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 진중한 신진작가들의 청춘일기 작품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2-11-13 10:41 조회1,56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정덕용 개인전 '녹색언덕 그늘진 곳엔 볕이 들지 않아서' (아크갤러리) 풋풋 진중한 신진작가들의 청춘일기 작품전 김하나 정덕용 임수범 정정하 개인전 단상 요즘 몇 년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 일상화와 불확실한 현실의 연속에 따른 시대현상이거나 세대문화라고 볼 수 있을까.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의 비슷한 또래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정 성향이 있다. 혈기왕성 열정 넘칠 청춘기에 그 에너지의 저돌적 발산이나 거친 발언의 분출, 감각적으로 외화된 시각형상 보다는 개개인의 내밀한 사색적 탐구를 기본으로 허투름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듯 정제된 독자양식의 모색들이 자주 보인다. 또래집단의 연대나 공동의 구호가 있는 것도 아닌, 각자도생 속에서 서로의 긴장된 기운들에 자신을 다잡으며 독자예술의 진로를 헤쳐 나가는 조숙한(?) 기대주들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부쩍 많은 전시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같은 시기에 몇 개의 신진작가들 개인전을 돌아보면서 새삼 느끼는 점이다. 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건너편 갤러리 아크에서 정덕용의 세 번째 개인전 ‘녹색언덕 그늘진 곳엔 볕이 들지 않아서’(10.31-11.13)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아직 길지 않은 인생에서 경험했던, 일상을 비틀어버린 두 큰 경험을 전시의 기저에 깔고 있다. <그늘진 곳엔 볕이 들지 않아서>는 할아버지의 임종 당시 겪었던 갑작스런 몸의 이상증세를 묘 이장을 계기로 다시 떠올리며 영육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옮겨낸 설치작업이다. 포장비닐에 쌓여 들어 올려진 잔디봉분 아래 성묘용 은박깔판 위에 어릴적 추억 속의 회전목마 상징물인 모터회전 구슬들이 주기적인 벨소리를 내며 돌고 있고, 봉분에서 연결된 굵은 밧줄은 길게 당겨져 보이지 않는 갤러리 벽 속으로 사라진다. <벌레의 시선은 밖을 향한다>는 위병소 군복무 시절 철책 안과 밖에 대한 자신의 심리적 시선을 위장무늬와 진동모터들로 둘러싸인 원통형 벌레망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미물인 벌레에 대한 관심을 자동센서로 감지하여 진동모터들이 울리곤 한다.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은 갤러리벽 아래 빈 구멍 어둠을 철망으로 가려놓고 이따금 진동소리를 내며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지시키곤 한다. 또한 벌레에 자신을 대입하는 상징어법은 <연민으로 짓누르기>로도 연결된다. 억센 거미줄에 걸려 껍질만 남은 벌레들을 하나하나 떼어내어 하얀 거즈 통에 입관하듯 옮겨 담으며 장례를 치러주는 2채널 쌍방형 비디오영상 작품이다. 벌레 한 마리씩을 스캔을 떠낸 프린팅 작업은 <오브제 1~5> 연작으로 이름 붙여져 영정처럼 액자에 담겨져 있다. 같은 또래 친구인 임수범은 예술공간 집에서 개인전(11.4-11.13)을 갖고 있다. ‘나와 세계를 만들어 보지 않겠나’라는 이 전시는 불안정한 세상 속의 복잡다단한 상념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푸른 색조 가상세계의 대형 패널이나 크고 작은 생각뭉치들로 펼쳐놓았다. “거대한 세계와 무한한 시간 앞에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사방으로 펼쳐져 가는, 그리고 매일매일 변화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세계를 조금씩, 끊임없이 넓혀가 보고자 하는 것이다.”(작가노트 중) 이를 위해 일상 중의 상념들과 정치사회나 과학기사들을 자료 삼아 드로잉으로 옮겨놓고 이를 캔버스에도 전시장에도 연달아 퍼져나가듯 펼쳐놓았다. 깊이 공감하였다는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초현실적 화폭을 연상시키는 도상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는 그의 그림세계는 전시장 한쪽 벽을 거의 메운 <공터에서 생긴 일>을 비롯, 생각구름처럼 뭉글뭉글 떠도는 <오염된 계곡>, <알 수 없는 벙커>, <정적인 변화의 포착>, <뒤섞인 세계>, <날지 못한 채 시작된 재앙> 등등으로 감상자의 상상을 합하여 끊임 없는 서사로 확장되어 간다.