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상실, 그 이후에 쓰는 사랑’ 도시아카이브 전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고선주 작성일21-03-06 13:26 조회2,190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정유승, '빈집_상실 이후에 쓰는 사랑' 전시공간. 정유승 사진 ‘빈집- 상실, 그 이후에 쓰는 사랑’ 도시아카이브 전시 2021.03.05-03.12 / 월산동, 두암동, 사동, 도산동 등지 빈집 도시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옛마을들이 도시재개발이라는 신규 아파트단지 건설들로 계속해서 사라져간다. 여전히 골목길 이웃들끼리 도시의 뒷그늘을 버텨내고 있는 집들 옆에는 오래전 사람 사는 훈김과 살내가 빠져나간 빈집이나 가게들이 공허로 남아 스산하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발족한 ‘영상문화콘텐츠연구소 만지작’이 첫 프로젝트로 그 빈집들을 들여다보는 도시아카이브 성격의 전시를 펼치고 있다. 월산동(사직도서관 뒤), 사동(청년예술인지원센터 뒤), 두암동(광주교육대 뒤), 도산동(1913송정역 옆) 등 서로 떨어진 빈집에서 작가들이 채집한 기록과 발언들이 모처럼 적막을 깨고 있다. 시인의 감성과 기자의 사실취재로 이 프로젝트를 소개한 광남일보 고선주 문화부장의 글을 빌려 현장의 서사와 서정을 느껴본다.- 편집자 김수환 <부랑자들>, '빈집' 전시공간, 만지작 사진 공허와 허기 상징 ‘빈집’서 예술작품 펼치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이 작품은 198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빈집’이다. 이 시는 밀도 있게 그려진 빈집의 다층적 의미들을 반추해볼 수 있다. 비단 기형도의 시 ‘빈집’ 외에도 문학이나 영화 안에서 그려지는 빈집에 대한 공간적 서사는 넘친다. ‘광장’과 ‘골방’이 대립구조를 이뤘던 최인훈의 ‘광장’(1960) 역시 광장으로 나가는 바람에 비워졌던 방은 거주가 문제로 부각되면서 머무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공간으로 그려졌고, 김애란의 ‘성탄특선’(‘침이 고인다’, 문학과지성사, 2007)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는 젊은 연인에 일시적인 거주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풍경을 보여준다. 이처럼 공간으로서 집은 상황에 따라 여러 제약적 환경을 만든다. 문학 작품을 벗어나 주변에서 빈집은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부재의 씁쓸한 현시대 자화상을 반추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 의미로 분화돼온 빈집은 공폐가라는 사전적 의미에서부터 인간의 욕망이 내재된 공허와 허기의 문학적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변주된다. 특히 빈집은 온기가 빠져나간 공간으로부터 쓸모없는 폐기처분된 공간, 과거의 시간이 오롯하게 새겨진 공간, 가족의 규합과 해체가 공존하는 공간, 거리와 광장의 매개, 재개발, 빈부 격차, 상실 등 여러 서사들로 해석된다. 이처럼 오늘날 빈집이 갖는 의미들을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온전하게 되새겨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영상문화콘텐츠제작소 만지작(萬知作·대표 오태혁)은 5일 오후 12시부터 12일 오후 5시까지 광주 동구(집담회)와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등지의 빈집에서 ‘빈집-상실 이후에 쓰는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기획전시를 진행한다. 전시는 동구는 광주독립영화관 시사실, 서구는 월산로 235번길 15-1(정유승 작 ‘지평선’·김수환 작 ‘햇살요양원’ ‘부랑자들’ ‘조상님’), 남구는 사직안길 1-9 102호(이상호 작 ‘드로잉 연작’), 북구는 군왕로 47-1 2층(박화연 작 ‘쓰이지 않은 영상 속’ ‘재-생 시리즈: 축적된 애도’·오석근 작 ‘교과서-철수와 영희’ ‘비난수 하는 밤―행불자’ ‘인천仁川 ’21·22), 광산구는 상도산길 54 빵과장미(윤석문 작 ‘사무치던 밤’ ‘날 것’ ‘기약 없는 숨바꼭질’ ‘이글루를 찾아서’) 등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번 전시에서 만지작은 지역이 처해 있는 ‘조건’과 ‘상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빈집’을 밑천 삼아, 오늘날 공동화돼 가는 ‘지역’의 상황은 물론이고 예술의 위상변화와 공동체의 재구성에 관한 질문을 전시로 구성한다. 지역에서 빈집에 대처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자꾸 새 것들이 들어서지만, 공허나 허기가 가득한 것이 광주 빈집의 현실이다. 오직 새 것으로 채우려고 하지만, 빈집에는 새 것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히려 빈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기만을 반복할 뿐이다. 새 것들을 외면한 채로 말이다. 그래서 공허와 허기는 충족되지 않고 집이 없어 헤매이는 영혼들은 아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성의 가치는 ‘빈집’을 채우는 대신 빈집이 되도록 내팽개치고 다른 무언가로 ‘대체’하는 데만 더욱 골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빈집의 사회문화적 현상과 단상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참여작가로는 이상호, 김수환, 박화연, 오석근, 윤석문, 정유승씨 등이다. 기획은 본보 올해 신춘문예 평론 당선자 출신인 미술비평가 김서라씨를 비롯해 한재석 ‘씬1980’ 편집장 및 김만석 ‘2018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등이 맡았다. 전시와 더불어 빈집과 관련한 ‘집담회’를 함께 진행해 ‘빈집’에 관련된 다양한 의미와 가치에 대한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집담회는 ‘빈집의 예술사회학’이라는 주제로 7일 오후 1시30분 광주독립영화관 시사실에서 정경운 교수(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와 윤수종 교수(전남대 사회학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전시를 마친 뒤에는 ‘집담회’와 ‘전시’에 관련된 논의를 묶은 전시와 콜로키움(colloquium·의견조율 토론방식) 자료집 단행본을 4월 중순 발행할 계획이다. 영상문화콘텐츠제작소 만지작은 지난해 결성된 ‘대안적 문화활동’ 단체로 ‘로컬’에 기반한 문제의식들을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통해 제시하고 시민들과의 공유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역사와 인문, 예술을 아울러 지역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을 궁구해 이를 콘텐츠로 제작, 제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고선주 (광남일보 문화부장), 광남일보 정유승, '빈집,_상실 이후에 쓰는 사랑' 중 일부, 작가사진 이상호 <심창O 환우의 새벽잠>, 민지작 사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