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틈 속을 향하는 촉지도식 안내판 ; 강수지 작품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하영 작성일20-12-21 11:11 조회2,163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우연한 틈 속을 향하는 촉지도식 안내판 ; 강수지 작품전 2020.12.10.-12.25 /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틈이 생기며 잠에서 깨어난다. 세상은 눈이라는 틈을 통해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 틈 새로 맺힌 형상들을 응시하고 헤아림으로써 타자와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눈 뜨다’라는 말이 ‘비로소 깨달아 알게 됨’의 의미 또한 품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는 틈이 생김으로써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강수지 작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눈이라는 틈으로 그가 만든 틈 속을 바라보게 한다. 작품 앞에서, 틈새로 보이는 틈을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어쩌면 보려고 하지 않았던 사실에 눈 뜬다. ‘비로소 깨달아 알게 된다.’ 작가는 많은 걸 가리고 작은 틈만을 남김으로써 보이기 시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움’과 ‘-답게’라는 틀에 맞춰 배치된 삶을 돌아보게 한다. ‘원래-’와 ‘당연히-’로 시작되는 강요의 말 앞에서 꺾인 희망과 바램, 의지와 믿음을 주시한다. 틈 사이로 보이는 것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보려고 하지 않았던 삶의 형태를 집어 올린다. 언어를 부러뜨리고 외관을 부수며 다른 가능성을 그린다. 나아가 바라봄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행함을 유도한다.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손을 뻗고 싶게 만든다. 작가의 작품은 우연한 틈 속을 더듬어 새로운 세상에 가닿게 하는 촉지도식 안내판이다. 생각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행동이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작품은 몸을 먼저 동하게 함으로써 마음과 머리를 깨운다. 작품 앞에서 “혁명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혁명은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틈 너머로 보이는 것들을 인정하는 것이다. 애써 외면해왔던 사실을 인정하려 할 때, 실은 인정이 필요 없는 것들을 기어이 인정하겠다 말해왔음을 깨닫는 순간,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동시에 쥐여준다. 촉지도식 안내판을 통해 감정의 배치를 바꾸면서. 설득보다 기원에 가까운 어조로. 틈은 손쉽게 모든 걸 하나로 수렴하려는 태도에 균열을 낸다. 섣부른 이해와 화해로 틈새를 메우고 봉합하려 들지 않는다. 작가는 사이를 좁히며 하나가 되려는 틈을 기어이 벌린다. 그 사이에서 애써 버틴다. 틈이 필요한 이유를 말한다. 다르게 보기 위해서. 다시 보기 위해서. 비로소 눈 뜬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촉지도식 안내판을 세운다. - 이하영 (장동콜렉티브) 강수지 <17.17>, 2020, 나무 쇼케이스, 유리, 은 “텅빈 쇼케이스 안에 동일한 크기의 반지 한쌍이 남아 있다… 존재하지만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은 반지-신체로 연결되어 보편적 공감으로 이어진다.” 강수지 <거울-세계>, 2020, 수집한 거울 위에 흑연가루, 268x112cm “흑연은 언어 또는 텍스트 자체를 상징한다…언어가 더해질수록 거울은 부여된 역할과 개념에 갇혀 불투명해지고 본래의 모습과 성격을 잃는다.” 강수지 <조각, 기울어진>, 2020, 버려진 스티로폼에 시멘트 “가볍고,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스티로폼이라는 재료를 콘크리트로 덮은 뒤 단단히 굳혀 전시장 안에 가져다 놓았다… 불안정하게 기울어져 있거나 위태롭게 놓여 있는 조각들은 ‘정상적’으로 또는 ‘제대로’ 바꿔놓고 싶다는 욕구를 발생시킨다. 이는 대상을 불완전한 존재로 바라보는 관습적인 시선을 깨고 새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틈 속에 위치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강수지 <Concrete Love>, 2020, 사진, 오브제, 텍스트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듯 사회의 편협한 시선들이 평범하게 변화될 수는 없을까?” 강수지 <Concrete Love>, 2020, 사진, 오브제, 텍스트 “상흔이 아물고 어설픈 형태로나마 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건 타자들의 손길에 의해서다.” 강수지 <무제>, 2020, 사진, 120x170cm “문밖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무엇이든 만날 수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틈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선택의 가능성을 남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