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 마지막 시간들 (2010- 2014) 페이지 정보 작성자 현수정 작성일22-07-29 09:56 조회1,80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작업 중인 김보현, 2010, 사진 김진홍, 디지털 프린트, 76.2x50.8cm 김보현, 마지막 시간들 (2010- 2014) 2022.07.08-10.28 / 조선대학교 김보현 & 실비아 올드 미술관 본 전시는 사진작가 김진홍의 렌즈를 통해 포착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김보현(1917~2014) 말기 삶의 모습을 기록한 일종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주축을 이룬다. 2010년 김보현은 신체적으로 건강했고 작가로서 열정도 충만한 시기였다. 그는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서 작업을 했고 아픈 부인 실비아 올드(2011. 3.24 사망)를 보살폈다. 2011년에는 조선대학교가 주관한 카탈로그 레조네 편찬 작업을 통해 일생의 작품들이 세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뉴욕 자신의 건물 옥상에서 가진 출판 기념식은 아마 김보현의 삶에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한국에 ‘김보현&실비아 올드 미술관’이 조선대학교 본관 건물에 개관되었다. 2012년 뜻밖의 사고와 수술, 신장 투석으로 이어지는 몸의 한계에도 2013년 경남도립미술관에 실시된 회고전을 위해 고국을 방문하였고, 이 여행길에 조선대학교 미술관에 들른 것이 그의 마지막 걸음이 되었다. ‘김보현, 마지막 시간들 (2010- 2014)’에 전시되고 있는 김진홍의 사진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노 대가 김보현의 아우라가 깃든 초상 사진과 그의 작업 신발, 붓 같은 소품에서부터 작업공간의 에너지를 담은 작업실 풍경, 그리고 인간 김보현의 생생한 흔적이 밀도 있게 포착되어 있다. 부인과 다정하게 맨하튼 거리를 걷고 있는 잔잔한 풍경, 휠체어에 앉아 갤러리 전시 작품을 응시하는 적막함, 뉴욕대학 병원에 입원해 있던 병상의 모습은 그의 인간적인 면을 이해하는 귀한 자료가 된다. 웃지 않는 김보현의 웃는 초상 사진 김진홍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풍경과 인물에서 사실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측면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제작해 왔다. 초상 사진은 인간의 내면과 삶의 순간을 담은 중요한 도구로 개인 사적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맥락에서도 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2006년 백남준 별세 이후, 미주 한인 미술사에 있어 가장 원로인 김보현을 기록하는 사진을 찍는 것은 김진홍 작가에게 사명처럼 생각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 작업을 일회성의 촬영이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담는 삶의 기록으로 계획했다고 한다. 김 작가가 그의 작업실을 처음 찾아갔을 때, 인위적인 것에 어색해하는 김보현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일상의 단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 여러 표정 중에서 다양한 심리적, 감정적 상태를 잡아내기 위해 김 작가는 김보현의 방어 자세를 해체하고 인간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존재 사이에 주관, 객관의 관계가 아니라 김진홍의 셔터는 그 너머의 일치감, 혹은 그 이상을 포착하고자 했다. 어떤 특정 장르에 국한되기를 거부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듯이, 김보현은 항상 자기 내면 소리를 듣고자 했고 그 내면의 울림을 반영한 시각적인 표현을 찾아 최선을 다했다. 김진홍이 찍은 초상 사진에는 이러한 김보현의 작가로서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준다. 김보현의 아우라는 어떤 것인가? 거장의 무게감으로 관객을 압박하는 그런 아우라 아닌 오히려 인간적인 깊이에서 나오는 진정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시장의 첫 공간에는 배치된 일곱 점의 초상 사진 중 2010년에 찍은 세 점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중 김보현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알려진 사진은 <Po Kim 2010-1(Po Kim with Charli)>이다. 