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초대전 ‘미필적 고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3-05-12 19:36 조회1,391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이정기, <부재의 자리>, 2023,, 혼합재 이정기 초대전 ‘미필적 고의’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작가 초대전, 2023.5.11~5.31까지 제19회 광주신세계미술제(2018)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정기의 수상작가 초대전이 5월 11일부터 31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명 ‘미필적 고의’는 알면서도 저지르는 세상 사람들의 수많은 환경오염, 타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유무형의 폭력 등 폐해들을 풍자한 제목이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표현형식은 가족을 모델로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하고 있는 ‘시대의 유물’ ‘박제화된 영웅’ 시리즈의 2023년 버전이다. 부모님이나 아내와 딸의 초상이 단색조의 대리석 조각상처럼 묘사되어 있는데, 대부분 눈을 감고 있는 모습들이다. 알게 모르게 저질러지는 ‘미필적 고의‘ 행위가 모델로 삼은 자신의 가족이라는 특정인에 국한되지 않은 누구나 해당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눈을 감은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 붙인 작가노트에서 “부모세대가 살아온 질곡의 삶을 시대를 대변하는 살아있는 유물로 보게 되었다. 부모세대, 우리 세대, 그리고 미래세대로 이어지는 세대까지 저마다의 삶과 역사적 흐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박제화된 영웅의 모습을 부모님으로 치환하여 보여준다.”고 붙이고 있다. 한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진정한 영웅들이라는 관점으로 미래적 관점의 기념비적 조각상들처럼 기록하였음을 밝인 것이다. 전시 제목은 시대풍자이되 작품의 구성과 내용은 그의 예전 주제연작들을 잇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화와 입체조형, 설치, 사진까지 폭넓은 표현매체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 I>(2022)에서는 연로하신 아버지와 새싹 같은 딸아이를 함께 그린 초상으로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빈곤의 시대 경제개발기, 정치사회적 민주화와 문화변혁의 시대를 관통해서 미래세대로 이어지는 역사의 큰 흐름을 비춰낸다. 같은 제목의 두 번째 연작도 마찬가지로 조각상 같은 작가 부부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대변하는 시대의 초상이다. 고대 조각상처럼 아버지를 묘사한 <시대의 초상_아버지를 기억하는 방법>(2017)이나, <시대의 유물_기록되는 삶(母)>, <시대의 유물을 보다>(2021), <시대의 초상_휴식>(2021), <시대의 유물을 기억한다_ 아버지, 어머니>(2018)도 미래의 시점에서 발견된 가상의 ‘시대의 초상‘ ’시대의 유물‘ 또는 ’박제된 영웅‘ 연작의 예들이다. 이 같은 일련의 연작들과 더불어 ’미필적 고의‘라는 제목과 연결되는 작품들이 새롭게 주목된다. ‘미필적 고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 신냉전과 경쟁적 우위다툼, 러시아 우크라이나 예에서와 같은 전쟁과 파괴 살상 등 긴장된 현대사회와 혼돈의 현실 상황들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초상으로 비춰낸 작품들이다. <위기의 가능성_5.45~5.56mm>는 부식시킨 철판 4면에 총탄자국을 연상시키는 구멍들로 아내와 딸아이들의 초상을 올렸는데,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내전으로 한순간에 뜻하지 않은 참화로 무고한 사람들이 끔찍한 피해를 입는 반인륜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 손때 묻은 인형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부재_서사적 장면 #1>은 홀로코스트의 대학살을 되새긴 것이고, E.곰브리치의 ‘예술은 없다. 다만 예술가만 있을 뿐이다’를 차용한 글귀를 새겨넣은 <전쟁은 없다. 다만 인간이 있을 뿐이다>의 경우도 파괴된 기념비에서 발견된 경구처럼 학살과 파괴를 서슴치 않는 인간 탐욕을 풍자한다. 또한, 어느 날 갑자기 곁을 떠난 사람이 무시로 떠오르곤 하는 일상 속 가슴 아픈 심중과 함께, 세상 누구라도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홀연 사라질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표현형식은 다르지만 대리석 테이블에서 사라진 이들의 얼굴들이 허상처럼 떠오르는 입체조형 설치물이나, 여전히 숨결이 남아있는 듯한 떠난 사람의 옷가지들이 옷장에 가지런히 채워져 있는 그림도 이런 ‘부재’ 연작의 일부다. 대상을 수상하고도 5년여만에 갖게 된 이번 초대전은 이정기의 창작세계에서 집요한 끈기와 새로운 시도를 함께 보여준다. 수상 전후를 잇고 있는 연작들에서 형식과 메시지의 변화도 보이면서, 대리석 기념조각상 같은 회화적 착시효과, 실재감을 더하기 위한 세밀한 사실화법의 정교함에 공을 많이 들였다. 아울러 시공간이 달라진 미래시점에서의 유물의 표현효과를 위해 글귀를 새겨넣은 시멘트 몰딩 기법과, 부식 철판에 조명을 내장시킨 입체설치작업 등에서 매번 전시 때마다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내놓는 진지함이 눈에 띤다. 초대전을 마련한 신세계갤러리 측은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될 당시 심사위원들이 이정기의 작업에 대해 “유물로서의 가족을 리얼하게 선보였다. 조각적 설치를 주로 하던 그가 시도한 평면은 깊이와 현장감이 충만하다. 오래 공들인 어머니 대리석 조각상이 평면에서 드러나는 과정은 실체로서의 어머니와 정서적, 의식적 기억의 어머니가 돋을 새겨진 듯하다. 깊은 주름과 구릿빛으로 그을린 아버지의 초상은 사실적 재현의 극적 순간을 표풀한다.”고 평했다고 전한다. * 본래 회화 전공에서 조각, 입체조형, 설치, 영상 등으로 표현세계를 확장시킨 이정기는 2018년 대상 수상 이후로도 ‘시대의 유물을 마주하다’(2018, 광주 예술공간 집), 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2018), ‘현재인-불확실한 가치’(2022,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등의 개인전과 함께 ‘始作이 詩作이다’(2018, 광주 산수미술관), ‘Bridge’(2018, 서울 G&J갤러리), ‘오늘이 내일에게’(2018, 서울 인사아트센터), ‘Piggy Dream’(2018, 광주 은암미술관), ‘R.G.B미디어아트그룹 창립전’(2019, 광주 국윤미술관), ‘하정웅청년작가전-빛2019’(2019,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미디어아트 X-페어’(2019, 광주 유‧스퀘어 금호갤러리), ‘예술산책2’(2020,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조형21’(2021, 광주 미노갤러리), ‘Our step, Our hope’(2022, 샌 안토니오 Artspace), ‘Rendezous’(2022,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 등에 참여하였다. 제21회 광주미술상(2015), 제19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2018) 등을 수상하였다. - 조인호(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이정기, <남녀노소_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 I, II>, 2022, 캔버스에 유채 이정기, <시대의 초상_휴식>, 2021 / <시대의유물_어머니를 기록하는 방법>, 2018, 캔버스에 유채 이정기, <시대의 유물_기록되는 삶(母)>, 2019, 캔버스에 유채 이정기, <서사적 장면 #1>, 2022, 캔버스에 유채 이정기, <위기의 가능성_5.45~5.56mm>, 2022, 부식철판에 타공 이정기 초대전 '미필적 고의' 일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