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이따금 고향 광주를 다녀간다는 김한나의 첫 개인전(10.29~11.26)은 복합문화예술공간 바림에 ‘길들여진 자연’이라는 변조된 실내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인위적인 손질에 의한 부자연스러운 풍경이 오히려 더 익숙한 지금의 세상을 비춰내듯 그의 작품들은 스티로폼 포장상자에 투각된 QR코드, 플라스틱 일회용품이나 틀에 담긴 한 덩이 흙에서 생을 피워내어야 하는 화분, 억지로 수형이 잡힌 분재 등 손을 타서 길러진 화초와 생명 본연의 잡풀들이 온실 같은 비닐하우스나 낙엽무더기 사이사이에 인공식물원처럼 펼쳐져 있다. 그는 자연스러움과 본래 자연의 경계 사이 틈새에서 자라나고 확장하고 침범 변주하는 지금의 자연풍경을 탈인간중심주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시각예술의 전통적 관념을 배제시키고, 자연에 대립하는 의미로서의 ‘문화’에 종속되지 않는 예술을 위해 리서치와 도큐멘테이션 기반의 학제적 연구를 계속하며 설치, 사진, 영상작업들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 지구적 생태위기 속에서 조금 느리고 느슨하지만 색다른 생태감수성과 식물의 윤리적 위상에 관한 새로운 담론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2011년부터 계속해 온 프로젝트”라며, “가시적 비가시적 영역에서의 인공과 자연의 경계는 여전히 유효한가?”(작가노트 중)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예라기에는 이미 독특한 작업들로 꽤 알려진 정정하는 ‘빛을 모으는 또 다른 방법’의 연작으로 ‘아름다운 두려움’을 이번 개인전(11.1-11.12)의 명제로 삼았다. 최근 몇 차례 선보인 가시처럼 가늘고 뾰족한 샘플색 배합용 실린더들에 네온빛 광원을 넣어 컬렉션한 빛과 색으로 산수싸리 전시공간을 꾸몄다. 그러면서 이를 대형설치 무대배경으로 삼아 전통무 공연을 연출하고, 이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신작이 눈길을 끈다. 이전에 개개인의 내적 에너지를 개별취향 색채들로 샘플화시켜낸 ‘A.R’ 연작 평면작업들에서, 삶 속의 트라우마를 빛과 색의 가시설치들을 통해 자기방어적 화려함으로 치환시켜낸 ‘아름다운 두려움’으로, 나아가 이를 캔버스나 전시장과는 또 다른 공연무대 공간으로 확장하여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풀어내는 듯한 춤사위 행위와 결합시켜내며 빛을 수집하는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색채가 가지고 있는 화려하고 이질적인 컬러감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내면을 은폐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업은 직관적인 삶의 방식과 연관된 트라우마들을 표상한다. 극심한 나의 공포심을 담은 작품은 과장된 형태로 제작되어 보기만 하더라도 위험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나의 부정적 경험를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이다. 그러한 외형적 형태와 만난 네온의 색깔은 때로는 아름답게도 보여서 나의 트라우마를 직접적으로는 보여주지 않으려는 방어적 역할을 하고 있다.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상상을 하며 전혀 다른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목적이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젊음의 에너지를 밖으로 맘껏 표출하기보다는 내면세계로 정제시키게 되는 사회적 환경과 창작여건들에서 각자도생으로 독자적 예술세계들을 펼쳐가면서도 또래들끼리 비슷한 시대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청춘들의 단상을 담은 내면일기처럼 보여진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정덕용 <그늘진 곳엔 볕이 들지 않아서>, 2022 (아크갤러리) 임수범 <공터에서 생긴 일>(부분), 2022, 캔버스에 아크릴, 유채, 193.3x631.5cm (예술공간 집) 임수범 개인전 '나와 세계를 만들어 보지 않겠나' (예술공간 집) 김하나 개인전 '길들여진 자연' (복합문화예술공간 바림) 김하나 개인전 '길들여진 자연' (복합문화예술공간 바림) 정정하 컬렉션전 '빛을 모으는 또 다른 방법-아름다운 두려움' (대안공간 산수싸리) 정정하 컬렉션전 '빛을 모으는 또 다른 방법-아름다운 두려움' (대안공간 산수싸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