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0주년 강연균 '하늘과 땅 사이-5' 초대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문희영 작성일20-05-04 18:52 조회1,962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강연균 <하늘과 땅 사이-5>, 2019, 예술공간 집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5’ 2020.05.07-05.24 / 예술공간 집 40년 전의 시간과 40년의 기억이 삭혀진 흔적. 단지 하나의 그림이 아니다. 40여 년의 묵혀지고 삭혀진 시간과 기억들이 버무려졌다. 긴 시간 품어 온 마음이 토해낸 이미지는 어느 기록보다 강렬하게 40년 전의 시간을 공감하게 했다. 이번 전시는 화가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5’작품들로, <5.18 광주민주항쟁 40주년 기념 특별전>이다. 40년 전, 마흔의 화가는 참혹했던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고 내내 지우지 못한 이미지들을 쏟아내듯 그렸다. 처음 ‘하늘과 땅 사이-1’이 그려진 건 1981년, 그리고 1995년 4번째가 마지막이었다. 40주년을 앞둔 지난해 다섯 번째 그림을 그렸다. 24년 만에 쏟아낸 기억이다. 이번 전시는 이 그림들과 마주한 관람자이자 80년 오월을 잘 알지 못했던 ‘나’로부터 출발했으며, ‘나’와 같은 많은 ‘우리’들이 조금 더 오월에 공감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림에 담긴 마음 40년 전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없는 나이였기에 5.18을 공감하는 건 내내 어려운 숙제와 같았다. 그 아픈 역사를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시간의 곁에 있지 않았기에 사건은 알지언정 마음으로의 공감은 어려웠다. 때론 그 어떤 글이나 말, 기록보다도 강한 각인을 주는 그림이 있다. 그림은 그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여느 말이나 글로도 못 뱉어낸 꾹꾹 눌러낸 기억의 덩어리들은 서로 끌어안고 그림에 박혔다.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5’는 그렇게 다가왔다. 참혹한 현실을 마주했던 화가의 눈과 마음에 선명하게 박혔던 장면들, 아로새겨진 기억은 긴 시간을 삭히고 삭혀 토해내듯 종이 위로 내뱉어졌다. 80평생 화가로 살아온 관록의 세월이 그려낸 그림, 80년 오월에 서 있지 않았던 마음을 가까이 끌어당겨 일렁이게 했다. 그림에 담긴 삭혀진 감정들은 또 다른 마음을 움직여내고 있었던 것이다. 시커먼 잔상, 역사의 질곡을 공감케 하는 힘. 화가는 지난해 24년 만에 다시 오월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내내 지워지지 않았던 시커먼 잔상들은 거칠게 튀어나왔다. 4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당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들은 거의 없었지만, 화가인 강연균 화백의 눈에 박혔던 장면들만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묵직한 마음과 노련한 손끝이 휘젓고 지나간 종이 위에는 당시의 감정이 그대로 베였다. 시민군이 쓴 헬멧에 고인 벌건 피에서 채 식지 않은 온기가 느껴졌던 기억, 한입 베어 물고 차마 다 먹지 못한 채 바닥에 버려진 빵조각에 담긴 처절함, 굶주린 늑대 같았던 계엄군의 눈빛, 처참하게 불에 탄 채 처박힌 시민군의 버스, 처참하게 죽어간 못한 무명의 시신, 잿빛 도시 길 위에서 시신을 끌고 가는 이의 굽은 어깨. 시간으로도 치유되지 않은 아린 기억은 공포와 분노, 아픔과 슬픔,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절함과 참담함까지 그 모든 감정들도 함께 품어냈다. 단지 이것만으로 지난한 시간 채 가시지 않은 통증을 어찌 다 이해하겠다고 공감하겠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40여 년 동안 화가의 마음에 들어있던 그림 앞에 그 무슨 해석이 가능할까. 