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K 쑨지 이현열의 '산수와 풍경 사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효경 작성일21-09-07 14:04 조회2,019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하루.K <산수를 담다 (H씨의 도시락1)>, 2020,_한지에 수묵채색, 131x162cm 하루.K 쑨지 이현열의 '산수와 풍경 사이' 2021.08.19.-11.04 / 전남도립 아산조방원미술관 산고수장(山高水長), 산은 높고 물은 깊이 흐른다. 군자의 덕이 높고 끝없음을 산의 솟음과 물의 흐름에 비유한 말이다. 예로부터 산수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자연의 이상적 상태, 나아가 신성하고 경이로운 이상향을 나타내는 곳으로 인식했다. 이런 이상향을 동양에서는 무릉도원으로 서양에는 아르카디아로 작품에 등장시켰다. 동양의 무릉도원도 서양의 아르카디아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낙원이다. 낙원의 실체는 재현 불가능한 존재이지만 인간에게 남겨진 가능성은 그것을 상기하고 꿈꾸는 일, 낙원의 해석이다. 이번 <산수와 풍경 사이>전시에서는 세 명의 작가가 펼치는 산수화, 풍경화로 재현된 세계 속에서 원형적 낙원과 우리가 추구하고 만들어가는 이상적 세계들을 생각해보고 찾아보고자 한다. 쑨지 작품의 첫인상은 낯설음이다. 그러나 작가에 의해 창조된 독특한 공간-블랙라이트(자외선)를 사용한 보랏빛 전시공간- 안에서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이미지들은 이내 익숙한 것들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가시광선에 의해 지배되는 통상적인 조형세계를 자외선이라는 광선과 형광안료를 미술의 범주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회화세계를 보여준다. 전통적 주제의 작품을 확장된 재료의 도입을 통해 관람객이 경험할 수 있는 미적쾌감을 변주한다. 작가는 자연을 관조의 대상으로 주체와 객체의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연출한 새로운 풍경을 통해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쑨지의 풍경은 산수화에서 자연을 이상적 동경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산수화가 추구한 심미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인 체험을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전통적인 산수화의 목표인 내적 감동과 기운생동과 같이 쑨지의 환상적 풍경은 가시적 세계에 국한되지 않고 실재하나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가치를 인식한다는데 낙원의 의미가 있다. 이현열의 작품은 일상과 여행이 공존한다. 그의 작품은 그가 우리땅을 얼마나 밟았는지를 방증하고 그의 작품 속엔 소박하고 담백한 인간의 삶이 곳곳에 애정어린 시선으로 자리한다. 작품이 보여주는 평안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의 노동집약적인 섬세한 붓질과 조화로운 색채는 작가와 자연의 오래된 대화이다. 그의 풍경들은 원초적 자연이 아닌 인간의 삶이 조화를 이룬 풍경들이다. 우리의 산야는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거나 인간의 도전정신을 위태롭게 할 만큼 냉정한 지형지세를 갖고 있지 않다.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이현열의 풍경은 한국화의 방식을 취했으나 풍경화와 같은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하고 수묵채색이라는 전통적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산수화의 취함과 버림을 통한 자연경물의 대소, 비례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전통적 방식이 아닌 풍경화처럼 우리의 시각이 인지하는 세계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묘사하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에서는 산수화의 부감법과 같은 트인 시야로 그가 만든 풍경 속 장소에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담백한 유토피아는 풍경적 묘사와 산수적인 동경이 절묘하게 녹아있다. 하루.K는 인간의 본능을 저격하는 산수화를 그린다. 사실 산수화는 인간의 고매한 정신을 담아 이상적 경지를 추구하는 형이상학적 내용을 담는 것이라고 봤을 때 이율배반적이다. 작가는 한국화작가로서 전통산수화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성실하게 찾아가는 작가이다. 전통에서 자연은 경외의 대상 또는 숭배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작가는 현대를 사는 젊은 작가로서 자연을 우리시대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다시 전통적인 회화방식을 취하여 표현한다. 작가가 동양의 정신으로 상징되는 산수와 인간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음식, 지극히 물질적인 것을 한 화면에 배치하는 것은 과거에 이상향은 정신에 있었다면 현재의 이상향은 정신과 물질의 조화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의 산수화는 단순히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하고 오늘날의 정서에 맞는 한국화로 발전시키느냐의 자기 노력이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산해진미와 아름다운 산수는 우리시대의 인스타그램를 떠올린다. 여러 SNS들 중 단연코 직관적인 그것은 우리시대의 맛집, 멋진 곳들을 앞다투어 보여주고 그 공간 안에 있는 사용자들은 마치 이상적 세계를 경험하고 있고 ‘이것이 행복이다’ 라는 각자의 정의를 이미지화 한다. 그런 면에서 하루.K의 산수화는 현대인들의 삶의 존엄성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면서 완성될 수 없는 가치인 행복을 작가만의 퓨전방식으로 무릉도원을 보여준다. - 김효경 (전남도립 아산조방원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출처 https://blog.naver.com/ajbwam/222472150940 하루.K <맛있는 산수(햄버거)>, 2020, 한지에 수묵채색, 70x100cm 이현열 <남해 상주해수욕장>, 2016, 한지에 수묵채색, 163x260cm 이현열 <라벤더 언덕 2021-2>, 2021, 한지에 채색, 160x240cm 쑨지 <곡성>,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16.8x91cm 쑨지 <마이애미>, 2021, 캔버스에 아크릴, 가변설치 이현열. 산수와 풍경사이 하루.K. 산수와 풍경사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