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매칭 기획전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03-17 12:57 조회2,22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 전시 일부 비평매칭 기획전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 국립현대미술관 지원전 / 2022.02.22-05.08, 이강하미술관 개성 강한 몇 중진·청년작가들의 창작 단층을 시각이미지와 그에 담긴 은유와 서사로 들여다보는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광주 남구구립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인데, 전시의 이름부터가 생각을 유도하는 제목이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지역 협력망 지원사업’에 지난해에 이어 연속 선정되어 추천된 작가와 전문가를 일대일로 짝 지운 매칭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를 통해 소개하는 형식이다.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펼쳐가는 지역 연고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전국 협력망으로 널리 소개하며 힘을 북돋우고, 작가 입장에서도 자기 작업에 대한 전문 비평·기획자의 객관적인 진단을 받아볼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일 것이다. 이 전시에는 김주연·조정태·권승찬·김설아 네 작가가 추천되었고, 각각 이윤희(미술평론), 박동기(성남아트센터 전시팀장), 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팀장), 김종길(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과 파트너가 되어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워크숍과 만남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와 조언을 주고받으며 비평문을 작성하였다. 전시 제목은 네 명의 평론에서 발췌한 작가별 키워드, 즉 김주연-감각, 권승찬-생동, 조정태-기억, 김설아-은유를 뽑아내어 연결한 것이고, 그런 관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다 한다. 다만, 전시현장에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연관시킬만한 정보는 최소화 되어 있다. 어떤 선입견이나 주어진 정보의 영향 없이 오롯이 관람자의 눈과 마음으로 작품을 교감해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생명의 순환, 지구생태환경에 관한 남다른 작업들로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주연은 ‘이숙(異熟)’을 주제로 삼았던 ‘존재의 가벼움’ 연작 사진들과 농기구 오브제들의 바닥설치작업을 보여준다. <존재의 가벼움>은 2014년에서 16년 사이 연작들인데, 실물 오브제에 식물의 싹을 틔워 그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보며 시각적 이미지만이 아닌 생명과 생태에 관한 환기와 성찰을 불러내는 작업이다. 그 ‘이숙’ 연작 가운데서도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두터운 외투에 싹을 발아시킨 작업의 사진기록들인데, 청·홍·녹색의 원색 옷들에 연두빛 여린 싹들이 뒤덮이거나 목걸이처럼 일부에 서식되어 시각적 대비효과나 의미의 함축이 선명하다. 싹을 틔울 숙주로서 두툼한 깊이의 소재가 필요하기도 했겠지만, 두텁게 몸을 감싸는, 그것도 여성의류에 전혀 이질적인 새 생명을 틔우고 그것이 번성하다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각자의 시선과 마음으로 음미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함께 전시된 <Re-turn>은 1998년 작품을 새롭게 재설치한 것인데, 독일 체류시절 틈틈이 모았던 들녘에 버려진 쇠붙이 농기구들을 나룻배 모양으로 바닥에 깔아 만들었다. ‘농사’에서 떠올려지는 생명의 양육과 육신의 양식, 힘겹지만 생업으로 되풀이하는 노동과 일상 등등 여러 지점들을 생각게 한다. 그들 생업과 일상의 도구들이 기능을 다하고 녹슬어가는 형해로서 또 다른 세상으로 항해를 떠나는 또 다른 이숙의 지점을 마련한 것이 아닐까 싶다. 권승찬의 <완성은 허무하고 높은 것은 불안하다>는 작가 특유의 위트로 생의 혼돈을 시각화해낸 작업이다. 그가 2014년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창작스튜디오 체류시절 처음 발표했던 작품의 제목과 특정 공간 내 광소재와 오브제들의 집합을 스크린으로 둘러싸 가리는 작업형식을 재현한 것이다. 