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Life', 무심히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되새기는 일- 임남진 회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문희영 작성일21-11-18 14:37 조회2,11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임남진 <시간의 연대-같은 하늘 아래>, 2021, 한지에 채색, 145.5x205.5cm 'Still Life', 무심히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되새기는 일-임남진 회화 2021.11.11-12.03 / 수원 헤럴드아트데이 광교센터 일상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 비우고 덜어내고서야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번잡한 마음도, 부산스러웠던 몸도 그러하다. 꽉 쪼여진 이면의 것들이 시선에 들어올 때, 무심한 일상을 채우던 곁의 존재들이 마음을 파고든다. 일상의 모든 것들은 어김이 없다. 인간은 어김을 자주 행하지만, 그 곁을 지키는 모든 일상은 그다지 어김을 행하지 않는다. 세상의 부조리함도, 정의롭지 못함도, 시끄러운 모든 것들마저 삭혀내는 건 일상의 순리가 아닐까. 순리라고 느껴졌다. 적막한 푸른색으로 뒤덮인 하늘, 얇디얇게 썰어놓은 무우 조각처럼 바스락거리는 달, 고개 들어 본 하늘을 조각내는 가늘고도 질긴 거미줄, 어지럽게 정리되지 않은 까만 전선줄에게 위협당한 전봇대까지. 임남진 작가의 마음에 파고든 풍경이다. 작가는 비우고 덜어낸 화면에 삶의 내면을 가득 채웠다. 적적하고 고요한 하늘이지만 텅 빈 마음을 채우듯 화면 가득 색들이 채워지고 또 채워져 간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듯 번잡스러움이 덜어진 듯 가뿐하지만 묵직한 기운이 채워졌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시선의 끝에 걸린 얽히고설킨 거미줄, 전선줄도, 육중한 크레인의 머리 꼭대기도, 겨우 바람 한 조각, 구름 한 움큼 남은 하늘에 채 떠나지 않은 새 몇 마리만, 아니 그것마저 사라지기도 한다. 번잡함을 덜어낸 마음에 걸린 작은 점과 과감한 선과 묵직한 면들이 가득 차올랐다. 무심했던 일상을 채우던 것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임남진 작가가 들여다본 것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내면이었다.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눈앞의 정면을 향하던 시선은 작가의 내면을 넘어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눈과 손이 먼저 그려가던 그림은 몸과 마음이 함께 들여다보는 내면의 그림으로 서서히 옮겨갔다. 그래서 순리라고 생각되었다.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 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가는 것. 작가는 더 깊은 심연의 경계에서 삶의 내면을 들추기 시작한다. 시대의 자화상에서 삶의 자화상으로 작가로서의 시작은 불화 형식을 빌어 현세를 반추하는 작품들에서부터였다. 현시대의 면면들을 세밀히 들춰내고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옛 그림 안에서의 자잘한 가르침들도 눈여겨봤다. 내면을 가득 채운 욕망과 위선도, 헛헛한 찰나의 즐거움과 번잡함도, 하잘 것 없는 수많은 순간들 모두 삶의 풍경이 되었고 현시대의 풍속도가 되었다. 풍속도, 책가도 등의 형식을 빌어 일상의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쏟아냈다. 풍속도에 새겨진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은 시대의 자화상이 되었다. 외연은 옛 그림이었지만 시대의 군상들이 하나하나 모여 그 시간을 증명하고 시대를 대변했다. 작가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하니 자화상이 되었고, 시대의 민낯을 정면으로 마주하니 시대의 자화상이 되었다. 옛 그림의 형식 안에 들어앉은 현세의 찰나들은 서로 뒤엉켜 복잡한 시대를 꽉 채워갔다. 기쁨도 즐거움도 쓸쓸함도 고단함도 헛헛함도 모두 그림이 되었다.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의식은 직설로, 또 은유로 화면에 채워졌다. 임남진 작가는 그림 속 무수한 순간들과 대면한 자신을 끝없이 상기하며 다음의 그림을 내내 고민했다.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던 시선은 삶을 내면을 비추는 시선으로 조금씩 각도를 달리했다. 