그저 보고 또 보면서 영혼을 함께 위로하는 것, 잔흔을 함께 되새기는 것. 그렇게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며 이 작은 마음을 키워가는 것, 그뿐이 아닐까. 그림이 된 상흔 삶의 모든 순간 이미지를 먼저 붙드는 사람, ‘화가’의 마음에 박혔던 순간들이다. 화가이기 이전 한 인간에게 침투한 참혹했던 기억들은 그림이 되어 상흔을 보듬는다.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하게 ‘그림’은 형용할 수 없는 무한의 것들을 담는다. 하늘과 땅 사이에 벌어진 참혹했던 시간을 담아낸 7개의 그림은 역사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우리’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도 슬그머니 건넨다. 예술이 우리의 삶에 건네는 가장 큰 힘이지 않을까. 40여 년 전, 숭고했던 아픔에 한걸음 더 들어가 볼 수 있게 한 그림들에 한없이 감사하다. 이번 전시는 ‘나’로부터 출발했지만 ‘우리’를 향한다. 나의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게 ‘우리’라는 공감을 불러일으켜줄 수 있기를… - 문희영 (예술공간 집 관장) 7점으로 구성된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5>, 2019, 종이에 목탄 강연균의 오월, 40년 전 먹먹한 기억들 7점의 <하늘과 땅 사이-5> 아리다. 까실하고 분분한 목탄 숯가루들이 짙게 뭉치고 엷게 흩어지며, 벌써 아련해진 광주의 오월을 일깨운다. 박박 긋고 콕콕 찍고 쓱쓱 문지르고, 길게 혹은 짧게 속사(速寫)의 리듬을 탄 점선들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또 날리는 목탄 가루를 손가락이나 손바닥으로 눌러주고 비벼낸, 순면 종이의 바탕 질감에 묻어난 아우라는 애절하다. ‘먹먹한 마음’을 풀어낸 강연균의 새 오월그림, 1980년 5월 19일 <양동다리에서 만난 공수부대>, 22일 <논으로 처박힌 시민군 버스>, 27일 <선혈이 낭자한 YWCA> <박용준의 피> <시신 끌고 가는 두 남자> <광주우체국 앞 우체통>, <무명열사의 관> 등 7점의 ≪하늘과 땅 사이-5≫가 그러하다. 이들은 작년 2019년 11월 7일 518민주화운동기념관이 주관해 마련한 “강연균 화백 신작발표 집담회”에 소개된 적이 있다.강연균의 일곱 점 목탄화, 그야말로 까망 숯덩이 그림이다. 흑백 화면들은 신들린 듯 거친 대로 기억들이 세차게 출렁인다. 유별난 손맛으로 그때 오월의 정황을 뚜렷하게 되살려냈다. 작가의 구술대로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감정과 인상을 바탕으로 그렸기에” 한꺼번에 쏟아낸 형상들은 “처연하다.” 오월의 새벽 공기감을 재생한 <시신 끌고 가는 두 남자>의 배경, 느믈느믈 손가락 터치가 일격(逸格)이다. 노대가(老大家)의 오래 농익은 능숙함과 새로이 이는 어리숙함이 그토록 어울려 있다. <박용준의 피>나 <선혈이 낭자한 YWCA> 두 작품은 흑백 화면에 붉은색 표현으로 피의 오월을 처절하게 돋운다. 장면마다 목탄으로 쓴 목격담도 일품이다. 생각이 떠오른 대로 어눌한 필치이고, 임의대로 추가해 써넣은 문구도 보인다. 얼추 밑그림으로 오인할 법하다. 하지만 글씨들은 한 글자 한 글자에 작가의 당시 살 떨림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이들 화면 한구석의 서체는 옛 그림의 화제나 발문처럼, 오월그림과 어울려 회화적 완성도를 도리어 높여준다.지금까지 이렇게 생동하는 오월그림을 보지 못했다. 이제야 ‘오월 광주’의 참모습을 살려낸 회화예술을 만난 거 같다. 광주민중항쟁은 40년을 견딘 역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 현실임을 각인시킨다. 장면마다 무친 검댕이 가루나 두 점에 칠한 피색이 지독스레 리얼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강연균의 새 오월그림들은 보는 이의 눈을 너무 아리게 한다. - 이태호 (전 명지대, 전남대 교수) 강연균의 <자화상>(1981), <투사의 죽음>(1980), <장군의 초상>(197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