네온피스의 붉고 푸른빛이 4면 스크린에 빠른 템포로 번지며 오브제들의 그림자들과 어른거리다가 궁금증에 다가서면 갑자기 작동을 멈추고 고요만이 흐른다. 폐공간이나 그늘진 뒷공간을 찾아내어 네온피스나 형광등 빛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고 관심권으로 끌어내는 권승찬의 작업방식은 이번 <그을음>이라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미술관 1층 복도 끝 벽면에 마치 신세계로 연결되는 입구처럼 알록달록 네온피스와 블라인드로 화사하게 밝은 공간을 꾸미고 그 앞에 식물화분들을 두어 일상과 연결 짓고 있다. 리얼리즘 회화에 상상세계를 결합시키는 조정태의 작업은 새로운 신작들로 묵직한 묵상의 공간을 펼쳐내고 있다. 최근 연작주제의 하나인 <별이 된 사람들-귀천>은 캔버스 4개를 이어붙인 488x244cm 대형 흑갈색 화폭에 푸른 별빛들이 총총한데, 바다 위 허공으로 물줄기를 흘리며 떠오르는 쪽배에는 하얀 무명천으로 묶여진 검은 관이 반듯이 놓여있고 그 위로 너풀거리는 검은 천과 오색만장들로 상여가 꾸며져 있다. 장중한 레퀴엠 같은 망자천도의 이 화폭은 물기를 털며 바다 위 검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종이비행기 작업 <누군들 그러하지 아니할까>와, 같은 구성이면서 종이비행기에 검은 쪽배가 매달려 떠오르는 <바람찬 날의 상념>과 함께 그의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던 이들을 별무리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심상의식처럼 여겨진다. 미세한 세필작업으로 미시계의 생명체를 드러내는 이설아의 작업은 2015년 이후 선보였던 작업들로 그만의 독특한 공간을 이루어낸다.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벌레를 연상시키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섬세한 촉수를 움직이며 그의 화폭에 서식하는 듯한데 <들었다>(2015), <기억의 막>(2017), <물의 희롱>(2017) 등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이루고 있을 미시적 생명활동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묘사해내는 그의 내밀한 시선은 그만큼 생과 사, 아는 것이 다 일수 없는 나와 타자의 세상 등을 은유하면서, 요즘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와 불안의 근저를 되돌아보게 한다. 종이바탕에 그려지는 평면회화들과 달리 설치형식으로 거칠게 풀어낸 <불멸의 읊조림, 비명의 기억>(2021)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Maytoday’에서 옛 국군광주병원 폐공간에 설치했던 <불면의 기억>을 다시 각색해낸 오브제설치다. 전시장 기둥을 숙주삼아 기생하듯 내려뜨려진 한 무더기 알 수 없는 기이한 줄기들의 구불거림은 의료용 채혈고무관다발 설치물이다. 밑으로 내려올수록 검은색이 짙어지는 가느다란 선들의 스멀거림은 마치 화폭 속 미지의 생명체가 촉수를 스멀거리며 실재로 퍼져나가는 것 같아 섬찟하기도 하다. 매칭으로 만난 비평·기획자들이 주목하였다는 감각, 생동, 기억, 은유는 비평가의 주관적 해석의 단초이자 이를 키워드로 뽑아낸 기획자의 관점일 수 있다. 곧 발간될 예정이라는 전시도록의 소상한 해석 비평과 관련 자료들이 기대된다. 얼핏 현상과 사색의 영역으로 대비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현상적인 시각이미지나 조형적 구성미만이 아닌 그 이면에 함축해낸 의미나 상징, 은유, 서사로 무한한 해석의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생물학적 생멸과 거듭남, 물리적 공간이 지닌 안팎의 실체, 모두가 마주하는 현상 이면의 미지영역에 대한 시선과 내밀한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는 점에서 네 작가의 개별성과 공통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김주연 <Re-turn>(앞, 1998, 2021), <존재의 가벼움> 연작(벽, 2014~2018) 김주연 <존재의 가벼움 III>, 2016, Pigment Print, 108x144cm 권승찬 <완성은 허무하고 높은 것은 불안하다>, 2022, 형광등, 네온피스, 화분, 센서, 블라인드, 270x183x183cm 권승찬 <그을음>, 2019, 형광등, 갑발, 블라인드. 270x135x80cm 조정태 <바람찬 날의 상념>, 2022, 캔버스에 아크릴, 100x100cm 조정태 <별이 된 사람들-귀천>,, 2022, 캔버스에 아크릴, 244x488cm 김설아의 전시작품 김설아 <불멸의 읊조림, 비명의 기억>, 2021, 의료용 채혈고무관 <물의 희롱>, 2017, 실크에 잉크, 300x80c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