시작은 지난 2018년 <Still Life_BLEU> 전시에서부터였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모여 거대한 서사가 되듯 임남진 작가는 몸과 마음의 눈길을 따라 ‘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내면의 바람은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다. 늘상 존재했지만 눈길이 머물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이 머물기 시작했다. 하늘과 달과 별, 새벽 아침, 바람, 구름 등 선물 같은 자연의 모습은 일상을 다르게 읽히게 했다. 현실 속 군상들에 박히던 시선이 자연이라는 근원적 세계로 향한 것이다. 무심코 지나쳐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 둘 사유의 존재로 다가왔다. 열정 가득한 청춘의 시간을 지나 삶의 순리가 육화되어가는 시간이 되었기에 자연의 순리는 그렇게 너무도 당연하게 내적 시선의 각도를 넓혀가게 했다. 임남진 작가의 전반기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것이 주변의 일상과 불화의 형식 안에서 스스로를 찾는 것이었다면, 지난 2018년 <Still Life_BLEU> 전시로 새로운 변곡점을 알렸다. 많은 시간을 떠안은 몸은 삶의 근원을 되묻는 시선으로의 전향을 불러왔다. 시대를 훑던 섬세한 시선에서 관조의 시선으로 폭넓어졌다. 현상을 넘어 내면을 품은 시선이 포착한 일상의 이면은 평범하고도 거대한 삶의 순리였다.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순리이건만 그제서야 작가의 마음 안에 들어와 더 크고 깊은 작품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다.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던 수평의 시선에서 삶의 내면을 일렁이게 하는 광활한 시선이 더해진 것이다. 자잘한 순간 모두를 품던 이야기들은 거대한 자연 안으로 함축되었다. 그렇게 근작들은 일상의 내면을 응축한 화면들로 채워졌다.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는 애잔함은 쪽지와 편지로 연서(戀書)가 되었고, 열정이 사그라든 몸과 마음은 깊은 하늘과 그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달과 반짝이는 별이 되었다. 별 것 없고, 늘상 곁에서 하찮게 존재하던 것들이 거대한 삶의 서사로 다가온 것이다. 더없이 소중한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시간이 쌓이고 가치관이 변화하고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대두되는 가운데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정직하게 순환하며 끝없이 흐르는 시간을 상기시키게 하는 자연이다. 이를 거스르는 것은 인간이고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도 인간이다. 앞만을 보지 않고 너머를 성찰하는 몸이 되어가며 작가는 세상을 더욱 깊이 보았다. 특별하고도 특별하지 않은 것들을 바라보고 그려가게 되었다. 그렇기에 사회를 그려내던 손은 작가 스스로이자 우리네 삶과 생을 그려가는 손이 되었다. 자연스레 흐르는 시선은 스스로를 과거의 시간에 매달리지 않게 했다. 의식을 앞세우지도, 과거의 자신을 복제하지도 않기에 임남진 작가의 작품은 더욱 특별하다. 늘 그렇듯 삶의 곁을 그려왔고 더 내밀하게 곁을 들추고 그려간다. 청춘의 열정이 교감해 낸 세계도, 세월을 끌어안은 몸이 교감한 세계도 다 곁의 세계이다. 더없이 소중한 모든 것들을 기억하게 하고, 천천히 다가오게 만드는 그림. 작가 임남진이 그려가는 더 큰 세계가 아닐까. 시간에 항거하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한 뼘 고개를 들어 땅 위의 순리를 껴안으며, 번잡함을 비우고 덜어냈기에 더 무한히 담아낼 순리의 씨앗들이 작품에 뿌리를 내려간다. 더 큰 나무가 되어가기를 기대한다. - 문희영(예술공간 집 디렉터) 임남진 <적요>, 2021, 한지에 채색, 31.5x38.5cm 임남진 <Still_Life-적요>, 2021, 한지에 채색, 140x204.5cm 임남진 <연서>, 2021, 한지에 채색, 50x50cm 수원 헤럴드아트데이 광교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임남진 개인전 수원 헤럴드아트데이 광교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임남진 개인전 수원 헤럴드아트데이 광교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임남진 개인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