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운 개인전 ‘소진된 욕망’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인호 작성일21-09-26 17:49 조회1,857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신창운개인전 '소진된 욕망' 신창운 개인전 ‘소진된 욕망’ 2021.09.23-09.29 /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인간세상의 다종다양한 욕망들을 남다른 시선의 사회풍자 화폭으로 비춰내는 신창운 개인전이 9월 23일 시작되어 9월 2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의 열일곱 번째 발표전으로 ‘소진된 욕망’이라는 주제를 ‘숯’과 ‘거품’으로 상징체 삼아 그려낸 흑백 무채색 작품들이다. 매체와 표현형식을 바꿔가며 오랫동안 지속해 온 ‘욕망’ 주제 작업들에서처럼 이번 전시작품들도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권력과 권위체계, 이를 견고하게 틀 짓고 유지하기 위한 전쟁과 규율과 남성중심 문화와 그것이 일상화되어 고착된 사회적 관념과 관습 등등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성찰하고 환기시켜낸 비판 풍자의 메시지들이 담겨져 있다. 이런 작업의도는 신성화된 종교 성상이나 대례복이나 유니폼, 전쟁무기, 축구공, 남근, 가축과 인간육신의 두상이나 수족, 코로나19 바이러스 등등을 빌어 직설과 은유 화법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적 관점을 명확히 집약하기 위해 상징도상 외의 부수적인 요소는 일체 등장시키기 않고 색채도 제거하여 흑백 사실묘법으로 그려내었다. 각각의 명제를 따로 붙이지 않고 같은 주제 연작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은 전시작품들은 사냥과 전장의 대체로 삼아 대중을 열광케 하는 일부 스포츠경기, 무고한 노약자와 여성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미얀마 군부집권이나 아프카니스탄의 강제된 종교이데올로기와 공동선을 내세운 정치 경제적 패권다툼들, 가축전염병 발생 때마다 당연시되는 일정반경 내 동종집단 대규모 살처분 등등을 예로 삼아 인간사의 불합리와 모순을 되비춰내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현재와 역사를 함께 엮어가는 인간세상, 인류사회 공동체 안에서 자행되고 강제되고 즐겨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회화적 발언들이다. 같은 ‘욕망’ 주제작업들이지만 예전의 대뿌리 오브제를 이용한 반입체 화폭이나, 오방색 원색에 금채를 곁들이기도 하고, 화려한 채색으로 재현된 입체배설물 등의 작업과는 전혀 다른 어법이다. 뿐만 아니라 직접 실물형태로 조각한 오브제를 불에 태워 남은 숯덩이를 전시물로 내놓거나, 그 숯덩이를 묘사한 화폭들로 ‘숯’을 처음 작업소재 삼아 발표했던 2018년 개인전 때 작업들과 비교해도 또 다른 표현이다. 전체 작품을 평면화폭 흑백 유화로 통일하면서 직설과 풍자의 상징성은 더 단순 강화시켜 메시지를 명확히 하려는 의도가 더 강해져 있다. 신창운의 화폭들은 욕망과 집착과 생명의 기운이 마침내 화려한 불꽃을 피우며 사라지고 소멸을 앞둔 흑골처럼 검은 숯덩이로만 남아 쩍쩍 갈라져 있다. 이 또한 곧 한줌의 재와 먼지가 되어 흔적도 없이 스러질 테지만 그렇게 완전히 사라지기 이전 허무로 남은 욕망의 잔해들을 소재로 택해 세상과 인생사를 성찰해 보자는 메시지를 꼼꼼한 묘사로 기록해 놓았다. 이와 함께 유화 특유의 번질거림이 화면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숯덩이 형상마저도 온전하게 드러내어지지 못함으로써 물질성은 앞서면서도 바라는 강렬한 힘은 내세우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다. 그것은 숯덩이 사이사이에 곁들여진 기포들처럼 떠돌다 어느 순간 허공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욕망의 사멸에 다름 아닐 것이다. 신창운은 작업노트에서 “창작의 산물인 작품은 삶의 안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진실하게 표현한 시대의 기록물”이라면서, “작품을 통하여 사회의 문제와 쟁점을 대중과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번 작품들에 대해서도 “욕망이 훑고 지나간 자리는 공허하고 허위의 흔적은 싸늘하다… 인간이 갈망하는 모든 것은 소진을 통해 마침내 그 본질이 드러난다. 이것이 의식과 욕망이 해체된 진정한 실존이다… 소진은 무(無) 상태에 든 것이다. 즉 무상, 무념, 무욕의 상태가 곧 소진이다. 소진된 욕망 위로 길어 올린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삶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다.”라고 작업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소재와 어법을 바꿔가며 긴 시간 이어지고 있는 신창운의 ‘욕망’이라는 화두는 그의 말대로 완전한 소진과 자기성찰을 이룸으로써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삶의 여정에 비로소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인과 집단의 이익이나 열망하는 것들의 성취를 위한 집념과 집착들로 점철되어 온 인간사에서 그늘도 상처도 없는 선한 영향력만으로 자신과 세상에 생기와 온기를 돋울 수는 있기나 할지, 공동선을 실현해내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지, 자명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모두의 과제를 던져 놓는다. - 조인호 (광주미술문화연구소 대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