자식과 같은 앵무새 찰리가 김보현의 어깨 위에 있는 모습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많은 새의 이미지와 겹친다. 새는 그에게 이상적인 세계의 상징으로 현실에 살면서도 이상향을 꿈꾸었던 작품의 맥락을 보여주는 초상 사진이다. 그리고 <Po Kim 2010-2>(2010)은 김보현의 사진에서 좀 예외적으로 치아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측면의 초상 사진이다. 이 사진은 김보현 사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있었던 장례식 (2014년 2월 18일, Peter B. Lewis Theater) 영정 사진으로 쓰였다. 김보현의 아이 같은 순수한 표정, 그의 그림 속 소년이 90세 중반 노년의 얼굴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손으로 온통 얼굴을 감싸고 있는 <Po Kim 2010-3>(2010)은 평생 작업에 매진한 김보현의 작가로서 깊은 고뇌를 사진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김진홍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같은 맥락의 <Po Kim 2011-1>(2011)은 극적 효과를 위해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잡은 것으로 작가로서 강직함이 느껴진다. “새로운 생”: 주관적인 동시에 객관적인 삶 자식이 없는 김보현은 말년에 자신의 사후를 생각해서 무엇인가 준비하고자 했다. 젊은 문화의 중심지인 맨하튼 노호(Noho:소호의 북쪽), 417 라파엣 스트리트에 위치한 자신과 부인이 살아온 공간 4층에 비영리재단의 미술관, ‘The Sylvia Wald & Po Kim Art Gallery(비영리재단)’을 2005년 설립한다. 그는 그의 미술관이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보관하고 전시가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이번 전시작품 중 <Po Kim 2013-1>(2013)은 그 공간에 조용히 앉아서 실비아와 자신의 초상 사진(이 초상 사진 역시 김진홍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김보현의 모습이다. 이 장면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겹치면서 어떤 언어로도 묘사할 수 없는 인생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 순간 그는 살아서 삶 이후의 세상과 마주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처럼 김진홍 사진, 김보현 말년의 풍경에는 객관적인 상황에 놓인 그의 주관적인 삶의 모습이 진지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 김진홍의 사진과 함께 김보현 말년의 세 작품이 같이 전시되고 있다. 회색 분위기의 <무제>(2010) 두 점에는 그의 뉴욕에서 초기 양식이었던 추상표현주의 형식의 물감의 흘러내림, 붓질이 과감하게 표현되어 있고, 조선대학교미술관이 소장한 김보현의 마지막 대작 <새로운 생>(2012)에는 흘러내림, 형상, 말년에 즐겨 썼던 테이핑 작업이 조화, 화해, 포용 되면서 서정적인 감정적인 폭발이 용해되어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2012)』에서 베토벤 말년 작품에 대한 아도르노의 “객관은 파열된 풍경이고 주관은 그 속에 훨훨 타올라 생명을 부여하는 빛이다.”라는 해석을 강조했듯이, 김보현의 마지막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은 역시 객관 너머 주관의 생명성이다. 김보현은 이 작품에서 이미 ‘새로운 생‘을 향한 마음의 길을 떠났을 것이다. - 현수정 (독립큐레이터) 작업실의 김보현, .2010, 김진홍 사진, 디지털프린트, 76.2x50.8cm <Po Kim 2010-3>, 2010, 사진 김진홍, 디지털프린트, 76.2x50.8cm <Po Kim and Sylvia Wald>, 2010, 사진 김진홍, 디지털프린트, 76.2x50.8cm <Po Kim 2013-1>, 2013, 사진 김진홍, 디지털프린트, 76.2x50.8cm '김보현, 마지막 시간들 (2010-14)' 전시실,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미술관 김보현 <새로운 생>, 2012, 캔버스에 유채, 183x484cm,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미술관 - '김보현, 마지막 시간들 (2010-2014) 전시 중 '김보현, 마지막 시간들 (2010-14)' 전시 중 김보현 도록,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미술관 전시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