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테크놀로지; 미디어 아티스트 김안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영재 작성일22-06-23 09:54 조회2,12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개관전 '디지털공명'에 전시 중인 김안나의 <오션머신>(2021, 단채널 비디오, 7분 10'초) 일부 사람을 위한 테크놀로지; 미디어 아티스트 김안나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개관전 ‘디지털 공명’(G-MAP, 202.03.30-06.29) 참여작가 예술의 대안적 힘에 관해 유년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김안나는 10여 년 전 대구에서의 레지던시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여덟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거쳐 현재 광주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다. 순수미술 중에서도 회화를 다루었던 작가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얼바인 캠퍼스 미술학과에서 각각 학·석사과정을 거쳤다. 장르 간 구분을 짓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수학했던 분위기 탓에 그는 일찍이 설치미술과 같은 입체 형식에 눈을 떴다. 김안나는 대학원 시기 전자기술 중심의 키네틱 아트와 설치 작업에 천착하면서 입체 미술에 더욱 치중하였다. 그러나 소모적인 형식에 염증을 느껴 점차 비물질화된 작업 세계로의 변화를 꿈꾼다. “예를 들어, 빛으로만 존재하는 작품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에서 자연스레 미디어 아트로 전환하게 된 김안나는 한국 활동 시기부터 본 장르의 연구를 심화시켜 나간다. 작업 내용의 큰 틀이 형성되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에 목도한 9.11테러였다. 기득권적 세계 질서에 대한 자각을 계기로 비판적인 시각에 눈을 뜨게 된 그의 초기작들에는 정치적 요소가 부각되어 있다. 이후 형식과 내용 부분에서 순화의 과정을 거쳤지만, 창작의 태도를 비롯한 작가적 문제의식은 줄곧 유지해 오고 있다. 로봇 부품과 실제로 성장할 식물을 병치한 초기작품 <텐세그리티와 왕국: 세계평화를 위한 성가>를 보면 생존을 위해 서로 의지하는 각각의 대륙을 기계장치로 은유함으로써, 분열된 세계가 아닌 하나의 유기체적 기관으로서의 지구를 의인화하고 있다. 메시지 중심의 이러한 성향은 스스로가 집중한 ‘빛으로서의’ 작품이 가시화된 시기의 작품들에도 반영된다. 《천상의 빗살》 《Out/in the Universe》란 주제의 개인전에선 각각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정주지(定住地)의 이미지와 자연으로부터 체득한 경외의 감정을 담았다. 2012년 작품 <분지의 서기(瑞氣)>에는 당시 작가가 거주한 대구지역에 대한 인상이 반영돼 있다. 지역사회의 얽히고설킨 관계망이 흥미로웠던 그는 지역 곳곳의 이미지들을 거울의 반사를 이용한 만화경 장치 안에 열거함으로써, 개체(개인)와 전체(사회) 간의 상호연결성을 거론했다. 이러한 유기체적 경계에 대한 인식은 영상설치작업 <Out/in the Universe>에도 나타난다. 인디언 선사유적지에서의 경험이 모티브가 된 본 작품에서 작가는 나와 외부세계와의 무경계와 우리 삶을 둘러싼 초월적 에너지를 다룬다. 사방을 유리로 두른 전시 공간 안에 거울 조각으로 이뤄진 다면반사체 구조물이 자리하고, 그 구조물과 전시장 바닥으로 우주와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이 투사된다. 이 시기의 김안나에게 빛이란 시원이자 신성을 상징하기도 하고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경계를 허무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경계 없음은 이내 수평적 구조를 수반한다. 작가는 전체라는 하나의 권위적 질서 속에서 소외된 개체 혹은 개체성에 대해 언급하고, 그것의 회복 가능성을 예술의 방법론을 통해서 가늠하려 한다. 각기 영상설치와 프로젝션 매핑, 영상과 회화 형식의 작품인 <헬리오필리아 Heliophilia>, <에올리언 하프 Aeolian Harp>, <오 브라더 Oh Brother>시리즈 등에서 두드러진 쟁점은 인간과 사물을 아우른 개별적 존재들의 주체성 회복이다. 가상현실 작업인 <오 브라더> 시리즈는 어좌 뒤에 자리했던 일월오봉도에서 착안한 것으로, 절대적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 안에 정체성을 상실한 세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물 위에 부유하며 자신과 똑같은 주체를 마주하다 사라지고(Floating Boy), 보호색과 같은 위장술로 자신을 지우거나(Nature Boy), 피투성이가 되도록 자신의 복제와 싸운다.(Violent Boy) 기술; 현재에 대한 고민을 담다 테크놀로지 아트, 사이언스 아트로도 불리는 미디어 아트(media art)는 동시대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돼왔으며, 의미 그대로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술형식이다. 무엇보다 기술이 부각되는 이유는 매체로서의 예술의 기능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하며, 특히 전통적인 미술 장르보다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그러나 첨단매체의 향연 속에서 기술만이 도드라지기도 하도, 기술은 위한 예술로 비치기도 한다. 김안나는 이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드러낸다. “방향성을 잡고 어떻게 기술을 활용해야 할지 고려해야 합니다. ‘왜’라는 부분이 빠져 있을 때가 많아요. 사회와 철학에 기초하지 않는 목적 없는 기술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최근의 흐름에는 더욱 진행형의 현실에 근거를 둔 작품들이 돋보인다. 더불어,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장치를 연구함으로써 과학기술로써 우리 삶을 부연하고자 한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의 개관전 《디지털 공명》에 선보인 <오션 머신 Ocean Machine>은 바다 환경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영상으로, 본 작품에는 작가와 인공지능의 협업에 의한 발명품이 등장한다.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명품에 관한 정보를 인공지능에 입력하면, 인공지능은 이 발명품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출력하고, 작가는 다시 이를 바탕으로 ‘오션 머신’을 시각화한다. 생물과 기계가 결합된 형태의 오션 머신은 바다를 관장하는 용신 부인과 공생 관계를 맺으며 해양 플라스틱들을 제거한다. “I can't Breathe.”라는 인권운동의 구호에서 착안한 작품 <숨 Breathe>은 실제에 바탕을 둔 재현된 숲이 실시간 대기환경 데이터에 따라 그 이미지가 변하는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이다. 가상과 실제의 융합으로 볼 수 있는 본 작품을 통해 작가는 환경문제와 바이러스 등 생존이 화두인 현시대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숙고한다. 김안나 미디어 작업의 강점은 단연 메시지이지만 그것의 표출에 있어 관람자로 하여금 부정과 긍정의 가치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 예술의 주관적 힘이 담보하듯, 단지 일련의 상황들을 던져줌으로써 보다 주체적인 해석을 바란다. 아마도 이러한 관점은 기술 문명을 예찬했던 미래주의(futurism)의 과오나 기술만이 강조되는 건조한 형식들을 부러 의식한 결과는 아닐 터이다. 뛰어난 기술의 발전과 편리 속에서도 온전한 생존을 걱정하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혹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진정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자각할 수 있는 힘. 작가는 예술적 사고를 빌어 이를 유추해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 고영재(미술비평·전시기획), 『전라도닷컴』 2022년 7월호- ‘고영재의 작가탐험’ 중 김안나의 비디오아트영상 <숨 Breath>(2020) 일부 김인나의 비디오영상 <오 브라더 Oh Brother>(2018) 연작 중 김안나의 복합매체 설치, <Out In the Universe>, 2012 김안나 <Tensegrity and Kingdoms 세계 평화를 위한 성가>, 2007, 복합매체 설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