다. 김병택의 <비만과 지구>는 육식 문명의 폐해를 우리의 몸이라는 소재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공장식 축산업이 야기한 온실가스 배출, 동물권의 문제와 육식문화가 전체 생태계에 미친 문제를 비판한다. 우리 시대 마지막 간판장이 박태규는 바다 생태계의 절규를 <플라스틱 바다>, <풀치>, <살고 싶다>로 표현하며 지금 당장의 행동과 삶의 전환을 호소한다. 최진우는 돼지 구제역 사태로 집단매몰 처리했던 충격을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호모사피엔스의 ‘인류세’적 행동으로 진단하며 인간 매몰지를 <코로나-인간>으로 그려냈다. 김희련의 바느질 그림 <숨> 시리즈는 숨을 잃어가는 지구 생명들에게 촘촘한 바늘땀으로 호흡을 이어주는 듯하다. 김화순은 <붉은 바람 앞에 서다>, <무녀의 눈물>, <우리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등을 통해 자연생태 파괴, 핵, 기후위기 앞에 놓인 제3제국, 어린이, 여성이라는 소수자의 입장을 넘어서서 에코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2020창평 수해복구> 시리즈와 <2022 서울 강남 수해지>에서 박성완은 지금 우리 삶의 실제 현장을 마티에르의 두터움과 인상파적 색조로 보여준다. 김우성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몸속 세상을 거품뿐인 인생으로 표현한다. 목판화가 전혜옥은 <종말>, <숲>과 여러 점의 판화를 통해 현실로 닥친 종말의 두려움을 표현하며 상생의 길을 기원한다. 소비를 유혹하는 예쁜 포장지가 쓰레기가 되는 현실을 파스텔톤으로 예쁘게 표현한 노여운의 <ㅇㅃㅆㄹㄱ>는 감각과 실제의 반전을 보여준다. 존재론으로 접근하는 심층생태학적 입장을 보여주고 관객참여를 유도하는 젊은 작가군의 작품들도 놀랍다. <명상을 위해 만들기>의 강수지, <Circle of Love>,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으니>의 이하영은 매몰지에서 수집한 오브제와 사진 작업, 그리고 명상 안내서를 통해 관람객의 영적 참여를 유도한다. 고유진의 대형 실뜨기 설치 작품 <기억의 중첩>은 얽히고설키며 관계를 만드는 사회생태와 그 안의 개인적 경험과 기억들을 표현한다. 정유승의 관객참여형 작품 <step for green>은 포장지를 가져와 큐알코드로 접속해 사진을 보낸 후 설거지비누를 가져가는 행위를 통해 관객이 직접 환경보호 실천을 하도록 한다. <몽요담>의 채지윤 작가는 현상의 문제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연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공예사물 기반의 공간언어를 보여준다. 우리의 삶은 지금 전 세계를 떠돌고 있는 2억 1천만 명이 넘는 기후난민의 비극과도 연결이 된다. 이 문제는 탄소배출량의 4%를 차지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 전체 탄소배출량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들의 변화가 중요한 것이다. 기후정의는 이들이 지구적, 문명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대전환의 장으로 함께 나아가길 촉구하고 있다. - 김신윤주(기획, 감독)의 전시 서문과 작품소개 글에서 편집자가 임의 발췌 재구성함 광주예술로,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라져야 하는 나무를 위한 애도>, 2022, 혼합재 설치 김화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2021, 혼합재, 회화(130,5x97cm) 최병진 <Blue Carbon>, 2022, 디지털프린트, 각 90x280cm 박철우 <금수강산십단생도-22>, 2022, 한지에 채색, 폐비닐 콜라주, 384x137cm 문흥초등학교 5학년 <쓰레기섬의 고래>, 2022, 폐품 업싸이클링, 350x300cm 최진우 <코로나-인간>, 2022, 한지에 수묵담채, 흙, 88x144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