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숙의 다차원 공간드로잉과 다큐영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0-12-23 13:40 조회1,958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김형숙 <Structure in Space>, 2014, 실, 블루라이트 설치 김형숙의 다차원 공간드로잉과 다큐영상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레지던시 결과보고전 ‘샛길-오아시스’ 온라인 전시 https://youtu.be/BRYWzk8v_9Q 공간은 시각예술에서 구체적 조형이나 서사를 담는 구획이기도 하고 상상의 여지를 함축하는 무형의 그릇이기도 하다. 무수한 활동과 의미들이 이루어지는 구조화된 건축물은 각 구성에 따라 주류공간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부수적이거나 자투리가 되는 공간들도 생겨나게 된다. 건물 밖 무한으로 펼쳐진 자연도 무수한 생명활동과 삶의 행위들이 엮어지는 세상공간이다. 김형숙은 비워진 듯 채워진 듯 구조화된 건축물의 내부공간과 그 구획된 건물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실체와 본질적 뿌리에 작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물의 비주류공간 또는 드러나지 않은 폐공간은 김형숙 작업의 개입으로 새롭게 재탄생된다. 어둠과 침묵의 공간에 촘촘하게 실선들을 채워 블랙라이트 빛을 반사시킴으로써 공간의 표정을 바꾸는 것이다. 공간구조에 따라 허공이나 특정 위치를 1차원인 실들로 2차원의 평면으로 채우거나 3차원의 큐브를 만들고, 그 실들의 앞뒤로 트인 투과성과 빛이라는 무형의 파장을 얹어 정지된 듯 흐르는 듯 4차원의 세계로 꾸며낸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거나 서로 교차하며 이루어내는 공간 사이로 거니는 관객은 시각적 신비와 무형의 상상계를 소요하게 된다. 이 같은 김형숙의 ‘공간드로잉’은 본래 전공이던 서양화의 화폭이 갖는 2차원 평면성을 벗어나려는 욕구로부터 시작되었다. 2006년 학부를 졸업하던 해에 광주비엔날레 주제전에 참여한 광주작가팀의 미디어아트 복합설치를 도우면서 새로운 매체와 조형방식을 경험하고, 작업의 출구를 찾아 떠난 12년여 독일 유학기간 동안 잦은 이사에 따른 물리적 덩이들의 부담을 해소하려는 대안 찾기로 사진과 영상작업들을 다루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유리면에 레이저로 선드로잉을 구성하거나, 자연 풍경 속에 나뭇가지나 파이프로 ‘환경 속의 세모, 네모’를 설치하기도 하고, 단순간결 가느다란 실들로 밀실공간에 최소단위 조형작업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의미나 서사, 조형적 군더더기를 뺀 순수조형으로서 김형숙의 ‘공간드로잉’ 작업은 다육식물의 질서정연한 패턴, 나비날개의 섬세한 대칭무늬, 사막 모래언덕의 부드러운 능선, 패각류의 나선형 모양, 사원의 모자이크 반복장식, 계단 통로공간과 창틀과 유리온실의 구조 등을 담아내는 사진과 영상작업으로도 연결된다. 인공의 구조물에서나 자연 속에서 기하학적 질서의 궁극이라 할 황금비율의 절대미를 찾는 이 작업은 김형숙의 미니멀한 조형미 추구성향을 보여주는 연작들이다. 이들 이미지들은 단일 구성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연속된 영상으로 편집되어 서로 짝을 이루거나 긴 흐름으로 앞뒤 맥락을 연결시켜내기도 한다. 1차원부터 4차원까지를 복합시키려는 다차원의 물리적 조형체로서 이들 드로잉 작업과는 달리 김형숙의 또 다른 연작 영상다큐들은 낯선 세상의 삶의 모습과 그 근간에 자리한 문화적 뿌리를 탐구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 대부분이 생소하고 낯선 것들인 세상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시선으로 지역과 민족과 집단마다 배어있는 일상과 정신의 문화적 차이들을 기록하듯 담아낸다. 특히 긴 시간 공을 들인 <표피>는 소박한 무슬림 가정에서 제수용으로 양을 잡아 피와 살코기를 취하고 팔린 가죽은 대량세척과 건조과정을 거쳐 가죽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 것이다. 또한 <이방인>의 경우는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잠입하다시피 참석한 대규모 종교집회의 현장모습이다. 이 거대군중들을 끌어 들이는 흡인력의 원천은 무엇인지, 집단화된 이들의 궁극적 갈망은 어디를 향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와 함께 삶의 뿌리에 대한 추적은 혁신도시조성으로 사라진 고향집과 이웃들의 자취를 담는 작업으로도 나타난다. <New Home>은 아련한 기억과 극명하게 변해버린 현재가 중층적 함의로 편집된 영상모음이다. 그가 타국에 떠나 있는 사이 증발해 버린 태어나고 자란 생활터전 대신 국가정원, 레저시설, 식물원, 신개발지구 등으로 바뀌어 오히려 이방인인 듯 낯설어진 장소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짚는 영상이다. 김형숙의 삶의 근원과 숨결을 찾아가는 영상다큐는 창작의 다른 축인 공간드로잉과 소재나 형식에서 너무나 다른 대극점에 있으면서 상통하는 지점도 있다. 선택한 공간에서 의도대로 단일한 조형요소들을 연출해내는 선드로잉과 달리 낯선 타인의 삶과 현장풍경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여러 복합요소들이 혼재하고 있지만 모두가 궁극적 근원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또한, 공간조형에서나 화면영상에서나 군더더기 요소를 최소화한 절제미와 함께 물리적 공간이든 영상공간이든 그 프레임 공간에 끌어들이는 소재들의 배치나 형태미, 빛의 작용이 서로 균등한 역할로 작품을 이루어낸다는 점도 돋보인다. 김형숙의 공간조형과 영상작업은 1차원적 소재들의 조합으로 다차원적 구성을 만들어낸다. 단순간결 선들의 집합으로 비어 있던 공간에 막히지 않은 면과 입방체를 띄우고, 거기에 빛과 시간성을 부여하여 현상적 시각이미지와 적요의 시간성을 동시에 연출해내는 작업방식이 그렇다. 이와 함께 세상의 단편들을 관찰자의 화각과 화면구성으로 취하면서 실체적 리얼리티와 예술적 영상미를 결합시키고, 현상과 회상, 또는 실재하는 현재와 비가시적으로 묻힌 세월이나 정신적 뿌리를 동시에 연결시키는 중층적 구성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형숙의 공간드로잉은 장소와 공간을 달리하며 계속 변용되고 진화해 갈 것이다. 그런 작업에서 공간의 침묵을 깨는 조형적 개입방식과 실선들의 2차원 3차원적 구성에서의 변화, 어둠과 빛의 있고 없음을 넘어선 드로잉의 시각적 연출은 꾸준한 탐구의 여지들이라고 본다. 여기에 무한성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4차원에 대한 개념설정과 가시적인 작업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갈래로 돋아나는 창작방향과 의지들을 애써 특정 작업들로 가둘 필요는 없지만 작업의 두 축인 공간드로잉과 영상작업 간의 연결고리나 맥락의 공통지점을 모색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점이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김형숙 <공간 안의 사선>, 2020 김형숙, 빛고을문화관 아트스페이스 옥외계단 설치, 2020 김형숙의 다큐영상 <젬퍼비붐 텍토룸> <수경재배> 등 부분 김형숙 다큐영상 <Epidermis(표피)>, 터키, 모로코 등지 촬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